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식 국내은행 실력이 떨어지는데 경쟁만 시키면 성장할까?

11월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이다. 금융위는 "무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쟁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길러진다는 평범한 상식이 이번 대책의 골자인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는 금융회사들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찾아오는 반면, 과거에 안주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박근혜 정부의 금융업 청사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칸막이 규제 낮춰서 새로운 금융시장 만들겠다.

금융위는 업종별, 업종 내부의 칸막이식 규제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대표적인 예가 투자중개업, 투자매매업 등 48개로 쪼개져 있는 금융투자업(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관련 인가를 10여개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금융 산업의 발목을 잡아온 주범으로 꼽혔던 규제들이 대거 완화된다.

보험업의 경우 보험사들이 해외 환자 유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복지부와 협의키로 했다. 보험사 수익 창출과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또 보험모집인 등을 통하지 않아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여러 회사의 다양한 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 수퍼마켓'도 추진된다. 해외여행자가 악천후를 겪을 경우 보상하는 등 보험금 1억원, 보험기간 2년 이내의 단기소액보험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 2015년부터는 퇴직연금을 판매한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고객 투자 금을 자사 투자 상품에 넣어 굴리는 행위가 금지된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는 고객 투자금의 50%까지만 자사 금융상품에 편입할 수 있는데, 내년에는 30% 이내로 축소한 뒤 2015년부터는 전면 금지된다.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상장 요건 완화 등 주식시장 진입 장벽도 낮춘다.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 심사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 현행 45일(토·일 제외)에서 20일 이내로 줄일 예정이다. 이처럼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 증권사들이 상장 관련 업무가 늘어나게 된다.

사모펀드를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성장시킬 방안도 추진된다. 사모펀드 관리 방식을 설립 이전 사전등록제에서 설립 이후 사후보고제로 변경키로 했다. 세계 4위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국부 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자산 운용 등을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금융회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도 개선, 국내 자산운용사의 참여 기회를 늘려줄 방침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 대상 확대 등 금융업 '한류' 추진

이번 방안에는 금융업이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업이 국내 시장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이 해외 진출 초기에 실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설 해외 점포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유예기간을 현행 1~2년에서 3~5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또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해외 현지에서 금융지주회사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현재는 금지돼 있다. 은행이 소규모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사전신고 의무도 면제된다. 또 은행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현지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은행업 외에 추가 업무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컨대 증권업 겸업을 허용하는 인도네시아 등의 경우에는 국내법의 겸업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기업-은행권 해외 동반진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들의 할부 금융 등에 국내 금융사들이 동반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큰 예.대 마진, 과도한 각종 수수료, 담보물타령에 익숙한 국내은행들 경쟁만 시키면 성장할까?

금융권에서는 이번 방안에 대해 "고교 야구 선수에게 프로야구 선수들이 쓰는 용품과 훈련시설을 제공한다고 하루아침에 실력이 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완화는 반가운 일이지만, 경쟁을 촉진하는 것은 저금리·저성장으로 활력을 잃고 있는 금융업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면 공과금 자동이체 등이 자동적으로 일괄 변경되는 계좌이동제 도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한 시중 은행 임원은 "계좌이동제가 시행된다면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 인하 등의 출혈 경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그러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는 금융사들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서 정리되면 금융권 전체의 활력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규제 완화로 만들어질 새로운 시장이 금융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듣기에는 참 좋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를 하면서 완화를 위한 규제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한 번 믿어보자.
[수필가 / 이경순 전 KMI 연구위원]

[약력]

・고려대 상학과 졸
・한국은행
・재무부 외환국 근무
・충남대, 목원대 강사
・삼미해운 상무이사
・전 KMI 동향분석실장(연구위원)
・전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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