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산업계 주무부처 효율적 재편 추진해야...해운, 물류, 조선 통합 부처 필요
“법제도의 완비라는 충분조건 필요하다”
해운법에 규정된 對외국정기선사 관리감독권도 철저히 행사돼야
“차기 정부는 해운, 물류, 조선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 부처의 신설을 더욱 적극적이고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해상법 전문가로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해운은 물론이고 물류, 조선업 등 관계자들과의 세미나, 모임 등을 주도하며 다각도의 견해를 경청하고 있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의 일성(一聲)이다.
벌써부터 해양수산부에 있는 해운항만에 조선과 물류가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는 현안과제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현재 해운은 해수부, 물류는 국토교통부, 조선은 산업자원부가 담당하고 산업계에선 비효율적 행정체계라는 지적이 많다.
김 교수는 설득력있는 한 실례를 들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재배한 꽃을 부산항을 거쳐서 미국 내륙에 수출한다고 치자. 꽃은 포장되어 트럭으로 부산항까지 이동된다. 통관이 된 다음 부산항에서 기다리던 컨테이너 선박에 실려서 바다를 건넌다. LA항에서 하역을 한 다음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에 실려 목적지까지 가게 된다. 포장, 통관, 트럭운송, 해상운송, 철도운송이 물류를 구성한다. 해운업의 일부인 해상운송은 선박을 이용한다. 선박은 조선소에서 건조한다. 운송에 사용되는 선박의 건조 가격이 높다면 물류회사는 더 높은 물류비를 화주에게 청구하게 되어 불리해진다. 해운, 물류업 그리고 조선업은 서로 연결돼 있다” 며 하나의 행정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제안은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소는 수출 지향적이라서 내수가 10%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내수 비중이 늘고 있다. 그 비중을 30%로 늘리면 불황기에도 우리 선사들의 건조 수요가 있으므로 조선업은 보다 안정화된다는 것이다. 2자물류회사들이 세계적인 물류회사가 돼 세계로 뻗어 나가 그 해상운송 부분을 우리 정기선사들에게 맡겨 주면 상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무 행정의 통합과 산업 간의 연계 협조체제의 유지만으로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법제도의 완비라는 충분조건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나라 조선업이 2000년대 해양플랜트에 진출할 때, 발주자가 쉽게 계약 내용을 변경하도록 허용해 큰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 조선소에서 수령한 선수금을 발주자에게 돌려준다는 보증서인 선수금환급보증서(RG)의 법적 성질을 잘 몰라서 발행자인 국내 은행들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는 것. “국제경쟁력의 관점에서 본 법제도의 완비란 각종 해운, 조선, 물류 관련 계약 체결에서 우리 기업이 불리함이 없어야 한다”며 “예측 가능하도록 법률이 정비되고, 국내기업이 불리하지 않도록 법제도를 정부가 해석·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고 언급.
지난 1974년 개발도상국의 제안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던 정기선운항 시장점유율을 양당사국 40 대 40 그리고 제3국이 20으로 비율을 정하는 ‘정기선헌장(Liner Code)’이라는 조약이 만들어졌다. 개발도상국은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다. 운임동맹은 100년 정도 인정되다가 유럽 국가들의 주도로 와해되고 말았다. 그 배후에는 정기선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정기선사들이 있었다. 이들 대형 정기선사들은 운임이 자유화되면 자신들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운임동맹이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운임이 자유화된 결과,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CGM과 같은 유럽 정기선사들이 세계 1, 2, 3위가 됐다. 반면 일본, 대만, 한국은 여전히 운임동맹을 허용해 유럽 대형 선사의 시장지배력에 대항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자신들의 국익을 지켜 온 사례들이라고 지적.
최근 선박의 부족으로 수출입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및 미국의 경쟁법 당국이 정기선사 측에 잘못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항구에서의 병목현상으로 선박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와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가수요가 일어나 선박이 부족하게 된다. 병목현상이나 수요는 갑자기 생기지만 선박은 건조에 1~2년이 걸린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일어난다.
김 교수는 “국제적인 가수요에 대비, 예비선박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렇게 예비선박을 확보해 운임 폭등을 막으려면 정기선사들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운임동맹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맹을 폐지한 결과 유럽선사들은 과점화를 시도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했다. 최근 미주와 유럽항로는 운임이 5~10배가량 인상됐지만 운임동맹이 허용되는 동남아항로에서는 운임 인상이 2배에 그친 근본 이유라는 것.
“우리 정부는 해운법 제29조의 운임공동행위를 허용하는 현행제도를 미국, 일본, 대만과 같이 더 잘 발전시켜 이를 국제적인 표준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해운법에 규정된 외국정기선사에 대한 관리감독권도 철저하게 행사해서 이들이 당초 약속과 달리 우리 항구에 결항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문화된 1974년 정기선헌장도 우리가 먼저 개정을 발의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야 한다”
김인현 교수는 법제도의 완비를 통해 우리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정부가 전향적 방패막이 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