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국상선대 보호육성정책은 필수
- 해기사 육성 및 양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
얼마 전, 세계적인 해사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 뉴스에 “왜 미국적 선박이 전쟁에 대비하지 못할 만큼 취약해 졌는가?“ 라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해사전문가 다수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미국 상선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아울러 시급한 대비책을 제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현재 대한민국 해운의 상황과는 다소 상이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과는 매우 유사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3년차에 접어들고 가자지구에서의 다른 충돌이 6개월을 맞이했으며, 아시아지역에서는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군사적 증강이 계속되고 있는 긴박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만약 미국의 군대가 상당한 수의 민간 상선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된다면 미국은 충분한 선박운송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하는, 오랜 기간 존재해 온 미국적 상선대의 고갈에 대한 질문이 더욱 크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연방해사청 청장으로 재직하고 은퇴한 한 해군제독은 인터뷰에서 “정말 걱정됩니다. 문제는 단순히 강철선박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미국선원이 부족한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선박은 몇 년 안에 건조할 수 있지만 고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데는 10년이 걸린다고 말하면서, 충분한 해상직위가 제공되지 않아 해상직원들이 이 산업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 교통부산하 해사청(MARAD)를 위한 4년 전략계획에서 앤 필립스 청장은 선박과 선원의 두 가지 결핍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우선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미국적 상선대를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지목하고, 동시에 미국상선대학(US Merchant Marine Academy, KINGS POINT)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나머지 해양대학들을 위한 다섯 척의 실습선 건조를 강조했다.
MARAD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으로 미국 깃발을 단 1,000톤 이상 상업용 선박은 185척에 불과하며, 이는 국제항해에 운영되는 선박과 존스법에 의해 보호받는 국내 무역선을 모두 포함하는 수치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미국은 해양 무지 (Sea Blindness)로 고통 받고 있다. 대중과 많은 의회 의원들은 우리의 상품과 에너지의 90%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는 관계와 의존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고 호소하면서, 지금 미국이 이러한 소규모 상선대로 인해 거대한 취약점에 직면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MARAD의 새로운 전략에는 세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 서비스에서 미국 깃발을 단 선박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이들 선박이 국내에 등록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제공하고, 또한 정부가 소유하고 민간인이 승무하는 선박으로 구성된 예비상선대(Ready Reserve Force)을 재자본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예비상선대는 군사적 해상수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원될 수 있다. 또한 미국 상선대 성장을 장려하기 위해 미국적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화주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적 등록 및 미국인 승무원 운영의 높은 비용을 보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선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6가지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는 노동력개발 프로그램 강화, 교육 및 훈련 기관 지원, 다양성 및 포용성 향상 노력을 포함하며 선원들이 단기간에 선상 근무로 복귀할 수 있게 해주는 상선 예비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전직 해사청장은 사견으로, ‘약간의 이단’ 이라고 인정한 제안을 했는데, 이는 미국 시민이 아닌 선원들을 미국 깃발을 단 선박에서 일하게 하고 상선 해운에서의 서비스를 통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미군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해군에서는 수년간 비시민권자를 받아들여 비핵심 역할에서 복무함으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제공받았다" 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국정부가 포괄적인 국가해양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전략을 개발하라는 지시는 백악관 또는 국가안보회의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해군력을 보유한 미국에서 최근의 지정학적 글로벌 긴장감을 체험하면서, 자국 상선대의 초라함에 충격을 받고 제4군으로서의 취약점을 재인식하는 것은, 오직 화주국가로서 세계 해운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함에서 깨어나 자국 상선대 증강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한민국 해운이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선원부족 문제, 그 중에서도 고급해기사 부족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2008년 800척/8000명(1:1) 한국인 해기사가, 2023년 1200척/6000명(1:0.5)으로 비대칭됐고, 2030년에는 1500척/5000명(1:0.33)으로 극심한 부족현상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와중에, 2023년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해양대학이 선정되지 않은 것은 얼마나 우리사회가 해양에 무지(Sea Blindness)한가를 보여 주는 여실한 증거라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한국해양대 및 목포해양대의 학교관계자, 학생, 그리고 동문은 물론 모든 해운관련 산업계에서 ‘한국인 해기사의 육성정책’ 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정부에 전달해야 하고, 나아가 세계 4대 해운국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외국인 해기사의 양성과 유지’ 가 필수불가결한 점을 공동 인정, 미국이 추진하는 것과 같이 국적선에 장기승선한 외국인 해기사에 대하여 국내취업비자를 발급하고 나아가 영주권신청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5월 9일 123회 해양정책포럼에서 강도형 해양수산부장관이 인용한 “국민의 미래는 그 나라의 해양전략에 달려있다” 는 문구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