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흘러 자신의 나이가 50대에 들어섰을 때 지난날의 일들을 되돌아보면 인생이 매우 짧은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인생이 결코 짧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낭비함으로써 인생을 짧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빠삐옹”이라는 영화는 앙리 살리에르 라는 실존 인물의 체험을 토대로 제작한 영화이다. 이를 보면 빠삐옹이 감옥 안에서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구타와 굶주림 그리고 낮에도 빛을 볼 수 없는 캄캄한 감방 속에서 잠이 든 빠삐옹은 염라대왕 앞에서 자기는 사람을 죽인 일도 없고 남의 물건을 훔친 일도 없이 살아왔다고 자신 있고 떳떳하게 항변하였다. 그러나 재판장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물론 너는 살인과는 상관없지, 그러나 너는 유죄야 인생을 낭비한 죄, 인간으로서는 가장 큰 죄지. 그러므로 너에게 유죄판결을 내린다. 금고털이로 아무렇게나 젊은 날을 보낸 끝에 살인혐의를 쓰고 절해고도(絶海孤島)의 감옥으로 내몰린 인생 빠삐옹은 참담하게 고개를 떨구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나는 유죄다, 나는 유죄야. 나는 “인생을 낭비한 죄”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사라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화를 관람한 많은 사람들은 두고두고 그 장면을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인생을 낭비한 죄” 라는 말이 모두의 가슴 속에 강하게 새겨져 잊을 수 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말의 뜻을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빠삐옹은 자유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 위(魏)나라에 양주(楊朱)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사람이 설사 백년을 산다한들, 어려서 안겨 있는 기간과 늙어 아무 힘도 없이 있는 기간이 그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잠자는 시간, 헛생각하는 시간, 아프고 병들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시간들을 제하고 나면 정작 남는 시간은 조금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나에게 아주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양주(楊朱)가 말한 대로 이런 저런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적은 분량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빠삐용처럼 인생을 낭비하는 죄를 짓고 살아갈 때가 많다. 죄 짓고 감옥에 갇힌 삶으로 낭비, 허랑방탕(虛浪放蕩)의 삶으로 낭비, 가치 없는 일을 만지작거리느라 낭비, 어슬렁어슬렁 게으름 피우며 낭비, 늘어져 잠자느라 낭비, 놀기 좋아해서 오락에 빠져 낭비, 발전은 없고 항상 제 자리에서 맴돌며 낭비, 멍하게 헛생각하느라 낭비, 친구의 사소한 일에 함께 어울려 수다 떨고 다니느라 낭비,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분주병(奔走病)에 걸려 ‘바쁘다’고 뛰어다니며 낭비, 원(願)했지만 시도해 보지도 않고 그냥 처박아두고 있는 낭비, 비전과 목표도 없이 바쁘게 시간만 허비하고 다니는 낭비...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낭비의 죄를 짓고 있지 않은지?
누구나 한번뿐인 인생이라고 쉽게 말하면서 그저 무의미하게 흘러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쯤 반성해 볼 일이다.
[이회승 자문위원]

[약력]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권 석사과정 졸업
캐다나 크리스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4년 해운산업연구원 정보자료실장
1992~1996년 기획정보실장, 연구조정실장
1997~2004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정연구위원
2009~현재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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