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洋(OCEAN)보다 海事(MARITIME)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海事역량 부활의 핵심은 안보상선대 및 해양인력 확보
-관세정책은 소비국가에서 생산국가로의 대전환 구상을 전제로 함
최근 미국의 안보상선대 구축전략인 SHIPS for America Act(SHIPS Act)에 이어, USTR 301조(중국선사 및 중국건조선박에 대한 규제)의 발표로 온 세계가 난리이고,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수많은 보고서와 포럼, 세미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 조치들에서 일관되게 관통하는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가끔은 지엽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또는 실행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이에, 최근 발표된 미국 해양력 부흥전략의 핵심을 다시 한번 짚어 보고,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돌아 보고자 한다.
먼저, 최근의 법안이나 조치들은 단순히 ‘트럼프2.0 해양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세 조치나 불법이민자 대응과 같이 행정조치나 행정명령 수준이 아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조사되고 연구된 해양력 강화 전략을 트럼프 정부에서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시행하려는 숨은 의지를 살펴야 한다.
2024년 4월 발의된 ‘미국의 해양역량 강화를 위한 의회권고서(Congressional Guidance for a National Maritime Strategy)’는 바이든 정부의 민주당 의원 2인과 공화당 의원 2인의 초당적 연구보고서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내용의 핵심은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해사산업(Maritime Industry)을 재건하고 해양인력(Merchant Marine Workforce)을 확충해 국가안보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4인의 발의자 중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트럼프2기 내각의 국무장관이 됐으며, 공화당 하원의원 마이크 월츠는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는 미국의 해양전략은 핵전략과 함께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행해질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2월 초순 중미 5개국을 순방하면서, 그 첫 방문지로 파나마를 선택했다. 파나마 운하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파나마 운하의 중립성과 안전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파나마가 루비오 장관의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이었다는 점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이다.
둘째, 이러한 초당적 국가 해양전략의 맥락에서 "The 2024 Act for Shipbuilding and Port Infrastructure for America’s Prosperity and Security (SHIPS Act)"가 2024년 12월 발의됐으며, 주요 발의자는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 공화당 토드 영 상원의원 등 초당적 4인이다. 핵심의제는 海事분야(Maritime Sector)의 재건이며, 이를 통하여 전략물자의 안전한 수송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국상선대의 확보가 급선무이므로 미국 조선업 활성화와 더불어 해양인력(Maritime Officer)의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국가적 전략이 당파적 이해나 정부의 예산배정에 의해 침해 받지 않도록 ‘해사안보신탁기금(Maritime Security Trust Fund)’을 설치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조성을 지원하는 것은 이 법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사산업계에서 바라보기엔 너무나 부러운 ‘대못’이다.
셋째,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말 1974년 무역법(Trade Act of 1974) 제301조에 근거하여, 중국 선사 및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를 제안했다. 중국의 조선 및 해운 산업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지적하며, 중국 선사 및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미국 항구 입항 시 최대 15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조선 비중이 1999년 5% 수준에서 2023년에는 50%를 상회하는 현상에 경계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물론 미국의 선박건조는 연간 5척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해양관련정책들은 이미 1년여 전부터 준비해 온 결과물들로서, 내용의 핵심은 미국의 해양패권 중에서도 상선대(Merchant Marine) 즉 해상안보(Maritime Security)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원천적으로 화주국가이기 때문에, 새로이 상선대를 보강하여 해운강국으로 재진입하고자 하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평상시 자국의 수출화물 공급망 확보 및 전시에 유용한 자국 상선대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본 의도인 것이다. 자국 안보상선대(Maritime Security Fleet)를 증강하기 위해 자국 건조선박으로 제한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조선소 인력을 육성하며, 향후 운영인력인 상선 해기사(Merchant Mariner)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연관해, 트럼프 2기 관세 정책도 단순히 상대국에 대한 적대적 보복행위가 아니고, 자국의 경제구조를 ‘소비국가에서 생산국가로 대전환’ 하는 국가개조 수준의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리카도의 무역이론’에 따라 상대적 우위를 가진 상품에 주력하는 것이 모두에 득이 된다는 전통적인 이론을 존중하지만, 중국은 물론 동맹국으로 부터의 일방적인 무역역조 현상은 미국인이 모두에게 바가지썼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상당수 지식인들은, 미국이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고 자유무역구조 틀 안에 데려온 것을 가장 큰 실책이라고 후회하고 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값싼 소비재 수입만으로 더 이상 미래 부흥을 담보할 수 없기에, 자국의 생산시설을 재건하고 생산노동력을 보호해 자립자족의 수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 관세전쟁을 불사하고 있으며, 이를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급망 보장을 위해 안보상선대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해상안보 대구상이다.
이와 같이 미국의 해상안보전략은 대중국 견제전략이 핵심이며, 향후 모든 동맹국에게 양자간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므로, 우리나라는 리스크관리 전략을 철저히 세우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 에 해양특성화대학 꼭 선정되어야!
한편, 우리나라 해사산업 분야에 시사하는 바를 간략히 정리해 보면 먼저, 안보취약국인 대한민국에 자국상선대의 육성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지 재인식하는 계기를 주었으며, 나아가 전시에 상선해기사(Maritime Officer)의 역할이 제 4군의 위치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했다.
마침, 2025년 ‘글로컬대학30’ 선정에 한국해양대학과 목포해양대학이 연합해 ‘해양특성화대학’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미국의 해사산업 부흥전략을 벤치마킹해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해사인력(Maritime Workforce)이 상선해기사는 물론 조선소의 고급인력으로 진출하여 미래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스마트선박, 해양모빌리티 등 미래 바다의 주역이 되도록 국가해양력 강화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해양국가이다. “Korea is a Maritime N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