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와 해운시장의 왜곡
‘세이의 법칙’과 과잉 공급
‘파레토의 법칙’과 불균형 성장
‘공유지의 비극’ 해운자원의 남용과 환경문제


아담 스미스가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소개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자유시장경제의 기초 이론이다.
해운산업에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시장 자율성을 강조하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경쟁을 통한 효율성 증대이다. 수많은 해운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운임이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해운사들은 운송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선박운영을 최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며, 이러한 개별 해운사의 행위가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수요와 공급의 자율 조정이다.
해운시장에서 운임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아담 스미스의 논리에 따르면, 수요가 증가할 때 운임이 상승해 해운사들은 더 많은 선복을 제공하려 할 것이며, 수요가 감소할 때는 운임이 하락해 자연스럽게 선복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해운사들은 각기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 경쟁이 형성되며 운임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때 해운사들의 이익 추구 행위는 결과적으로 화주와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낮은 운송비용을 제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의 해운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장실패로 자율적 조정 메커니즘이 왜곡되고 있음을 본다.
몇 가지 한계를 살펴보면, 원양 정기선시장은 소수의 대형 해운사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적 구조를 띠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소수의 해운사들이 운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자율적인 시장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왜곡된 가격 형성이 발생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경쟁이 억압되고 있다.

또한 환경 보호나 항만 인프라와 같은 공공재의 경우, 시장의 자율적인 힘에 맡겨두어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해운사들은 개별적으로 이익을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환경을 해치는 방식으로 자원을 남용하게 되면 전체 사회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개별 해운사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해운시장에서의 과점, 환경 문제, 외부 효과와 같은 요인들은 자율적 메커니즘이 왜곡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하므로,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를 인식하고 보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때로는 시장 규제나 정부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해운산업에서 자주 논의되는 또 다른 이론으로 ‘세이의 법칙(Say’s Law)’이 있다. 세이의 법칙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고전 경제 이론으로, 시장에서 생산자가 물품을 공급하면 그 물품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정기선시장에서 선복량이 증가할수록 마켓셰어가 증가할 것이라는 믿음이나, 경제 호황기에 물동량이 계속 증가하리라는 기대 속에 많은 해운사들이 선박을 대규모로 발주하는 사례는 이러한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시장은 수요와 공급간의 조정이 매우 비탄력적이며, 가격 또한 비탄력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대형 정기선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초대형 선박을 도입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이들은 대형 선박이 더 많은 화물을 한번에 운반할 수 있어 운항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세이의 법칙과 같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 초대형 선박이 도입되면서 시장에는 더 많은 선복이 공급되었으나, 실제 물동량의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 했으며 오히려 시장에서 공급 과잉을 초래하는 왜곡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운산업은 수요와 공급 간의 조정이 느리고,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이상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 공급, 가격 비탄력성, 수요 변동성 등으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한편, 해운산업의 불균형적 구조를 설명하는데 유용하게 인용되는 이론으로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이 있다. 흔히 80:20 법칙으로 알려진 이 이론은 경제활동이나 사회적 분포에서 결과의 대부분이 소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즉,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나온다는 추론이다. 한편, 최근 원양정기선 시장에서는 쏠림현상이 가속화 되어, 전세계 10여개의 정기선사가 80% 이상의 글로벌 운송량을 점하고 있다.

원양정기선사들이 대형선박 도입과 해운동맹을 통한 네트워크 확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이루는 것은 해운업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다. 이는 글로벌 무역에 필수적인 연속성과 안정성을 제공하여 세계 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해운시장에서 ‘파레토의 법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시장 집중화와 소형 해운사의 몰락이다. 대형 해운사들이 시장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함에 따라, 소형 해운사들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운임을 낮추거나 틈새시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소형 해운사들이 비용 구조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인수 합병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해운산업 전반에 걸쳐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게 되며, 이는 결국 시장의 다변화를 저해하고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시장의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특정지역이나 특정국가에서 해운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오히려 우리나라 근해항로인 한중항로 및 한일항로에서 정부개입이나 보호정책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해운산업은 글로벌 무역의 필수적인 축이지만,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을 야기하는 다양한 문제를 동반한다. 이 문제들은 주로 해운사들이 경쟁 속에서 자원의 남용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와 산업 왜곡을 초래하게 된다. 대규모 연료소비, 해양생태계 파괴, 항만자원 남용 등으로 인해 공공재인 대기와 해양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그 중, 공유지의 비극이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영역은 항만과 관련된 자원 남용이다. 항만에서의 과도한 운송량과 부적절한 자원 관리로 인해 항만 자체가 오염되고, 항만 주변 지역은 환경적 손실을 겪고 있다. 선박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이 항만도시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항만에서의 자원남용은 선진국 해운사와 개발도상국 항만의 종속관계에서 심화될 수 있다.
주요 해운사들은 주로 선진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개발도상국 항만을 저비용 물류거점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 항만은 선진국 해운사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항만개발이나 운송인프라 투자에서도 선진국 자본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종속이론의 핵심 논리인 개발도상국의 자원과 기회가 선진국에 의해 착취되고 통제되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사례들은 선진국 주도의 해운시장에서 개발도상국이 불균형적인 관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해운사들이 협력해 장기적인 환경 보호와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공유지의 비극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해운산업에는 항상 거시경제적 요인(경기변동, 국가간 간섭)과 미시경제적 요인(가격 결정, 독과점 구조)이 중첩되면서 왜곡된 시장 현상이 나타난다. 위의 경제이론들은 해운산업이 세계경제의 주요 동맥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왜곡으로 인해 효율적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론들은 해운산업에서 나타나는 왜곡된 경제 현상을 다양한 실제 사례에 적용해 보다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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