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신용도 사회 일본, 영세 포워더 설 땅 없다”
장거리 운전자 태부족, 근해선사 배선 서비스 만족

“일본에서 포워딩업체를 설립해 운영한 지 어언 15년이 됐습니다. 조양상선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한국 해운업계의 대표적 해운사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조양상선이 경영전략의 부재 등으로 도산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을 때 책임감도 컸습니다”
박광열 사장은 지난 2001년 조양상선이 무너진 해 동경주재원으로 재직중이었다. 동경 사무실에서 박광열 사장을 뵌 첫 인상은 푸근함과 소박함이었다. 당시를 회상하듯 박광열 사장은 인터뷰 중 안타까운 모습이 가득했다. 박사장은 “조양상선의 붕괴는 세계일주 서비스가 큰 타격을 미쳤으며 특히 대서양 서비스가 큰 패착”이라고 설명했다. 유럽항로는 20피트 컨테이너, 북미는 40피트 컨테이너가 주류를 이루면서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했다고 부언했다.
한편 박사장은 최근 세계 유수선사들이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2만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박에 관해 장단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단위당 비용절감 등 장점도 많지만 엄청난 집화력과 컨처리 비용, 기항지 수 등 고려사항이 많다는 부담이 있어 피더항을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열 사장은 현재 재일 한국기업연합회 운송분과위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가입 회원사 중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포워더가 14개사다. 미가입 회원사를 합치면 한국계 포워딩업체 수는 약 40개사 정도된다고 언급했다.
국내 포워딩업체수가 약 3000개사 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는 250개사 정도 포워더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국민성과 신용도 위주의 사업거래 등을 고려시 수천개의 포워더가 존재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50개그룹이 자체 포워더를 거느리고 있지만 화주 의견을 절대 존중해 2자 물류기업의 폐단이 없고 갑질 논란이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 특유의 신용도 중심 사업행태는 갑을 관계 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한국과 같이 인맥이나 저운임 위주의 영업으로 지탱하고 있는 포워더들이 발디딜 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 사회는 법규 준수에 철저하며 만약 갑질로 을이 큰 피해를 입을 시 업계에서 설 땅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사장은 해운불황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있지만 수출입 위주의 경제구조하에서 원양 정기선사는 2곳정도가 필요하다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일본 해운업계도 과거 구조조정을 통해 3개 중핵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한편 일본은 장거리 운전자들이 3D직종으로 분류돼 인력난이 심각하다. 정부가 휴식시간을 크게 부여해 하루에 2명이 교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 근해선사들이 일본 65개 항만을 커버하고 있어 화주들에겐 만족스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거리 운전자의 태부족으로 허브항 기항위주에서 화주들의 욕구에 적극 부응키 위해 가까운 항만까지 배선하는 근해선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광열 사장은 덧붙여 물동량 창출을 위해 하루속히 일본과 대만간 항로가 재개설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박광열 사장은 천일정기화물자동차의 동경사무소장을 겸하고 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