▲ 정영석 교수
2014년의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 큰 상처와 파장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해운정책과 연구가 그동안 너무 외항해운에만 치중되어 왔다는 자성의 계기도 되었다고 본다. 물론 짧은 시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우리의 경제발전사에서 외항해운의 역할,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으로서 해운업의 위상, IMO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제적 인지도 역시 우리나라 외항해운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외항해운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무조건 외화를 벌어오는 경제 정책으로는 우리 국민의 눈 높이는 물론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보는 기준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이제는 우리 국민의 여가생활과 안전을 우선시 하는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해운분야에서도 정책의 중심이 연안해운으로 서서히 옮겨 가야 할 시점이라고 보아야 하고, 세월호 사고가 정책 전환의 긍정적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연안해운은 안전하고 편안한 여객운송, 신속하고 안전한 물자수송 등을 통하여 국민여가활동과 도서민의 교통편의, 내수경제활성화 등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국민생활에 직접적 기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해운정책이 외항해운에 맞추어져 있다 보니 연안해운은 무관심의 대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세월호 사고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 안전불감증, 무리한 선박개조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는데, 이러한 문제점은 처벌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예컨대 PSC수준의 선박운항검사기준을 연안해운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선원의 확보, 신조선박의 도입과 선령제한, 운송서비스 개선 등이 필요한데,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도 최소한의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국가의 직접적 재정지원을 최소화 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회의 적절한 비용분담이 이루어져서 건전한 연안해운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연안해운분야에서 시급하게 검토되어야 할 정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첫째, 우수한 선원의 장기적 확보를 위한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연안여객선에 병역특례요원 우선 배정, 연안선 선원 연금제도 도입, 국내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해기사 자격을 취득한 외국인 해기사의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연안선과 유조선 등에 대하여는 원가와 적정이윤을 반영한 권장운임제도의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적정한 운임이 보장되지 못하면 과도한 지출억제를 통한 경영을 하게 되고 이는 해상안전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적정한 이윤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우리 연안해운의 운임은 분야에 따라서는 20여년간 동결된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만 맡기기에는 연안해운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연안여객선은 항로에 따라 주된 수요가 관광, 도서주민 수송, 화물운송 등으로 나누어 진다. 예컨대 도서주민 수송 수요가 주가 된 항로에서는 낙도운항지원 등이 강화되어야 하고, 관광객 수송이 주된 항로에서는 관광상품의 연계성과 쾌적성, 화물운송이 주된 수요일 경우에는 화물운송을 주로 하면서 여객운송이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월호의 경우에도 주된 수익원이 화물이었기 때문에 화물을 주로 실으면서, 동남아에 매각을 위한 여객선실 증축 등의 개조를 통한 비정상적인 사용이 이루어졌던 것이 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항로별 주된 수요에 따라 차별화된 기준에 따라 운항허가 등의 행정행위와 지원이 이루어 지고, 선박의 설계와 검사 기준 등을 달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국민경제의 성장과 함께 관광 등 우리 국민들의 연안선 활용은 더 높아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안해운 전체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개별 선사의 규모는 외항선사에 비하여 매우 영세하기 때문에 개별선사별로 해상보험서비스를 제대로 공급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한국해운조합의 공제사업은 영세한 연안선사의 안정적 운영과 위험분산의 적절한 수단으로 보인다. 다만, 공제사업도 일종의 금융산업이기 때문에 엄격하고 객관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이제는 해운정책의 포커스가 연안해운으로 옮겨 올 필요가 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수익성에서는 외항해운에 절대적으로 미칠 수 없다. 그러나 연안해운은 우리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운송수단으로서 더 이상 방치해서 될 영역이 아니라 안전성과 쾌적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여가활동과 물자수송에 적극 활용해야 할 분야라고 하겠다. 지난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이 조그만 방심으로 인한 사고가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은 수십년간 우리 해운업계가 이루어온 성과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 선박검사나 선령 기준 등을 외항선 수준에 근접하게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국가의 지원책 뿐 아니라 이러한 비용을 내항해운업계가 스스로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자생이 가능한 수준의 이윤이 창출될 수 있는 제도적·행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국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하겠지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시장을 그대로 공급자와 소비자에게만 맡겨 놓거나, 무조건 국가의 재정적 지원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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