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력 강화 세계경쟁력 갖춘 한국해상법되도록 진력”
외생변수에 어려움 겪는 국적선사 정부, 국민이 적극 지원해야

 

▲ 선박수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세계적인 제어장치가 어떤 형식으로라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인현 교수.
Q. 해상법의 권위자이신 교수님께서 올해 주력할 분야는?

반갑습니다. 기존의 해상법이 분쟁해결을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기능에 역점을 두었다면, 올해 저는 해상법의 창조적이고 예방적인 기능을 강조해 실천하는 그런 해상법 교수가 되고자 합니다.

올 4월부터는 한국해법학회의 회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큰 틀에서 해법이 실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학문적으로는 로스쿨 출범 후 위축된 해상법의 대중화를 시도해야 할 임무도 안고 있습니다. 현재 로스쿨에서는 고려대, 부산대 그리고 서울대에서 강좌가 개설되어 30명 정도만이 해상법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됩니다. 이것은 과거 법대시절에 1000명 정도가 해상법을 공부하던 것과 큰 차이가나는 것입니다.

국제적인 협력도 강화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해상법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제 저도 50대 후반이기 때문에 학문 후속세대를 잘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일에도 앞장설 생각입니다.

Q. 우리나라가 세계 해운강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해상변호사 수 등 전통의 선진해운국과 비교해 열위에 있는 부문이 아직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선박건조능력에서 세계1위, 선박보유량 세계 5위라고 합니다. 무역규모도 세계 6위권이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운의 역사가 서양에 비해 짧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비관할 일은 아닙니다. 더 열심히 해서 처져있는 부분을 하루속히 보완해야 합니다.

대형사고시 마다 거론되는 세계적인 해난구조회사를 가지지 못한 것, 독립적인 해사법원이나 해사중재기구가 없다는 것, 유류오염 사고시 국내기금이 없어서 배상보상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대형사고시 즉각적으로 배상보상과 특별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상시 법률이 없는 점, 해사표준계약서식이 없어서 영국의 것에 의존하는 점,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분야입니다.

Q. 그동안 교수님은 해사법원제도 도입 시급함을 강력히 주장해 왔습니다. 해사법원제도 도입이 해운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요?

해사법원제도가 도입되면 안정적인 분쟁해결이 가능하게 됩니다. 좋은 판결이 나와서 당사자들이 분쟁해결의 결론을 쉽게 예측가능하게 됩니다. 그러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또 분쟁이 발생해도 합의를 쉽게 하게 될 것입니다. 외국에 의존하던 법률시장도 국내에서 많이 처리되므로 해운관련 법률수지 만성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우리나라 해사법원의 수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된다면 우리나라와 외국간의 분쟁에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처리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률수지에서 우리는 흑자를 보게 될 것입니다.

해사법원의 판사들이 홍콩이나 싱가폴처럼 야간당직이나 주말에도 일을 한다면 가압류된 선박을 하루 이내에 해방하여 나오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통상 압류에서 해방까지 3일 걸리는 현재와 비교해 선주는 2일에 대한 용선료를 더 벌 수 있는 것이 되니까 이 점에서도 업계에 도움이 되게 됩니다.

Q. 한국해법학회는 지난해 학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인용지수(KCI)중 총피인용회수와 H지수에서 김인현 교수가 총 2,500명의 법학자 중 1등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학자는 어떤 상을 받기 위하여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법학분야로서 항상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 해상법의 현주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법학분야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해상법의 연구영역이 그만큼 넓고 새로운 잇슈들이 많으니까 논문이 많이 나온다는 점, 해상법은 김교수 이외에는 연구자가 적으니까 논문의 인용이 많이 됐을 것이니까 해상법을 더 공부하면 좋겠다하는 생각들을 사람들이 하게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상법을 강의하거나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해상법이 더 이상 주변 학문이 아니라 주된 학문분야라는 자부심을 심어줬을 것입니다. 해운업계 출신인 김교수가 법학의 본류에 들어가서 쟁쟁한 교수들과 경쟁하여 법학분야에서 1등을 했으니 우리 분야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해운인들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Q. 금년 해운업황도 뚜렷한 회복세보다는 침체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나라 양대산맥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향배가 가장 관심거리라고 보는데, 교수님께선 채권단이나 정부측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저의 조부님과 선친께서 경북 동해안에서 대형기선저인망 어선 3척을 가지고 수산업에 종사하셨습니다. 1950년대 1960년대는 사업이 잘 됐지만, 1970년대에는 고기가 나지 않아서 결국 사업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저의 아버님이 저에게 수산업을 하려면 투기사업이니까 재산의 1/3만 가지고 해야한다고 신신 당부하셨습니다. 운항이 가능하도록 돈을 빌려서 기름이며 쌀과 같은 것을 공급하여 주고 다음 날 우리 어선이 고기를 만선하여 들어오도록 기대하지만 역시 허탕을 쳤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숨을 쉬고, 또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사업이 견디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 해운사업을 하시는 선주나 운항자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실까 그 심정이 저의 어릴 적 추억과 맞물려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정기선 운항은 부정기선 운항과 큰 차이가 납니다. 정기선 운항을 위해선 집화를 위한 조직망이 필요하고, 정시성을 맞추기 위한 터미널이 세계 각지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운동맹선사들의 일부(회원)가 돼서 다른 정기선사들과 같이 협업을 해야 화주에 대한 세계일주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우리 나라의 근대해운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우선에서부터 시작했고, 해방후 대한해운공사 시절부터 제대로 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해운이 시작됐다고 봐야합니다. 1970년대부터 컨테이너로 대변되는 정기선 운항을 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큰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1980년대부터 대한해운공사의 후신인 대한선주(한진해운), 현대상선 그리고 조양상선이 세계적 정기선사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우리나라 상품을 실어날랐습니다. 그리고 이들 정기선사들은 제3국 운송에도 투입되어 운임수입도 많이 올렸습니다. 안타깝게도 1990년대에 조양상선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양사체제가 지속돼 왔습니다.

해운불경기가 이미 8년째 지속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사도 무척 어렵다는 소식에 접하게 됩니다. 물론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경영이 힘든 회사는 도산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만약 어떤 정기선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면 다시 현재의 동맹에 들어가서 회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동맹선사들 사이에서 신뢰가 깨트려 졌기 때문에 회원사로 다시 넣어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회생된 회사가 동남아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남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북미나 유럽으로 오고가는 화물을 모두 외국 정기선사에 맡겨야 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은 일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해운사들이 호경기에 너무 방만하게 경영을 했기 때문에 오늘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이들을 힐난한 적이 있습니다. 선가가 비쌀 때 건조한 선박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운임의 단가가 높아지고 경쟁력은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도 얼마간은 오늘 양선사가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해운시장이 어려운 것은 우리 선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외생변수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운 경기는 10년 불황에 1년 호황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상상이 가능한 불황이란 불경기의 운임이 기존의 호황시의 운임에서 1/2, 1/3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1/10이 돼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불가항력적 사항이라고 봐야 합니다. 선사들이 내부적 노력으로 회복할 힘이 부족하다면, 외부에서 살려내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해운이라는 것은 결국은 국제경쟁인 것이고 외국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외국의 대표 정기선사는 호경기가 올 때까기 버티는 작전을 펴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해운경기의 역사속에서 10년의 불황 뒤에 찾아온 1년 동안 살아남은 선사는 큰 부자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부터 취해 온 해운입국은 무역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가져가야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현재의 상황은 외생변수의 문제이므로 정부와 국민들이 선사와 함께 지원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대상선이 용선을 준 선주들에게 용선료를 인하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좋은 시도라고 봅니다. 선주, 화주, 용선자, 은행 등은 긴 호흡으로 어려울 때 서로 도와가면서 무역과 해운영업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도움은 관련 당사자들의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세대에서 해운경영과 관련해 꼭 이룩했으면 하는 것이 하나있습니다. 제가 해운에 입문하고 나서도 3번의 큰 경기후퇴가 있었습니다. 해운시황에서 불황의 기간을 줄이고 불황의 골의 깊이를 앝게 하는 전세계적인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해운불경기임에도 투기적인 목적으로 선박선조가격을 활용해 대량 신조발주를 하게 되면 선박의 수요에 비해 공급은 많아지므로 경기는 회복되지 않게 됩니다. 외국의 금융자본들이 이러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면 우리 선사들은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자유경제체제하에서 법률이나 조약으로 규제할 사항은 아님은 명백합니다. 그렇지만, 선박수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세계적인 제어장치가 어떤 형식으로라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의 불황을 이겨낸다고 해도 우리는 10년 뒤에 또 동일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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