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최근 국민 여론에 반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허위 · 조작 정보 보도, 편파적 기사, ‘찌라시’ 정보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내세워 제안되었다. 한편 개정안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받는 핵심 내용은 허위 · 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은 자에게 실제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등 보수와 진보가 드물게 한 목소리로 개정안은 독재정권 시절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국제 언론단체와 유엔 인권이사회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가 크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반대에 부딪치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수 차례 수정 끝에 2021. 8. 25.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회부했는데, 논란이 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대로 남아있어 야당은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에 여야는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9. 27.로 미루고 논의 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보도의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하여 손해액의 5배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도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고, 언론중재위원회나 민사 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를 청구하여 피해자의 손해를 구제받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번 개정안은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일반 민법상 손해배상과 달리 언론보도 피해자에 대하여만 실제 피해의 5배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고의·과실이 없다는 입증을 언론이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불법행위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불법행위 입증책임의 원칙에 반한다. 보도대상에 대하여 필연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을 고려하면 어떤 보도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 있다.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보도한 경우나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또한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개념이어서 구체적이어야 하는 법률에 담기는 부적절하다.
나아가 개정안은 열람차단청구권 제도를 신설하여 “언론보도의 제목이나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언론보도의 내용이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性的) 영역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언론보도가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 언론보도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전체적인 맥락”, “주요한 내용”, “사생활의 핵심영역” 등 법치국가의 원리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권력자나 강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보도에 대해 얼마든지 쉽게 제동을 걸고 보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언론에 의하여 전 정권의 실정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면서 수립될 수 있었다. 특히 언론에 관해서는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언론장악 정책으로 인하여 국민들이 국가의 언론통제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을 강하게 품어왔기 때문에,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를 희망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 정권이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강력한 언론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악법을 들고 나온 것을 보니 매우 실망스럽다. 자유로운 언론은 민주국가의 존립의 기초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민주주의를 위축시키므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진실을 추적하고 권력을 견제하며 시민사회의 공론의 장을 이끄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조속히 철회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