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과 해양진흥公서 터득 노하우 활용...국내선박금융시장 도약에 진력

국적선사, 미래지향적인 안정적 선대확보 구조 체제 정립해야

아시아역내시장 안정적 피더망 확보 원양항로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

초호황 시 확보 잉여유동성, IT시스템 업그레이드와 터미널 확보 집중 투입 필요

 

 

조규열 사장
조규열 사장

Q1. 먼저 해양진흥공사의 본부장 3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로선박금융(주) 대표이사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해양수산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설립된 해양진흥공사의 컨테이너사업 부문 초대 본부장으로서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조심스럽게 평가해 본다면 2021년 상반기 HMM의 어닝서프라이즈 시현, K2 통합법인(장금상선과 흥아라인)의 성공적 안착 등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상 컨테이너부문의 주요 정책과제가 무난하게 이행된 것 같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전 설립된 해양진흥공사는 초창기에 금융업계, 해운·조선업계, 연구기관 등 다양하고 이질적인 기관에서 온 직원들로 출범해 신설조직이 일상적으로 겪는 문화와 관행 차이로 다소간의 혼란을 겪으면서 순조롭게 정착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수년간의 시황 침체로 대부분의 원양컨테이너 선사들은 영업적자를 지속하면서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해양진흥공사의 강력한 해운정책 이행 의지, 해양수산부의 전폭적인 협조, 그리고 2020년 하반기 이후 컨테이너 시황 호전 등에 힘입어 HMM은 2021년 상반기 중 약 2.5조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등 우리나라 컨테이너선 업계가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세계로선박금융(주)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저는 세계로의 현 상황이 3년전 해양진흥공사의 신임 본부장으로 부임했던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선투법 선박펀드가 자통법 선박펀드에 비해 거래구조나 절차 등의 면에서 해운사의 선호도가 낮아 대규모 신조 발주 거래는 자통법 선박펀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선박금융시장에서 후순위 투자자 모집이 수월하지 않고 5개 선박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해 해진공이 추진하는 소규모 S&LB(세일 앤 리스백, 선박 매입후 재대선) 거래의 운용사 수수료 수준도 계속 낮아지는 등 선박운용사의 사업 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완비된 조직보다는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은 조직에서 세계로 임직원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제가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소 도전적인 저에게는 오히려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더 나간다면 지난 36년간 수은과 해진공에서 터득한 선박금융과 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각종 추진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우리나라 선박금융시장의 한걸음 도약에 일조한다는 자세로 3년의 임기를 채우고자 합니다.

Q2.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선박금융 펀드 운영사인 세계로선박금융(주)에 대해 상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세계로선박금융(주)은 지난 2002년 3월 선박투자회사법이 제정된 이후 한국선박금융(2003.2)과 KSF선박금융(2003.12)에 이어 설립된 이래 선박금융 펀드의 운영과 관리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2021년 8월 말 현재 회사의 자본금은 약 80억원이며 주요 주주는 창명해운(36.3%), 삼성물산(16.6%), 소울베이코리아(15.0%), 우리은행(12.5%), 미래에셋증권(8.8%)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임직원 수는 대표이사인 저를 비롯해 총 11명이며 현재 인력 보강을 위해 약간 명의 전문가 영입을 위한 신입 및 경력 직원 공모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세계로의 사업실적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53개(67척)의 선박펀드를 운용 및 관리해 왔으며, 재무현황은 2020년 말 기준 자산 83억원, 부채 1억원, 자기자본 82억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입니다. 세계로가 여타 선박운용사와 차별화된 점은 세계로가 선투법에 의한 일반 선박펀드 외에도 해수부가 주관하는 연안선박 현대화펀드(2016년)와 원양어선 안전펀드(2019년)의 전담 운용사로 지정돼 정부 정책펀드를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1년 8월 말 기준 세계로가 운영 및 관리하고 있는 총 펀드 규모는 모두 28개이며, 이중 정책펀드는 연안여객 현대화펀드 7개(정부 출자금 : 1,723억원)와 원양어선 안전펀드 5개(정부 출자금 : 420억원)가 있으며, 일반 선박펀드 8개(12척, USD490백만)와 해진공 선박 S&LB 8개(8척, U$63백만)가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로는 선투법에 의한 일반 선박펀드 외에도 해수부의 2개 정책펀드를 운영 및 관리함으로써 해수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중 연안선박과 원양어선의 현대화 추진 과제를 금융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해운사에 대하여는 해진공의 S&LB 지원 선박을 운영 및 관리함으로써 세계로는 해진공의 코로나 지원대책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Q3. 금년 세계로선박금융(주)의 사업성과와 함께 후반기, 내년도 주요 사업 추진계획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금년 상반기 중 세계로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교체 추진 등으로 사업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8월 초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를 포함한 감사, 사내외 이사 등 경영진이 전면 개편되어 분위기 쇄신에 나섰고, 지금은 영업인력 보강을 위해 신입 및 경력직원 모집 공고절차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세계로의 주주사이며 자산운영사(금년 10월 등록 예정)인 SBK Partners의 핵심 인력이 세계로의 경영 쇄신 작업을 측면 지원하고 있어 신규 인력이 보강되는 금년 4/4분기부터는 신임 경영진에 의한 정상적 영업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로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간략히 말씀드리면 첫째, 해수부의 연안선박 현대화 펀드와 원양어선 안전펀드 등 정책펀드 전담팀을 강화해 해수부의 정책펀드 전담 운용사로서 정책펀드 활성화와 연안선박 및 원양어선 현대화 추진계획을 밀착 지원하고자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연안선박과 원양어선에 대한 산업분석 역량을 키우고 선박금융 기법에 대한 자문 기능을 강화, 세계로가 연안선박과 원양어선 업계에 대한 선박금융 전담 운용사로서 특화할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더욱 정비할 계획입니다.

둘째, 최근 자산운용사는 자통법 상의 선박펀드가 선투법 상의 선박펀드에 비해 절차나 비용 등의 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짐에 따라 대규모 거래의 선박 펀드 부문에서 그 입지를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선박운용사인 세계로는 선투법에 따른 선박펀드의 문제점을 해수부와 협의해 계속 보완해 나가는 한편, 세계로의 주주사인 SBK Partenrs와 협업을 통해 여타 자산운영사와의 영업경쟁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SBK와의 공동 영업 및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영업 시너지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양금융 전담 종합 금융사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셋째, 해진공의 비운항 선주사업과 관련, 세계로도 해운사 출신 인력을 충원해 BBC 사업에 따른 리스크 분석과 관리 역량을 높여 비운항 선주사업에 적극 동참하고자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가 중장기적으로는 경기역행적 선박투자 사업도 추진함으로써 Commercial Tonnage Provider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세계로는 지금부터 차근히 준비, 2022년부터는 철저한 성과급제를 도입해 기본급은 최소화하되 개인별 성과에 따른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가 임기를 마치는 3년 후에는 세계로를 작지만 강한 그리고 직원 모두가 전문화된 가장 효율적인 선박운용사로 변모시킬 계획입니다.

Q4. 사장님은 한국해양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고 지난 36년간 한국수출입은행, 해양보증보험, 해양진흥공사에서 해운·조선업계 금융지원과 구조조정 업무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정통 선박금융 전문가로서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을 평가하신다면?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해운은 위기에 직면했으나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18.4) 수립,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18.7)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한국 해운산업의 위상을 조기 회복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HMM은 초대형 ‘컨’선(20척)을 토대로 ’20년 중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금년 상반기에는 약 2.5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중소‧중견 컨테이너 선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원양항로의 강세장이 아시아 역내로 전파되면서 금년 상반기 중 큰 폭의 영업이익 창출을 시현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운재건 5개년 계획 기간의 절반 밖에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해 본다면 실적 개선과 선복량 확충*의 두 마리 토끼를 거의 다 잡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조기 달성은 2020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컨테이너 부문의 운임 급등에 주된 요인이 있겠지만 이전과 다른 몇가지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첫째, 2018년 해양진흥공사의 설립과 더불어 해수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신조 발주, K2 통합 등 과감한 해운정책을 수립하고 해양진흥공사는 이러한 정책과제를 금융적 측면에서 이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당시 해수부는 자체적인 금융적 툴(tool)이 없어 애로를 겪었으나 이제는 해양진흥공사라는 금융기관을 확보하고 있어 정책과제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사태에서도 해수부는 코로나19 대응방안을 즉각 수립하고 해양진흥공사는 회사채 인수, S&LB 상환유예 및 지원확대,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후순위채 매입 및 신보 기금출연 등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즉각 시행한 바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해수부는 우리 해운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자체 위기극복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 K2 통합이나 흥아해운(케미컬 탱커부문) M&A와 같이 통상의 금융기관이 금융적 논리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해운 정책과제를 해양진흥공사는 산업적 논리를 가미하여 시장실패 기능을 좀 더 보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구조조정 선사에 대한 부족자금 지원 등 「제한된 지원과 철저한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한 지원과 철저한 관리」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반드시 살려야 하는 구조조정 선사의 경영정상화 추진 방식이 한단계 성숙됐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해양진흥공사의 지원범위가 선박금융에 그치지 않고 회사채 인수, 컨테이너박스 리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는 점입니다. 우선, 선사의 부족자금 지원 방식도 영구채 인수 방식을 통해 선사에 대한 자본확충과 유동성 지원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외에 선박 S&LB과 회사채 인수 등 다양한 지원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도 선박 외에 터미널, 물류단지, 컨테이너박스 등 해운산업 전반에 걸친 지원제도를 구비해 해운산업 전담 금융지원기관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①경쟁력 있는 서비스・운임에 기반한 안정적 화물확보, ②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을 통한 해운경쟁력 복원, ③선사간 협력강화 등 지속적 해운혁신을 통한 경영안정을 기본 추진방향으로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다소 미흡한 면은 있으나 원양 컨테이너 부문에서는 HMM이 THE Alliance 가입을 통해 선대 확충에 따른 안정적 화물 확보 기반을 마련했고, 초대형선 20척이 모두 인도되어 만선 출항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 상반기 중 약 2.5조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함으로써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중간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5. 사장님은 해양진흥공사 본부장 시절 컨테이너선 사업 부문을 총괄하셨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컨테이너 선사들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황은 언제 급변할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정기선업계가 화급히 해결하여야 할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저는 해양진흥공사에서 보낸 3년의 대부분을 정책지원본부와 컨테이너본부를 담당해 개별 선사에 대한 금융지원 보다는 HMM 경영정상화, K2 통합 추진, 컨테이너박스 리스플랫폼 구축, 친환경설비 이차보전 프로그램 구축, 선화주 상생 등 정부의 주요 해운정책 과제를 이행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국내 선사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해야 하는 세계로선박금융(주)의 사장으로서는 당시 선사 최고 경영진분들에게 개별적인 금융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 기회를 갖지 못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매우 아쉽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컨테이너선과 벌커선 부문은 운임 급등으로 HMM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사들이 금년 상반기 중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에서 늘 교훈을 삼듯이 이러한 호황 국면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알파라이너 금년 8월호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24.6백만TEU(5,461척)인데 반해 신조 발주량(Orderbook 기준)은 5.2백만TEU(593척)로서 현 선복량의 약 22%에 달합니다. 또한 신조 발주 선박 중 10천TEU 이상의 대형 선박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선박 인도도 2023년부터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컨테이너선 선복량 수급에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아울러 지금의 비정상적인 고해상운임의 장기화와 지속되는 물류망 정체는 글로벌 SCM (Supply Chain Management) 체제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류비 부담이 과중하여 부가가치 낮은 상품의 수출을 포기하거나 지역내 생산망 구축 등 글로벌 SCM 체제가 변화돼 조만간 글로벌 물동량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동향을 보면, 최근 초대형선의 대량 발주로 정기선 시장에서의 치킨 게임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MSC(금년 100만TEU 중고선 매입 추정)와 Evergeen(대형선 20척 및 피더선 30척 신조 발주)은 선복량을 압도적으로 확대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Maersk(선대 기확충 → 물류망 지배 확대)는 운임 및 서비스 경쟁에 더해 글로벌 물류망 지배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는 국내 컨테이너 정기선업계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지금과 같은 호황 국면에서 확보한 잉여 유동성은 선사별로 향후 글로벌 영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우선 분야, 예를 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IT 시스템 업그레이드나 터미널 확보 등에 집중 투입돼야 하며, 내부적으로는 항로 재구성, 선박관리 등에 대한 효율성 제고와 비용절감을 통해 향후의 치킨 게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과거 우리 선사들의 파산 사례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이 시황편승적 선박투자(용선 포함)로 인한 고원가 구조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 우리 연근해 선사들은 시황 상승기에 잠시 호황을 맞이하기는 하나 단기 용선계약이 종료되면서 대체선박 확보가 어려워 고원가 장기용선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원가 장기용선선박은 시황 침체 시에 대규모 손실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데 국내 선사들은 차제에 미래지향적인 안정적 선대 확보 구조 체제를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글로벌 생산기지는 최근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각국으로 이전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피더망 확보는 원양항로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Maersk는 1999년에 Sealand를 인수하여 Dedicated(전용) Feeder를 확보했고, COSCO는 홍콩의 OOCL(2017년), CMA-CGM은 싱가포르의 NOL (2016년)을 각각 인수해 아시아 피더망을 구축했습니다.

또한 Evergreen은 최근 아시아 역내 피더망 구축을 위해 피더선 30척을 이미 발주해 놓은 상태입니다. HMM은 현재 Dedicated Feeder가 없으며 단기 용선 방식으로 피더를 구성하고 있어 원가구조가 취약하고 효율적 피더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제는 피더망 구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며 국내 연근해 선사와 상생 협력을 하거나 아니면 국내 연근해 선사와 경쟁이 없는 항로에 대해서는 신규 피더선을 발주하거나 특단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IMO는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선박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등 해양환경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온실가스(CO2) 규제도 강화(‘50년까지 ’08년 대비 50% 감축)할 예정인바 우리 선사들은 친환경선박 전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법과 관련 국내외 컨테이너업계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아시아 각국에도 우리와 유사한 공정거래법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에게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도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바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은 해운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Q6. 마지막으로 정부 관계당국이나 해운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이미 앞 부분에서 우리나라 해운업계와 관련한 내용은 대부분 언급이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선박운용사 대표로 새로 취임한 만큼 이 자리를 빌어 우리나라 선박운용사의 애로사항과 개선방안에 대해 간략히 건의드리고자 합니다.

선박운용사는 2002년 선박투자회사법 제정 이후 KOMARF(한국선박금융, 2003), KSF선박금융(2003), GMF(세계로선박금융, 2005), KMARIN(국제선박투자운용, 2005)의 4개사가 순차적으로 설립됐고 이후 캠코선박운용(2009)이 설립돼 현재 총 5개사가 영업 중입니다. 초창기에는 개인투자자의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의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2004~06년까지 총 49개 펀드(55척, 2,8조원)를 출시하는 등 선박펀드가 활발히 조성됐으나 2015년 세제혜택 폐지 이후 공모에 의한 선박펀드는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더욱이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서 자금과 인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자산운용사는 다양한 투자자산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습니다. 또한 자통법 상의 간소한 인허가 절차 등의 장점을 활용해 선박 자산에 대한 펀드 조성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투자대상 자산이 선박에 국한돼 있는 선박운용사들은 선투법 활용도가 낮아짐에 따라 생존을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을 하게 되는 등 영업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그동안 자문업무 추가 등 몇차례 선박운용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한 사례가 있었으나 투자대상 자산 측면에서 선박운용사가 선박에 한해 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은 뭔가 아쉬움이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는 다양한 투자자산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자통법 상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운 전문인력 부족,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 등으로 선박 매각, 용대선 등 선박의 Event 발생 시 효율적인 사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기 곤란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선박운용사는 해운 전문인력도 확보하고 있고 투자자산도 선박 만을 대상으로 운용하고 있어 펀드의 운용 및 관리 면에서 전문성과 효율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만, 비용과 절차 등을 고려하여 일부 선사와 금융기관이 자통법에 따른 선박 펀드를 선호하고 있는데, 향후 선박운용사와 자산운용사 간의 역할 재정립과 선박펀드의 서비스 제고 등의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몇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선박운용사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여 정부(해수부 등)의 이차보전, 손실보전 등 공적재원이 투입되는 선박 거래와 관련하여 조성되는 선박펀드는 선투법에 따른 SIC 구조를 의무화하고 동 펀드의 운용 및 관리는 선박운용사가 전담케 하는 정부의 선박운용사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선투법 상의 펀드 인허가 절차 개선 등의 보완조치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선박운용사의 투자대상 자산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합니다. 현재 선박으로 국한되어 있는 선박운용사의 투자대상 자산 범위를 해양 관련 컨테이너박스, 터미널, 물류단지 등으로 확대하여 해양관련 자산은 선박운용사가 기타 자산은 자산운용사가 취급케 함으로써 산업별 특성화와 전문성을 확보토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 경우 선박운용사는 가칭 「해양운용사」로 그 명칭을 변경하고 선박운용사로서의 인가 외에 별도의 자산운용사 등록을 필요로 하며, 선박 펀드는 선투법을, 기타 해양관련 자산 펀드는 자통법을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는 현 선박운용사를 해양 전담 자산운용사로 육성ㆍ발전시켜 중장기적으로 우리 해운업계에 대한 금융서비스제공 능력을 제고시키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는 해양운용사가 선박은 해수부, 기타 해양관련 자산은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 겸업사업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부 양 주무부처 간의 긴밀한 사전 협의와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셋째, 현재 신조 또는 중고선 선박펀드 거래와 관련 선박운용사와 자산운용사 간 프로젝트 수주 경쟁이 뜨겁고 선투법에 의한 선박펀드의 경우에도 선박운용사 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수수료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결국 프로젝트 수주는 수수료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수수료 경쟁은 결국 금융서비스 및 운용사 부실로 이어져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박운용사 간 협의를 통해 금융주선이 포함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상품별(S&LB, 선박펀드, 비운항선주사업 등), Event(선박매각, 용대선 등) 발생 시 개별 수수료 등에 관한 적정 수수료율 범위를 정하고 선사는 개별 선박운용사의 workscope, 서비스내용과 수수료율에 대한 평가를 통해 선박운용사를 최종 선임하는 방식으로 운용사 선정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5개 선박운용사 사장단 정기 간담회(격월 1회)를 활성화시켜 선투법 상의 절차 간소화 등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선투법 선박펀드 거래에 대한 조세리스 적용 등 혁신적인 신금융기법의 도입방안도 논의하는 등 선박운용사의 발전 방향과 미래 청사진을 같이 고민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에 건의하는 등의 자구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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