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표변호사
김현 대표변호사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수술실 CCTV설치법”은 2015년 처음 발의된 이후 7년이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주된 이유는 마취 상태의 환자에게 성범죄 등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이 일하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감시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환자의 신체 상태가 영상으로 남아 제3자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점도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극도로 긴장된 수술 진행 장면을 제3자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집도하는 의사의 마음은 매우 불편할 것이다.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들의 윤리 위반 행위로 이러한 법률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뿐 만이 아니다. 남은 의료법 개정안 중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데 찬반 양론이 뜨겁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로 의료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고 최근 10년간 취소된 면허의 재교부율은 97%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제안된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다. 미성년자 및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받아 형이 확정된 의사도 면허가 취소되고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잘못을 한 의료인에게 매우 무거운 처벌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위 면허 취소 사유와 기간은 변호사, 회계사, 국가공무원에 적용되는 기준과 동일하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중대범죄의 경우 면허취소에 동의한다면서도 직무와 전혀 연관이 없는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범죄의 형태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의료분야에서 대체할 수 없는 뛰어난 실력의 의사가 교통사고를 내서 과실치상으로, 또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처벌받고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여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인술에 종사하며 시간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술해야 하는 의료인의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의료시스템의 구축과 의료인 양성에 충분한 지원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는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된다. 경제성과 효율성 원리에 따라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확대되고 발전되어 온 것에 비해 의료인의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이나 종합병원의 의료수가 문제 등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불균형한 정책 기조라고 느껴진다. 이 때문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사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의료계 측에서는 그러한 인력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변호사든 의사든 전문직의 공공성이 중요한 이유는 서비스 이용자인 일반 국민과 비교하여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고, 전문지식과 기술에 대한 기본 소양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국민의 권익이나 신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이번 논쟁을 통해 의료계가 좀 더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변호사의 면허 또한 엄격히 관리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만 법조계가 국민의 법익을 보호하는 직역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반성을 스스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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