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만 해저터널 건설 가시화를 보면서

중국공정원의 왕멍슈(王梦恕) 원사(베이징교통대 교수)는 지난 6월 29일 중화철도건설촉진회에서 “다롄~옌타이 발해만 해저터널 건설 방안이 이미 국무원에 보고됐고 비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즉, 중국은 국무원 비준만 통과하면 산동(山東)반도와 랴오동(遼東)반도를 연결하는 총연장 123㎞의 발해만 해저터널 착공에 돌입할 것이며, 이 경우 시진핑(習近平) 집권 10년 동안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롄에서 옌타이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거리는 1,980㎞ 정도로 26~27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2006년 개통된 옌다(烟大·옌타이~다롄) 열차페리가 있지만 소요시간이 6~7시간 걸린다.
발해만 해저터널로 산동성 옌타이(烟台)와 랴오닝성 다롄(大連)이 연결될 경우 시속 250㎞의 고속열차를 이용할 경우 불과 40분이면 돌파가 가능하다.
이로써 단축되는 실제 육상 이동거리는 무려 1600㎞에 달한다. 해저터널 굴착으로 인해 신의주~부산(960㎞)의 두 배 가까운 거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공사비는 무려 2600억 위안(약 47조3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왕멍슈 원사에 따르면 사업 기간은 해저 측량에 2~3년, 시공에는 6년 정도가 걸린다. 왕 원사는 중국 언론에 “12년이면 사업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이후 중단된 한․중 열차페리 사업
열차페리란 철도운송과 해상 페리운송을 접목시킨 인터모달 운송시스템
열차페리 시스템이란 화물을 실은 열차를 직접 배에 실어 운송하는 형태로 철도운송과 해상의 페리운송을 접목시킨 인터모달 운송시스템의 일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 규모의 선박 내부에 열차선로를 설치해 화물을 실은 열차를 선적한 뒤 출항해 도착지에서 철도에 바로 접속하여 곧바로 목적지까지 운송함으로써 부두에서의 환적활동에 따른 각종 하역비용과 항만정체에 의한 물류비 등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고, 컨테이너 운송이 불가능한 장척, 중량화물도 실어 나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상 800km 이상 장거리 육상과 300해리 이하의 단거리 해상을 연결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장거리 화물열차노선과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여객열차나 화물열차 두 경우 모두 가능하고, 기관차까지 운송하는 경우와 객차 및 화차 부분만 운송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통상, 열차에 화물을 적재하는 내륙지역 터미널에서는 기존의 LO-LO(Lift-on, Lift-off) 방식으로 하역하지만 항만 하역시에는 RO-RO(roll-on, roll off)방식으로 하역할 수 있어 기존 컨테이너 선박의 LO-LO방식에 비해 기후의 영향도 덜 받고 하역시간을 1/3로 감소할 수 있으며 인력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항만의 크레인과 CY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항만하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물의 손실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대량화물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운송할 수 있고, 여려 규격의 화물을 혼재할 수 있으며 화물의 손상도 줄일 수 있어 포장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98년 중국측이 먼저 제안한 한․중 열차페리
지난 1998년 한․중 양국이 추진했던 한․중 열차페리 사업은 전용부두와 인입철도 등 기반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지난 2004년 이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한․중 열차페리 사업구상은 지난 1998년 ‘한ㆍ중 철도협력회의’에서 중국 정부 측에서 우리나라에 제안한 사안으로 당시 건교부(현 국토부)와 철도청,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이 공동으로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2002년 4월 당시 건교부가 중국 철도부와 ‘한ㆍ중 열차페리 운항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한 때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하는 듯 했다. 당시 한․중 양국은 국내 화물열차를 인천항에서 배로 옮겨 중국의 옌타이(烟台)항을 거쳐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해 유럽과 연결하는 한․중 페리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한 바도 있다.
중국 옌타이시는 한·중간 물류비용 절감과 경제협력을 위해 2002년 8월 인천시에 사업을 제안한 이후 2006년 11월부터 옌타이~다롄 간 자국 내 열차페리 운행을 시작한 바 있다.
2007년 7월과 10월에는 당시 옌타이시 부시장이 인천시를 찾아 사업추진을 요청하고 중국 정부도 11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이날 부산지역 언론 간담회를 통해 “인천항 열차페리 운항은 100억원 정도의 적은 돈으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 줄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된다”며 “중국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만큼 열차페리를 통해 ‘동북아공동체’를 구성하는 가교 역할도 할 것”이라며 사실상 인천항을 사업적지로 표명한 바 있다.
’04년,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고 거절한 우리 정부
그러나 2004년 7월 당시 건교부가 용역을 발주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실시한 ‘한․중열차페리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현실적 사업시행 가능성 연구조사’결과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까지는 사실상 사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당시 용역결과에 따르면 한․중 페리사업은 전용부두와 철도역과 항만을 연결하는 인입선 등 기반시설이 갖춰질 경우 B/C(비용편입 분석)는 1.113~1.109로 분석되어 일단 경제성은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통상 B/C가 1이상이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이 용역 보고서 자체가 모든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질적인 타당성은 없다고 결론이 났었다. 사업대상 항만으로 거론된 인천항과 평택항, 광양항에 대한 조사 결과도 인천항의 경우 전용부두와 배후물류시설 등 열차페리시스템을 운영하기에 아직 미비한 실정이고, 인천역에서 인천항을 연결하는 인입철도도 가설되어 있지 않아 당장 사업추진하기에는 곤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평택항의 경우도 포승~평택간 27㎞ 인입철도가 준공되는 2016년 이후에나 사업추진이 가능하다고 전망되었으며, 광양항의 경우도 물동량 부족과 전용부두, 인입선 미비 등으로 2030년 이후 장기과제로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인천과 평택, 목포, 군산 등 4개 도시가 한․중 열차페리 유치를 희망하면서 유치 경쟁을 치열히 전개한 바 있으며, 그 중 경기도는 중국 웨이하이시를 비롯한 칭따오시 등과 한․중 열차페리 투자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평택항 기점의 당위성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별도의 타당성 용역을 의뢰하는 한편, 리빈(李濱) 전 주한 중국대사가 부시장으로 있는 중국 위해시와 한·중 열차페리 운행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본 원(KOTI)에서 당시 검토한‘한·중 열차페리사업의 검토’보고서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의왕 컨테이너기지(ICD)를 통한 철도연결의 편리성이 확보될 수 있는 평택항이 인천항보다는 사업 타당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놔 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도에 힘을 실어 준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또 한·중간의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열차페리에 이어 평택항에서 중국을 잇는 해저터널을 이용한 철도수송이 가능하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인 바 있다.
열차페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세 가지 가설
본고에서 필자는 열차페리가 지닌 여러 단점에 대한 논의는 무시한 채, 운항경제성이 없어 2004년 이후 중단된 열차페리의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보자고 주장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넓은 조차장과 부두 내 인입철도 건설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고 복화(復貨)를 포함한 양방향 물동량 불균형에 따른 운행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열차페리의 도입을 반대할 의도는 더더욱 없다.
다만, 2004년 우리 정부가 열차페리 도입을 백지화한 당시 우리 정부의 판단기준이 낮은 경제적 타당성이었다면 당시 우리가 빠뜨린 생각이나 그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시점에 발해만 해저터널 건설 가시화된다는 기사를 보면서 변화한 동북아 물류여건을 고려하여 열차페리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금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해서이다. 다음은 이러한 새로운 시각에서 제기하는 몇 가지 가설이다.
첫째, 열차페리는 우리 땅에 새로운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다.
역으로, 열차페리가 현행 한․중 컨테이너선이나 한․중 카페리 물동량과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은 열차페리의 운항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 수 없을 때 가능하다. 즉 열차페리가 한국발 중국행 수출물동량이나 중국발 한국행 수입물동량만 취급한다면 위의 가설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을 통과하는 신규 물동량이 만들어 진다면 위의 가설은 성립할 수 있다. 그래도 기존 수단과의 중복이 염려된다면 열차페리를 이용한 물동량은 열차페리 터미널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서 통관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 될 노릇이다.
지금까지는 운송로가 없어 해당 물동량이 없지만, 한중간 열차페리가 개설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동서철도가 완성되며, 동해안 도시들과 러시아 연해주나 동해 연안 일본도시들과 또 다른 열차페리가 개설된다면 동서철도는 우리나라의 동서통로 역할을 수행하여 신규 국제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서→동 방향 물동량의 대부분은 중국발 공산품이 동→서 방향의 물동량의 대부분은 연해주발 북양재(北洋材)나 수산물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또한 한중간 열차페리가 개설되면 남북으로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잇는 내륙철도망이 한국통과 환적물동량의 남북통로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북→남 방향 물동량의 대부분은 중국발 공산품이 남→북 방향의 물동량의 대부분은 미주나 유럽발 소비재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둘째, 열차페리는 한․중 해저터널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산동(山東)반도와 랴오동(遼東)반도를 연결하는 다롄(大連)과 옌타이(烟台)해저터널, 즉 발해만 해저터널은 사실상 한․중터널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산둥반도가 한반도, 특히 백령도와 근접한 만큼 중국이 발해만 해저터널의 이점을 백분 활용해 한․중터널 의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6년 11월 한나라당 대표시절 옌타이항을 찾아 해저터널이 놓일 구간을 오가는 열차페리를 직접 탑승한 경험도 있어 현재와 같은 한국 중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 하에서 한․중터널 논의가 진행될 경우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개발연구원도 지난 2007년 웨이하이(威海)와 인천, 화성, 평택·당진, 황해도 옹진(북한) 등 4곳 중 한 곳을 연결하는 한․중 해저터널 기본 구상을 내 놓은 바 있고,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 또한 한․중터널이 갖는 의미에 관심을 높였다. 인천광역시 또한 2025 인천도시기본계획을 통해 한․중터널 연결의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한․중 해저터널의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새로운 인프라가 유발하는 수요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곳에 존재하는 해저터널은 대부분 철도를 이용하여 연결되고 한․중 해저터널도 그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열차페리의 운행은 한․중 해저터널 건설에 앞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밀한 효과를 추정해 볼 수 있는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셋째, 열차페리는 통일 전 우리나라의 국제철도 이용경험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다.
열차페리가 운행되면 통일 전이라도 TCR이나 TMGR, TSR 등과 같이 두 개 이상의 나라를 지나는 국제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국경통과에 필요한 통관절차를 생략하는 블록트레인(block train) 운행을 우리나라에서 시작할 수 있어 중국 서부지방이나 중앙아시아로 우리나라의 물동량을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는 장점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칭다오(靑島), 옌타이(煙臺) 등 연안에 비해 인건비가 10분의 1 수준인 중국 중서부 개발이 본격화되면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져 건설 중장비와 기계류 등 화물 수송이 증가할 소지가 있다.
한․중이 열차페리를 구축하면 인천항 또는 평택항을 출항한 뒤 옌타이를 거쳐 신이(新沂)에서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될 수 있다. 이어 중국의 중서부 거점도시인 정저우(鄭州), 시안(西安), 우루무치(烏魯木齊)로 연결되는 블럭트레인의 운행이 가능해진다.
일부 학자들은 통일 후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운행되더라도 서해를 횡단하는 한․중 열차페리와 TCR이 연결될 경우 중국 서부지역으로의 철도운송 거리는 TKR와 TCR을 연결하는 거리보다 1000km가량 단축돼 경제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맺으며
앞서 제기한 세 가지 가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도 제시한 바와 같이 당초 열차페리는 우리가 아닌 중국 측에서 우리나라에 제의한 사항이고 2002년 4월 당시 건교부는 중국 철도부와 ‘한ㆍ중 열차페리 운항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한 사안이다. 문서로 확인 된 바는 없지만 중국 국무원에서 옌타이 시 정부에 2015년까지 한․중 열차페리를 개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조만간 발해만 해저터널 착공이 가시화되면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할지 모른다.
물론 항만 내의 화물인입선이 발착 양쪽 항만에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에도 인입선 설치 및 조차장 조성에 필요한 초기 고정비 투자가 필요하며 토지수용 및 주민과의 마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에는 컨테이너만 회수하면 되었던 것에 비해 화차까지 보내고 회수해야 하므로 화차에 대한 금융비용 등이 드는 문제점과 업무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또한 양방향 물량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기기 회수비용이 높은 문제가 있으므로 섣부른 열차페리의 운행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업과 유통업계는 이미 해외 각 국에 진출해 활발히 국경 없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언제까지 항만을 통한 수출입 물동량 추이만 분석하며 답이 없는 수지타산 계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인프라가 없어 유발되지도 않은 물동량을 막연히 추정하기 보다는 열차페리라도 운행해 가며 한․중 해저터널의 파급효과를 모색하는 노력이 오히려 타당하지 않을까? 국내 교통물류 인프라의 과부족을 논하기에 앞서 기존의 교통물류 인프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열차페리가 개설된다면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을 고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요즘이다.
<한국교통연구원 노홍승 물류정책·기술본부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