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의 현재좌표와 미래좌표
우리나라 해운은 과거 2번의 대호황의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 발발된 해운 호황이다. 이때 우리나라는 새로히 창설된 해운항만청의 독려로 급격한 국적선대 확충으로 선복 부족을 대처하였다. 한국 국적 선대는 1961년의 100,000GT에서 1986에는 8백만GT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1978년부터 1982년 사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중고선박 구입에 대하여 은행 지급보증을 공여하였다. 이 결과로 3백4십만GT의 선박이 구입되었다. 이때 런던에서는 한국선주들 끼리의 과도한 구입 경쟁으로 코리안 프레미엄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중고선 가격은 급등하였다. 이후 오일 쇼크가 진정되면서 시황은 급격히 냉각되었다. 그러나 한국해운은 고가에 구입한 노후 중고선박으로 인한 과도한 연료비를 포함한 운항비의 부담과 고가로 중고선을 구입하였기 때문에 과중한 자본비 부담으로 해운시장에서 폭락하는 운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한국해운은 총체적 파국 국면에 처하게 되었고 결국 정부는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를 통해 한국해운을 항로별로 3개의 군으로 나누어 통페합 조치를 취하였다.
두 번째의 호황은 2003년부터 시작된 중국 붐에 의한 해운 호황이다. 특히 우리나라 해운은 단기 용선과 기간 용선을 통한 선복 확보로 적기에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2008년 9월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야기된 세계적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은 급격히 냉각되어 기간 용선한 많은 선주들이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기된 예상치 못했던 해운 호황은 8월 초 상하이발 미국 동해안 컨테이너 운임이 2만 달러를 넘어서고 미국 서부는 2만 달러 그리고 유럽노선은 1만4천 달러선이다. 2020년 1분기에는 미국 서해안 운임이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으로 1,500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이러한 운임의 폭등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 서부 항만에서 시작되어 미국 전 지역에 걸쳐 발생 중인 해운 공급 체인의 혼란이 그 원인이다. 스에즈운하 폐쇄 사건 이후 이제는 코로나가 글로벌 공급 체인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미국행 선박 부족과 공 컨테이너 부족 현상과, 물류처리 시간의 지연은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키고 있다.
현재의 물류대란을 분석해 보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물동량의 급증이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와 가정학습 등 실내생활이 증가하여 이에따라 파생적으로 발생된 가전제품 등 관련 제품 수요증가와, 특히 TV, 세탁기,건조기 ,냉장고 등의 생활가전 제품의 폭팔적인 수요증가는, 해당 제품을 시중에서 바로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였다. 둘째는 이러한 수출물량 급증의 극단적 변화이다. 컨테이너 정기선은 일정한 물량이 정기적으로 발생할 때를 기준으로 선적공간을 배정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급작스런 물동량의 변화는 큰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발생 직후 국제 무역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여 컨테이너 정기선 선사들은 운영 선박을 30% 정도 감축하였고 선박 운영 스케줄도 대폭 줄여 사태에 대비하였다. 그러나 여름부터 화물 물동량이 폭증하여 일시에 항만 터미널로 몰려들면서 컨테이너 터미널의 혼잡으로 적체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터미널의 특성상 터미널의 수용 능력을 단기간에 늘릴 수도 없고 한 부분에서 적체가 발생되면 전체 터미널의 적체로 파급되는 특성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분야 인력의 감축 현상이다. 10만명이상의 선원이 선박에서 하선하지 못하고 있으며 항구, 터미널, 창고, 내륙 컨테이너 기지 등 모든 물류 관련 시설에서 20-30%까지 인력이 감축된 채 운영되어와서 물류 처리 속도를 늦추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기존과 대비하면 터미널 정박까지는 5일 컨테이너 하역에 5일, 그리고 컨테이너 픽업에 1-2일 추가로 소요되어 LA 항만과 터미널에서 평소 대비 약 2주가량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의 코로나 백신 접종의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심리의 회복에 미국의 경기 부양책까지 시행되어 미국의 물동량 성장률은 +2.1%부터 +8.5%까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컨테이너 선박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해상운임의 고공행진으로 선사들은 노후 선박의 폐선을 줄이고 신조선의 조기 인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체선복량을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신조 발주는 6년래 최고치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신조 발주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2021년 컨테이너 신조 발주량은 2015년 4분기이래 최고 수준인 약 170만TEU 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조선 건조량은 금년에 94.5만TEU로 9.3%증가 하고 내년에는 63.1만TEU 그리고 2023년이후 2025년까지 신조 선박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과거 컨테이너 선박의 고질적인 선복과잉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경우 지난해 HMM(구 현대상선)이 신조한 컨테이너 24,000TEU급 대형선 12척이 모두 건조되어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지는 않고 있다. 또한 금년에 8척의 1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이 순차적으로 건조되어 미주 라인에 투입되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을 위한 적기 선복 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만약 우리 선박이 없이 외국선에만 의존하였을 때를 가정하면 우리 무역업계는 한진사태 때와 같은 물류대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는 과거 현대상선 경영진이 힘겹게 정부 및 산업은행을 설득하여 대형선 20척이라는 획기적인 거대사업을 실현시킨 그 노력이 마땅히 평가 받어야 한다.
신조선 덕분에 HMM은 작년도 1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었으며 이는 10년만의 흑자 기조를 실현 시킨 것이다. 금년도 영업이익은 이미 1분기 실적이 작년도 총영업이익인 1조를 넘어서고 있어서 금년도는 5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0년 5,7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3조 8,426억원을 달하였고 도저히 소생의 가망이 없어 보였다. 획기적인 과감한 조치가 없이는 한국의 원양정기선 해운은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까지 소멸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때에 컨테이너 대형선 20척의 일시 건조라는 비상의 전략을 세우고 정부를 설득하였으나 이에 대해 선복과잉과 한정된 국가재정의 편중 지원이라는 비판으로 많은 반대가 있어왔다. 외국 선사들과 연구소들도 이미 심화된 선복과잉을 더 악화 시킨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재정의 편중지원과 현대상선의 마케팅 능력의 부족을 주이유로 반대하였다. 반대의 논리인 힘에 부치는 대형선을 일시에 건조하기 보다는 1척, 2척 기간을 두고 건조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정기선 운항에 필수적인 얼라이언스(정기선사연합체) 가입을 위해서는 우리의 존재가 위협이 되지 않고서는 어느 얼라이언스도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 곳은 없었다. 얼라이언스는 가입된 선사들 끼리 투입된 선박을 공동 운항하고 선박의 스페이스를 서로 나누어 사용하기 때문에 마케팅 부담을 나누어 가지고 여유의 선박을 가지고 더 많은 항로에 서비스할 수 있어서 폭넓은 서비스 네트워크로 화주에게 서비스 할 수 있는 것이다.
HMM이 12척의 유럽항로 서비스를 위한 24,000TEU 적재선박과 8척의 16,000TEU를 적재할 수 있는 미주 서비스 선박의 건조를 국내 조선소에 일시에 주문하여 우리의 의지를 구체화하자 이는 우리가 얼라이언스에 가입이 안 되더라도 독자 운항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인 것이었다. 그러자 우리의 존재가 현실적인 위협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드리는 것이 이익이라는 계산이 우리의 THE Alliance 가입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제는 THE Alliance에 가입된 모든 선사가 우리 대형 신조선의 스페이스를 공동 이용할 수 있어서 우리 신조 대형선이 만들어 내는 10%이상의 원가 경쟁력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THE Alliance 가 서비스하고 있는 남미, 중동, 지역까지도 우리의 서비스 영역을 넓힐 수 있어서 국내 화주에게도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세계해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운에 닥친 중대한 도전은 환경문제와 새롭게 재편되는 Supply Chain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경쟁 수단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있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IMO의 황산화물 규제는 선박의 HFO의 연료사용을 스크러버를 장치하지 않으면 사용을 금지하였고 그 외는 값비싼 저유황유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는 선박들의 연료비용을 40-50% 크게 증가시켜 노후선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하여 EU는 2023년부터는 신조선에 적용하는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와 동일한 탄소 배출규제를 기존선에도 규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결정적으로는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의 시행으로 선박이 실제 운항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을 등급을 부여하여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저효율 선박의 퇴출을 강제화하는 강력한 조치로 노후선에 대한 치명적 조치가 될 것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Global Supply Chain 상에 나타난 대혼란은 기존의 Supply Chain에 대한 재고찰과 심도있는 대안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 야기 되고 있다. 이제까지의 Supply Chain의 목표는 더욱 단순화하고 속도를 증가시키는 파이프라인과 같은 Seamless Supply Chain의 구축이었으나 코로나로 발생한 현상은 한구간에서 발생한 비효율성이 전구간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Flexible and Resilient) Supply Chain을 구상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사고와 행동의 틀을 깨는 혁신적 Idea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Supply Chain 은 더욱 Simpler 하고 여러 가지 관련 요인을 흡수할 수 있는 Complex한 서로 상반된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조달 Source가 Goblaization으로부터 Localization으로 변화에 갈 것이다.
현재의 컨테이너 대형선 서비스는 2012년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선사에 의해서 주도된 것으로 우리나라 대우조선해양에 일거에 12척의 18,000TEU를 건조함으로서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적재능력과 그에 따른 TEU당 원가 경쟁력을 구현하고 16노트정도의 저속에 알맞은 경제적인 엔진과 처음으로 환경 친화적인 설비등으로 시대에 앞서가는 전략으로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 후 모든 선사가 대형화에 사활을 걸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5년 후는 어떠할가? HMM이 여전히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우리가 머스크같은 획기적인 전략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다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기업은 이미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필요한 운송업자를 독자적인 Supply Chain 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제는 어떤 Supply Chain에 속하여야 되는 가가 운송업자의 존립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Supply Chain에서 해운의 현재의 운항시간은 너무 느리다 그렇다고 항공운송 비용은 너무 비싸다 항공운송 비용보다는 저렴하면서도 현재의 해상 운송기간 보다는 획기적으로 빠르면서도 대량운송이 가능한 수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수요를 만족 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한때 월남전에 군수품을 운송하였던 SEALAND 미국선사는 34노트의 속도로 미국 롱비치 항서부터 베트남 다낭까지 운송한 적도 있다. 우리도 현재 16노트에서 27노트 정도로 운항하면 부산/롱비치항을 일주일에 운송할 수 있다. 이러한 운항기간의 단축은 프레미엄 해상운임을 적용할 수 있어 추가된 연료비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정규모의 컨테이너선을 환경 친화적이고 완전 자동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선박을 건조하여 운항한다면 우리는 비로소 추종자로부터 선두자의 역할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세대 선박에 대한 준비 뿐만아니라 현재 화급한 화두가 되어있는 Digitization, Data Science, Platform, AI 그리고 그외 첨단 기술을 우리 해양산업에 신속히 수용하고 도구화 하는 것이 앞으로의 우리 해양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좌표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