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의 물동량은 6.5배 늘어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박건조는 세계1위이고 지배선박의 숫자는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수반하여 해상법을 포함한 해사법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요증가에 동반하여 우리나라 자체에서 해사법 법률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이를 외국에 의존하는 경향은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해상변호사 숫자는 30명에서 60명으로 2배 증가한 것에 그친 것으로도 이는 확인된다.
산업의 발달을 법률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산업의 발전은 정체될 것이다. 경쟁하는 국가인 싱가포르, 홍콩, 중국은 모두 해상사건관련 법률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전담해사판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10개의 해사법원을 두고 있다.

2. 우리나라의 현실
우리나라는 위 국가들과 달리 해사사건(해상사건보다 넓은 개념)을 위한 특별한 전문법원이나 전문판사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모든 해사사건은 관할을 가지는 전국 어느 법원에서건 다루어진다. 해사사건은 해사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재판부에서 다루어지므로 재판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당사자들의 판결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수요자들은 특별한 해사법원제도를 가지고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의 분쟁해결제도와 우리나라의 그것을 비교하면서 우리 법원이 수요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가장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는 일요일 일지라도 선박에 대한 가압류 영장을 판사들이 발급하여주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전문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지 못하므로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한다.
우리 법원도 사실관계의 파악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은 특별전담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사·국제거래·도산전담부 등이 각급법원에 설치되어있다. 해상사건은 상사전담부에 속하고, 국제운송사건은 국제거래이므로 국제거래전담부에서도 처리될 수 있다. 해사전담부는 부산지방법원에만 설치되어있고, 서울 지역의 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 해상사건은 국제거래전담부와 상사전담부에서 나누어서 처리된다. 그런데, 이 전담부는 다른 일반사건도 함께 다루게 되고 담당판사는 2-3년에 한 번 씩 보직을 변경하게 되므로 재판부의 전문성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들 재판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은 경험 있는 해상변호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국법계의 해사판사와 비교하면 전문성과 권위가 떨어진다고 인식된다.

3. 외국의 경우
해상사건 전담 특별법원을 두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10개의 지방해사법원과 34개의 지원에서 총 570명의 판사가 연간 2만 건의 해상사건을 처리한다.
영국과 싱가포르는 지방법원 안에 전담부서인 해사법원을 두고 있다. 독립된 법원은 아니지만, 전담해사판사들이 배정되어있다. 이들은 해상변호사출신들 중에서 지명되어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정년퇴직이나 사임 때까지 계속하여 이 부서에서 해사판사로서 일하고 있다. 영국은 5명, 싱가포르는 4명의 해사판사들이 지명되어있다. 홍콩은 1명의 해사전담판사를 지명하여 운영하고 있다. 호주도 최근 해사판사를 지명하였다.

4. 도입방안
우리나라 각급 1심법원에 계류되는 해사사건의 수는 최근 연간 부산의 경우 약 50건 내외이고 서울의 경우 약 100건 내외로 파악된다. 이러한 사건수를 가지고 독자적인 해사법원을 설치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박가압류, 보험금구상 및 선박건조관련 사건 그리고 책임제한절차관련 사건도 해사사건으로 분류하고, 전국의 지방법원이나 지원에서 일반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는 해사사건을 해사법원에 집중한다면 전국의 사건은 최소한 연간 500건 이상으로 두개의 해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해사법원은 가칭 '해사소송절차법'에서 정하는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재판관할권을 가지게 되고, 사건은 모두 동 해사법원에서 처리되게 될 것이다.
해사법원 설치를 단계별로 추진한다면, 1단계로 서울과 인천 등 각급 법원에 해사사건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 이것은 법규에 따르면 각급 법원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쉽게 설치가 가능한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해사전담판사를 경험 많은 해상변호사나 판사들 중에서 선발하여 중요 각급법원에 배치하고 해상사건은 이 판사가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전담재판부제도에 해사전담부를 설치하는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해사사건은 동일 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도 배당되어지고, 다른 법원에서도 다루어지는 한계가 있다. 다음 2단계로는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과 같이 해사사건에 특별관할권을 가지는 특성화 법원을 두는 것이다. 독립된 전문법원은 아니지만 해상사건만을 전속적으로 처리하는 전담부서가 되고 전담해사판사가 지명되어 운영되는 방식이다. 마지막 단계로 중국과 같이 독립된 해사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5. 도입의 효과
사법제도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한다. 재판제도는 국민들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여 종결짓는 기능을 한다. 판결에 대하여 당사자들이 신뢰하고 승복하지 않으면 사회적인 갈등이 쌓이게 된다. 우리 법원의 재판에 대한 신뢰도는 OECD중에서 우리 법원의 재판효율성은 인구 1000만 명이상의 국가 중에서 세계1위라는 통계자료도 있다. 그렇지만 해상사건의 경우는 수요자들의 시각자체가 다르다. 해운산업이나 조선산업은 국제성을 갖는 산업이다. 이들 산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된 재판제도를 갖는 영국, 홍콩, 싱가포르와 우리 법원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교의 잣대에서 우리 법정에 대한 신뢰도는 이들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원제도 자체의 전문화 부족 때문에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특정분야에서 신뢰도가 낮게 평가되는 점이 안타깝다.
독립된 해사법원의 도입은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사건처리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고양될 것이다. 그간 외국으로 나가던 우리 기업들 사이의 분쟁은 물론 일방이 외국기업인 경우에도 해사사건들이 국내에서도 처리됨으로써 법률비용의 해외유출도 방지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제3국 기업들 사이의 분쟁도 우리나라 법원이 전속재판관할로 활용될 것이므로 우리는 상당한 법률수지 수입을 얻게 될 것이다.
해사법원의 존재는 곧 해사법의 발전을 의미한다. 우리 금융회사들은 선수금환급보증의 법적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를 조선소에 발급하여주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소의 도산 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해사법이 발전하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해사법원제도의 도입으로 이러한 점들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염원들이 지난 9월17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해사법정제도 도입을 위한 국제세미나에 집약되었고 참석자 100명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러한 염원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해사법원의 설치로 이어지길 바란다.[본 칼럼 출처는 법률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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