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의 중국 계약 파기 가능성도 충분, 남는 옵션은 한국
-선주 고민은 이제 끝, 한국으로의 발주가 합리적인 선택지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는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iM증권 변용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월 21일 美무역대표부(USTR)는 2024년 시작된 중국의 조선업 관련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하고 향후 제재조치를 공고했다.
조치는 예상보다 강력하다. 중국 선사 및 중국 선박이 선단에 포함된 선사, 중국 조선사에 선박을 발주한 선사 모두에게 미국에 입항 시 회당 수수료(Service Fee)를 부과하며 금액은 건에 따라 $500,000~ $1,500,000이고, 심지어 가중될 수 있다.
발표된 조치에 대하여 3월 중 반박의견 제출 및 공청회 등을 거쳐 4월 이후 실제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공고에 명기된 수수료(Service Fee) 부과 산식의 가중 및 최대치 산정 방식이 다소 모호하지만 최대한 가능한 선에서 계산해 보면,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 선사의 경우 입항 1회당 수수료는 최대 $4,500,000(한화 약 65억원)에 달한다.
컨테이너 1위 선사인 MSC의 경우 입항 1회당 수수료는 $2,500,000으로 추정하며, 선단 중 중국산 선박의 비중(21%) 및 연간 미국 기항 횟수(약 7천회)등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동사의 연간 수수료 부과액은 약 39억 달러~최대 185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소 비현실적인 숫자이기에 향후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트럼프 정권이 실제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기에 미국에 기항하는 모든 선사는 이번 조치로 인한 모든 최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각하게 경영 전략을 고민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감면 조항도 있다. 선사가 미국산 선박을 통해 미국에 기항하면 건당 최대 1,000,000달러를 감면해 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 산 상용 선박이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하면 감면 대상은 극소수에 그칠 것이다. 감면을 받기 위해 향후 미국으로 신규 발주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옵션이다.
현재 대량의 선박을 중국에 발주해 놓은 글로벌 선사의 계약 취소 가능성도 있다. 계약 파기로 인한 선수금 몰취액보다 향후 미국 입항시 부과될 수수료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소는 통상 10%의 계약금을 받으며 선수금은 계약금을 포함해 40%수준(10%,10%,10%,10%으로 4번)이고 인도대금은 6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조선사는 한국에 비해 저렴한 선가에 더해 선수금 비중도 작다. 극단적으로는 계약금 5%, 인도대금 95%의 계약도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많이 발주된 15K 컨테이너선의 24년 평균 선가는 2억 달러이며 5%의 계약금을 가정할 경우 계약 파기 시 몰취액은 1천만 달러이다.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MSC의 경우 미국 입항시마다 최대 250만 달러의 수수료를 물게 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포기할 수 있는 금액이다.
발주 잔고 중 중국산 비중에 따라서도 가중 수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중국과의 계약을 취소하면 잔고 중 중국산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2027~2028년 납기의 컨테이너선 대다수가 2024년에 발주되었으며, 인도일정상 아직 대부분 실제 건조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므로 선주는 충분히 계약 취소를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만약 실제로 계약 파기 시 후속 계약은 유일한 대안인 한국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예견되는 선대 부족에도 불구하고 발주가 지연되고 있는 VLCC등 대형 탱커의 경우에도 향후 발주는 한국을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조선사는 대부분 27년까지 LNG운반선 슬롯을 채워 놓았으나 아직 탱커와 컨테이너 등 일부 선박에 대한 여력이 있으며, 28년 위주의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현행 계약을 취소하고 대체 발주를 하든, 신규 계약을 하든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선사는 향후 중국으로의 발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고, 반대급부로 안전한 한국으로의 발주 고려는 극히 합리적인 선택지가 됐다.
1월 기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45만CGT로 작년의 26.1%에 그치고 있어 발주 부진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사전에 예견했던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를 유보하고 관망했던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제 불확실성은 제거됐다. 중국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고민할 필요 없이, 한국으로 발주를 이어가면 된다고 변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