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인의 對화주 신뢰도 제고 방안 마련 절실
대형 해상사고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대처능력 강화해야

요즘은 교수직에 충실하고자 노력중입니다. 한진사태 이후 학문보다는 업계의 일에 매진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교재의 개정작업, 논문 발표 등이 많이 밀려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늦게까지 이런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할 때에는 뿌듯합니다.
Q.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 직후 여러차례 칼럼을 기고을 통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시는데요?
최근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의 법적 쟁점”을 대한변호사협회지인 “인권과 정의”에 기고해 게재가 결정 통과됐습니다. 이번 8월호에 게재가 됩니다. 동 선박이 국취부나용선이라는 점에서 해사행정법은 모두 기국인 마샬아일랜드 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국취부나용선을 사선으로 보아 한국법이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한 경우는 선원법, 도선법, 선박안전법 등 몇 개 단행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해도 많이 생깁니다. 본선의 나용선자인 폴라리스사가 한국정부에 사고에 대한 보고의무가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 법을 찾아보면 그런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 물론 선원을 고용하는 나용선자에게 보고의무를 부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저는 나용선등록제도를 두어서 외국에 편의치적된 선박이 희망하면 우리나라에 나용선등록을 하도록 하여(편의치적 국가의 등록을 정지시키고) 우리나라 안전관련법을 일괄해 나용선 이상의 선박에 모두 적용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독일이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한국선주들이 선박관리를 느슨하게 하기 위하여 편의치적을 하고있다는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물론 소유권이나 저당권 등은 여전히 편의치적국의 법률을 따릅니다.
Q.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만드는 법안을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회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아서 토론을 이끄는 것으로 압니다만...
예, 저는 금융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업계가 선박금융공사는 부산의 금융업계가 지지하는 것으로 압니다. 보증기능과 톤네지 뱅크의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미 부산에 그런 기구들이 있기 때문에 중복의 느낌을 줍니다. 해양진흥공사는 은행의 기능을 40%, 기타 해운의 기능을 60%로 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해운회사의 자금조달을 도준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봅니다.
다만, 해운회사가 해운산업을 매력화하여 외부의 투자자를 직접모아서 신주발행 등으로 자본금을 늘려가야 튼튼한 회사가 될 터인데, 전체적으로 이런 노력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컨대, 선박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도 많이 늘리면서 해운사가 자체적으로 자본을 늘려나가는 조치를 같이 취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Q. 한진해운 관련 법적 쟁점을 7월 1일 부산서 개최된 상사법학회에서 발표하셨습니다. 특별히 하고자하는 말씀이 있으신지요?
한진해운의 회생절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적 문제점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피해를 많이 본 선박소유자, 얼라이언스, 화주, 도선사, 하역회사, 선박연료유 공급자 이런 자들이 어떠한 손해를 보았고, 이들이 가지는 채권이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 회생담보채권 및 공익채권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구별해 보았습니다.(공익채권자가 가장 유리, 회생채권자는 가장 열악한 지위)
용선된 선박은 관리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관리인이 이렇게 해지한 경우 선박소유자는 남은 용선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집니다. 이 채권은 단순한 회생채권이 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였더라면 한진해운이 고액의 용선료를 가진 선박을 일거에 해결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하여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채권자들은 공평하게 처리되어야 하는데, 선박우선특권법이 각국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적국법을 따르는데, 선박연료공급자의 채권은 우리나라에서는 선박우선특권이 더 이상 아닙니다. 그런데, 파나마에서는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한국 선박에 대한 선박연료유공급자는 단순한 회생채권자이지만, 파나마 선박에 연료유를 제공한 자는 회생담보채권자가 되는 차별이 나타나게 됩니다.
채무자 회생법은 채무자인 선박회사를 회생시킬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은 나용선 선박은 여전히 채무자의 소유선박이아니라서 압류금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만, 미국이나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는 그 범위를 정기용선자에게 까지 넓히고 있었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더 채무자 회생에 유리합니다. 우리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대형 해상사고에 대해 국내 업계나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못해 해운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가 추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대형해상사고의 경우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선주협회, 해운조합 및 한국선급과 같은 기관이 사건에 연결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순수한 민간단체에서 사전에 대책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두어서, 매일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기자들에게 하고, 잘못된 기사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의견을 낼 수있을 것입니다.
이번 VLCC를 VLOC로 개조한 것이 마치 큰 사고의 원인으로 언론이 지목했습니다만, 종강도는 더 강화되어서 적어도 허리가 잘리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한국선급이나 학회 등에서 조기에 발표하여 의혹을 잠재울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선사가 잘 못된 관리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그러한 점을 반드시 지적하는 기능도 민간단체가 해야 할 것입니다.
Q. 한진해운사태가 1주년이 다 돼 갑니다. 우리나라 원양 정기선해운은 회복중인 것으로 보시나요?
저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전체적으로 보아 화물의 물동량이라는 수요보다 선복이라는 공급량이 지금도 많기 때문입니다. 선복이 많은 한은 적정 운임의 달성은 어렵고, 왠만한 회사들은 출혈을 보아야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기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한진해운이 가졌던 물동량도 머스크 등 외국 정기선사들이 대부분 가져간 것으로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화물의 50%는 우리 정기선사가 싣도록하는 대책이 나와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주항로의 경우 국적선 적취율이 20%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기선사와 우리 화주들의 스킨쉽 강화가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저희들 같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위에 있는 교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역비 보장 기금을 마련하여 마지막 항차의 운송물은 반드시 정시에 양륙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도 운송인의 화주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방안입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