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 21인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여 검찰은 공소제기와 유지 및 영장청구권만 가지게 하고, 검찰이 담당하는 6개 중대범죄 수사를 신설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권 해체의 최종 단계로 보인다.

법안의 제안 이유는, 검찰의 권한 집중형 수사구조로 인해 권한 남용과 부패 비리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국민의 신뢰가 하락하였으므로 수사구조의 재설계를 통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수청 도입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마치 검찰의 독립성과 권한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의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것에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애초에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은 검찰을 위해 부여된 것이 아니라 국민이 공정하고 적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기 위해, 그리고 권력에 대항하여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중수청 법안에 의하면 중수청장은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최근 인사청문회는 형식에 흐르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15년 이상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로 재직하거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수사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하였던 사람 중에서 중수청장을 임명한다는 것이다.

수사는 고도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인데 법률지식과 전문적인 수사 경험 없이 공공기관이나 대학에서 근무한 경험 정도로 중수청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법조인으로 20년 정도 근무한 경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고 7명의 추천위원 중 여당과 야당이 무려 4명의 위원을 추천함으로써 중수청장 임명에 정치권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검찰이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거나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은 검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권한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문제인데, 검찰 기능의 일부를 떼어내서 다른 조직을 만들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너무나 순진한 것이다.

중수청이 관할하는 6개 중대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 수사 및 공소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범한 범죄” 이다. 공직자 범죄에 대하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중복되어 있고 그 구체적인 내용도 모호해 보인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검찰의 수사권은 사실상 잡범에 대해서만 남게 되는데, 범죄의 수사 인력을 검찰, 중수청, 경찰, 공수처에 분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효율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할 뚜렷한 이유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검찰의 수사 역량을 약화시키는 것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 된다.

대한민국 검찰이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으로서 일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이 거악과 부정부패를 제거하고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오랜 동안 성실하게 수행해온 공도 적지 않다. 검찰 제도에 허점이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해서 검찰의 손발을 잘라내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 돌을 괴고 윗 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어떤 방향으로 검찰조직을 개선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 가치의 수호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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