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ibustero(필리부스테로)는 스페인어로 약탈자, 해적선을 의미한다고 한다. 1850년대 초 본국인 스페인의 이익에 반해 중남미에서 폭동과 혁명을 선동한 해적들이 필리부스테로였는데,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으려는 반대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막는 방법으로 의사진행 발언을 장시간 하면서, Filibuster(필리버스터)라는 단어는 국익을 해치는 방해자라는 이미지가 의회진행을 방해하는 이미지와 겹치면서 두루 쓰이기 시작했다.

현행 국회법 제106조 2는 ‘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이라는 항목으로 필리버스터를 규정하고 있다. 무제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의장은 요구서를 확인한 뒤 허용해야 하고, 토론 회수는 1인당 1회에 한한다. 무제한 토론의 종결은 요구자가 선포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약칭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192시간 26분 동안 국회의원 38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물론 안건에 대한 표결은 다수결이 원칙이므로, 테러방지법은 지난 3일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소수자의 의사 존중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으나, 필리버스터를 통하여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테러방지법의 내용을 왜곡하고, 한시가 급한 입법을 지연시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국회의원 개인의 선거 운동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파리테러 등의 사건에서 극악무도한 테러행위를 일삼은 IS의 위협은 이미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북한의 테러 위협 역시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국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어원 그대로 Filibustero(필리부스테로, 해적)과 다를 바 없는 국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이다. 이는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남용하는 것에 불과하며, 차제에 국회선진화법을 손질하여 국회의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단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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