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상생 노사협력관계 통해 노·사 윈-윈전략 추구"
산업별 연합단체로 독자적 길 걸으며 상선선원 이익 최대화

 

▲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선원 정책과 제도 개선, 복지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려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하성민 위원장.

Q. 상선선원노동조합연맹에 대한 소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 해상노련 독자체제와 달리 복수 선원노련 체제하에서 상선연맹 출범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상선연맹은 해운업에 종사하는 선원들을 조직대상으로 노동조합 연합단체로 지난 2014년 8월 28일에 설립됐습니다.
선원 노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를 포함하여 현대상선해원노조, 팬오션해상연합노조, 천경해운노조, 흥아해운노조, 현대엘앤지노조, KSS&KMI노조, 우양상선노조 등 굵직한 해운 노조들이 가입돼 있습니다.
조합원은 한국인선원 8천 5백명, 외국인선원 4천 8백명 등 1만 3천명이 넘습니다. 참고로, 현재 외항상선분야에 종사하는 선원들의 수가 한국인을 기준으로 볼 때 1만 5천명 정도입니다.

상선연맹이 기존 해상노련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연맹을 설립한 이유는, 해운과 수산의 산업 구조적 차이로 인한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해운과 수산의 각 선원노동조합이 각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그에 맞는 고유의 산별노동조합을 갖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며, 흔히 말하는 산별 노동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상선원과 어선원은 임금체계와 근로형태, 근로계약 관계, 조직 문화 등에서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정책 방향과 사업내용도 상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충돌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데 여러 방향에서 서로 줄을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힘의 균형이 그나마 있다면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겠지만,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면 나머지 다양한 방향에 서있던 사람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끌려가겠지요.
기존 선원노동운동이 그랬습니다. 방향성 없이 정체돼 있었습니다. 이제 산업별 연합단체로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상선원과 어선원의 이익이 최대화되는 정책들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일각에서는 선원노동운동이 분열함으로써 힘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냐 우려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강력한 연대활동으로 대정부, 대선주 투쟁을 펼칠 것입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조직 경쟁을 하고 노선을 달리하긴 하지만 중요한 정세에서는 공동투쟁을 벌이는 것처럼 선원노동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노동조합이라는 본질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상선연맹을 설립한지 1년 6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만, 이미 정부의 각종 노사정 회의에 공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선주단체인 한국선주협회와 안정적 노사 교섭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선원최저임금, 선원퇴직연금제도, 선원법령 개정 회의,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이사로 참여 등등) 상선 선원을 대표하는 연합단체라는 지위를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획득했다고 자평하고,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선원 정책과 제도 개선, 복지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지난 2월 열린 전국상선연맹 2016년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확대와 조직 강화를 위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그 주요 배경은?

외항상선 분야는 비교적 선원들이 노조에 많이 가입돼 있습니다. 기업별로 노조가 많이 설립되어 있고, 기업별 노조가 설립되어 있지 않은 해운사들은 선박관리선원노조 같은 전국규모의 노조들이 조직화에 힘쓴 덕분입니다. 그래도 외항상선 분야에 조합원이 아닌 선원들이 4천명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에 대한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선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가맹조합의 현장 간부들이 배가 입항시마다 방선해 선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선주 입장에서 보면 당장엔 눈엣가시 같을 수도 있지만, 노조가 협력했을 때 오히려 노사갈등이 줄어들고 일터의 생산성이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주들에게 이런 점을 강조해 협조를 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노조 설립이 어려운 곳은 우리 연맹이 직접 선주를 상대로 해서 해당 사업장 선원들의 근로조건 강화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외국인선원을 고용하려는 선주는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 연합단체의 의견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처럼 미조직 선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면서 고충도 해결하고, 복지사업을 시행하면 선원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스스로 체감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기존의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또는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또 무엇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항선에 승선하는 선원들의 조직화입니다. 내항선은 외항선에 비해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하고, 임금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반면 노조 조직률은 7-8%대입니다. 선원통계연보상 내항선원들은 8천명이 넘는데, 조합원은 다 합쳐서 8백명도 안되는 것이지요. 지난해 세월호 사건에서도 많이 지적됐듯이 내항선원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고령화도 심각하죠. 젊은 선원들이 낮은 임금과 힘든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니까, 고령의 선원들이 낮은 임금으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겁니다. 선박 안전, 특히 여객을 실어 나르는 선박의 경우 선박(여객)안전은 선원들의 처우와도 매우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서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선원직 매력화와 연계해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저임금 정책도 틀림없이 개선돼야 합니다. 아울러 노동조합으로 조직화가 돼야 합니다. 교섭을 통한 합리적 임금책정 없이 회사가 정하는 대로 하다 보니 저임금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 연맹은 외항상선 분야 조직화가 안정화되면 총력을 기울여 내항상선 분야 조직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Q. 상선연맹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화급히 해결돼야 할 숙제를 꼽자면?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벗어나 그나마 마음의 짐을 벗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현대상선이 매각, 법정관리 등 소문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현대상선이 이렇게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만은,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해운업의 현실입니다. 해운업이 어려우면 그만큼 고통은 선원들에게 전가됩니다. 고통분담이라는 명분하에 임금인상이 억제되고, 각종 복지비용이 삭감됩니다. 무엇보다 당장 내일이라도 내 일터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이 가장 크게 다가옵니다. 선원들은 육상 노동자와는 달리 바다에 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구직활동도 어렵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욱 큽니다. 우리 사주를 보유한 선원들은 당장 경제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겠죠.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경제 흐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기업 운영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국적선사 고금리 정책이나 조선업에 대한 무모한 투자 등이 오늘의 위기를 만들었다 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국적선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 선사들에게는 금리를 인하하면서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는 반면, 우리 국적선사에게는 10%대의 높은 이자를 받고 있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4조 원에 달하는 금융지원을 할 당시 조건과 현재 해운산업 금융 지원 조건을 비교한다면 금액에서부터 너무 터무니없습니다. 해운산업이 무너지면 1만 명이 넘은 우리 상선 선원들이 일제히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됩니다. 지금 해운업의 위기는 어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운동의 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습니다. 우선 해운산업을 살려야 하고, 그러자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 선원들의 고용을 안정화시키고, 기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져도 선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완충제도를 마련하자, 이겁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기업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이 있을 것입니다. 호황기에는 선원의 임금 인상보다는 무리한 사세 확장과 투자에 눈을 돌리고, 기업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선원들에게 임금 또는 복지비 삭감을 요구합니다. 이런 부도덕한 행태는 결코 반복돼서는 안됩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 선원들이 선상부재자투표제도를 이용해 투표에 참여합니다. 우리는 각 정당에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하고, 총선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해운 대기업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상황에서 현장 선원들의 불안은 심각할 정도입니다. 해운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지원은 아마 바다에서 일하고 있는 상선 선원들의 강력한 바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처음 시행한 선상부재자투표는 93.8%의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당시 중앙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선상투표에서 선상투표 대상자 7,057명(1,080척) 중 6,617명(1,016척)이 투표에 참여하였으며, 귀항하여 배에서 내렸거나 조업 등의 사유로 선상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은 440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4월 총선에서 두 번째로 시행되는 선상투표의 경우, 지난해 11월말 기준 전국적으로 9,043명이 대상입니다. 해양수산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30일 기준 전국 선박회사는 146개사, 선박은 1384척, 선원은 9,043명입니다.
이 중 부산에 거주하는 선원이 7,787명으로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선원문제 해결을 위해 상선연맹 측과 선주협회 간의 협력관계는 어떠한지요?

2014년 상선연맹 설립 후 같은 해 11월에 한국선주협회와 「국제선박등록법」에 따른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며 「외국인선원 관리지침」에 따른 노사합의서도 정식으로 체결했습니다. 상선연맹은 적대적이거나 일방적 힘의 관계를 지양합니다. 합리적이고 상생의 노사협력관계를 통해 노·사가 윈-윈 하는 전략을 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격한 선언과 추상적인 구호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타당한 근거로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자 합니다.
선주협회 해무위원들과의 노사교섭에서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고, 선주도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현재까지는 큰 쟁점이 없기 때문에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Q.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이나 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선원 인력난이 심각하다고들 합니다. 과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던 시절엔 열악한 근로환경에도 불구하고 선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육상의 임금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근로시간을 고려하면 더 낮은 임금을 받기도 합니다. 거기다 저임금 외국인선원의 확대 도입으로 한국인 선원의 임금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업은 선원 임금을 ‘비용’으로 생각합니다만, 오늘날 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해운국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은 다름 아닌 선원들입니다. 독일에 파견간 광부나 간호사들처럼 나라 경제가 어렵던 시절, 전세계 바다에 나가 외화를 벌어들이고 선진 해운 기술을 국적선에 도입한 사람도 모두 선원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려운 해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5위의 해운국가를 세계 일류 해운국가로 만들 사람들이 바로 선원이라고 인식한다면, 이런 선원들의 임금을 그저 비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투자’라고 간주하고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선원에 대한 고임금 정책과 복지 서비스 강화, 정책적·제도적 특혜 등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며,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절실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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