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는 해상변호사들의 블루오션입니다”
영국 명문로펌 Clyde & Co와 해상법 웨비나 공동주최 ‘뿌듯’
독립적인 해사법원 신설 가시화 주목해야
Q. 해운물류업계 독자분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쉬핑뉴스넷 독자 여러분,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여 가정과 직장에서 평안한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업무에 노고가 어느 해보다 크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는 국민경제와 세계경제가 회복되어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기를 바랍니다.
해운계 대표 정론지인 쉬핑뉴스넷도 맡은 바 소임을 가일층 발전시키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Q. 2020년 해운업계에서 관심을 모았던 주요 사건을 꼽아주시고 올해 해운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작년 컨테이너선업계는 운임이 급등해 대표 원양 국적선사인 HMM이 21분기만에 흑자전환하는 등 업계가 호실적을 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 침체가 가중되는 중에도 희망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흑자 전환이 있자 마자 HMM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다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우려를 표하고 여론이 좋지 않게 되자 잠잠해지는 등 아직 경영에 관한 현안 과제들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KSS해운, 팬오션, 대한해운, SK해운도 알찬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흥아해운의 케미컬 탱커사업 부문의 M&A 추진 과정이 핫이슈였지요. 현재 인수 의향서를 낸 장금상선에 대해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업계가 지속적인 구조조정 중인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스코가 2자 물류 회사를 설립해 해운업계에 진출하려다가 해운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이를 포기한 것도 올해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3자 물류전문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화주들이 자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해운의 전문화 추세에도 역행합니다.
컨테이너 정기선업계는 운임 상승으로 올 한 해 흑자를 보겠으나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선사는 운임이 좋을 때에 흑자를 늘려야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칠 때도 살 수 있는 법입니다. 벌크 업계 등 여타의 선종은 여전히 어렵고 경제 사이클이 언제 올라갈지 확언할 수 없으므로, 이번 위기를 잘 버티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해운업계가 장기 생존성을 높이려면, 단기운송보다는 장기운송계약의 비중을 키우고 최소 운송물량 보장 등으로 적자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해운사가 “을”이다 보니 말처럼 쉽지 아니합니다. 즉 선사는 2자 물류사와도 경쟁해야 하고 때로는 화주사에 대하여도 화물 확보를 위하여 불리한 조항이 들어 있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 등 불리한 지위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가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정립하고 ‘기울어져 있지 않은 공정한 운동장’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한층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의 “한국케미”호 억류에서 보듯이 해운업계는 국제정세의 안정이 절실합니다. 바이든 미국 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또한 국내외 해운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해운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올해는 선원들이 백신 조기 접종을 받았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으로 이뤄지니, 해운업계의 건강이 곧 국민경제의 건강으로 이어집니다.
Q. 작년 조선업계도 손꼽을 주요 이슈들이 많았는데요?
조선업계는 작년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역대급 최저 수주를 하였고 주요 조선소들이 모두 수주실적 도달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형조선소 즉 빅3를 중심으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가 증가하여 중국을 따돌린 점은 의미가 큽니다.
중견조선소는 정부의 지원도 적고 신조 선박의 수주도 만족스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습니다.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거의 대부분의 중견조선소의 주인이 바뀌었거나 바뀌는 중에 있습니다. 그 중 성동조선은 선박블록 등의 제조를 하므로 조선업계에서는 일단 제외된 상태라고 합니다. 중견조선소에 취업한 인력의 숫자가 피크였던 2010년에 비해 절반 정도일 정도로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중국과의 선가 경쟁에 밀리면서 이를 상쇄할 장점을 갖지 못하고 있는 데서 중견조선업의 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국과 가격 경쟁이 어렵다고 보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기술력입니다. 이들 조선소의 새 주인들은 과감한 기술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작년도 국내외 수리조선소에서 스크러버 장착 작업에 관한 분쟁이 많았습니다. 일부 조선소가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주한 데다가, 관련 인력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행통제 때문에 조선소가 위치한 국가에 입국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원만하게 해결됐습니다만, 무리한 수주의 폐해를 보여준 것은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Q. 해상변호사업계의 핫 이슈인 해사법원 신설 추진 상황은 어떤가요?
해사법의 발전을 위해선 독립적인 해사법원의 신설이 절실합니다. 해상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컨센서스가 이미 십 여전 전부터 성립되었습니다. 특히 해사법원 신설에 부정적이던 대법원이 작년에 긍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 큰 다행입니다.
인천과 부산이 자신의 지역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려는 데에 열심이고, 지역간 유치경쟁이 적지 않다고 보여 집니다. 이렇게 되면 해사법원을 신설하고자 하는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우리나라 경제와 해운업 본사들의 대부분이 소재한 서울에 해사법원 본원을 두고, 부산과 인천, 광주에 지원을 두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더 나아가 한국해법학회(회장 손점열)와 한국해사법정중재활성화추진위원회(위원장 김인현)가 중심이 되고 이수진 국회의원 등 뜻을 같이 하는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해사국제상사법원>을 설치, 해사사건 뿐 아니라 국제상사 사건을 국제중재와 같이 유연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해사 법조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방이 외국인이거나 모두가 외국인인 경우 상거래를 하면서 우리나라 국제상사법원에서 처리하겠다고 당사자들이 약정한 경우 해사국제상사법원이 사건을 관할하자는 것입니다. 해사사건과 국제상사 사건은 모두 국제적 상거래이고 전문적이고 신속성을 요하므로 판사를 공유해 하나의 법원조직에 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해사국제상사법원의 사건이 증가하면 복수의 법원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굳이 지역적 유치경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1월 15일 공청회가 성황리에 온라인으로 개최되었고 관련 법안도 2월 1일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름만 전문법원이 아니어야 하므로 해사국제상사법원에 발령 받은 법관은 최소 4년 정도는 해사 사건과 국제거래 사건만 처리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해사국제상사법원이 관할할 사건의 범위도 중요합니다. 해상운송 화물에 대한 클레임, 선박 가압류, 경매, 해상보험금 분쟁 등 통상의 해운 사건 외에, 해운과 관련 일체의 행정소송, 형사소송은 물론, 항공 분쟁, 선박건조 분쟁까지 포함하면 이상적일 것입니다.
Q. 해사중재 등 국제중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요?
중재는 해상변호사들의 블루오션입니다. 제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세창도 정부를 대리, ICC 국제중재를 수임해 소기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해사사건을 법원에서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중재로 해결하는 것이 보다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길입니다. 해사선진국일수록 중재가 주가 되고 법원절차는 보조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런던해사중재협회(LMAA)를 벤치마킹한 서울해사중재협회(SMAA)(회장 정병석)가 발족했고, 대한상사중재원이 부산 아태해상중재센터(APMAC)를 개설하여 해사 전문 중재기관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아직은 사건수가 충분하지 않지만 홍보를 꾸준히 하고 유능한 중재인을 확보하여 조만간 자리잡을 것입니다.
Q. 최근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제가 1992년에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창은 지난 달 영국 명문 로펌 Clyde & Co와 해상법 웨비나를 공동주최했습니다. 감항능력에 관한 2020년 영국 판례, 선주의 유치권 행사, 계약운송인의 책임, 선박회사의 도산 등 흥미로운 주제였는데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은사이신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님과 공저로 1993년에 초판을 발간한 “해상법원론”의 제6개정판을 올해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원고를 다듬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한국해운조합, 한국도선사협회, 한국국제물류협회, KSS해운, 범주해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의 법률고문을 저희 세창이 맡고 있습니다. 이들 공기관과 해운회사들에 충실한 자문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