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ㆍ물류대란, 선화주와 정부당국이 직접 해법 내놔야

선박 항해속도 늦춰 물류적체 해소, 운송인 손해배상 문제서 면책토록 

중형 컨테이너선은 혼잡 덜한 항구 기항토록

 

코로나19 팬데믹하에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적체, 지연 현상이 심화되면서 물류난에 선사, 화주 모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인현 교수는 “미국 항만의 수출입 화물 적체가 특히 심각하다”며 “작년초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 오히려 수출입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지난해 10월 들어 미국에서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출이 늘어났고 미국 서부 부두에서 내륙의 수입자에게 이르는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휴무 등으로 배달이 늦어지는 병목 현상이 생기며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공급 부족으로 해상운임은 사상 역대치를 경신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주문 상품의 배송일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수출 상품은 컨테이너에 실려 운송되는데 물류의 흐름이 막히면 컨테이너가 수출지로 되돌아오지 못하니 수출 작업이 불가하고 부두에서 컨테이너가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면 컨테이너박스를 저장할 장소가 없어 컨테이너선을 입항시킬 수 없다”며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다 보니 한국, 중국 등에서 수출용 컨테이너와 컨테이너선이 부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비와 선박의 13%가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로 멈췄다. 공급이 줄어드니 운임이 많게는 10배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무역에 큰 장애가 된다는 지적. 선사 등 운송인들도 운임 상승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선박을 빌릴 때 선주에게 지급하는 용선료가 크게 상승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정기선 형태의 컨테이너 운송은 공표한 대로 출항과 입항이 이뤄져 적시에 수입자에게 운송물이 전달돼야 한다. 현재 정기 선사의 정시율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낮아진 상황이다. 컨테이너박스를 제때 반납하지 못해 드는 비용을 두고 운송인과 수입자 사이에 분쟁도 다수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등한 해상 운임은 수입국 물가 상승의 주요인이 된다. 미국의 물류대란으로 수출 단가가 올라 수출 대국인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까. 미 LA항에 대기하는 선박은 80여척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컨부두에서 컨테이너가 내륙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부하가 걸린 미국 내륙 물류의 흐름을 뚫어주기 위해선 컨테이너 화물 수입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소비자인 국민들이 불요불급한 물건 외에는 구입을 자제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로 재난지원금이 더 이상 지급되지 않으면 일시에 높아졌던 구매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건다고 김 교수는 언급했다.

김 교수는 “컨테이너 화물을 수출지에서 항공 화물로 바꿔 수송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또 “선박의 항해 속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미국 서안까지의 항해 일수는 통상 10일인데 이를 20일로 늘리는 것. 25노트에서 12노트로 항해하면 항해 일수가 2배로 늘어나게 된다. 한 척당 10일만큼 도착 시간이 지연되므로 항구는 휴식기를 가지게 된다. 이 공백 기간을 이용해 “적체된 물류의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기 컨테이너선사의 감속은 공급을 줄이는 결과가 돼 경쟁법 위반, 선적지에서의 출항 지연 및 양륙항 도착 지연 등에 따른 화주의 손해배상 청구에 직면하게 된다”며 “물류 대란이라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운송인이 손해배상 문제에서 면책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콜롬비아강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가는 포틀랜드 등 혼잡이 덜한 항구에 몸집이 가벼운 중형 컨테이너선을 더 보내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이해 당사자인 화주단체, 3대 얼라이언스의 9대 정기 선사들, 미국·한국·중국·일본 등 정부 당국이 모여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해상에서 컨테이너가 도착할 경우 내륙까지 지체없는 물류흐름을 보장하는 국제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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