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랫폼법은 미국 기업 겨냥, ‘301조’, ‘FTA 분쟁해결’ 등 적극 대응 시사
韓, 플랫폼법은 국내외 기업에 동일 기준 적용, 미국 측과 적극 소통 강조
미 하원,이 자국 플랫폼기업 보호 위한 ‘디지털무역집행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KOTRA(워싱턴DC무역관 김준희)에 따르면 현지시간 5월 6일, 미국 캐롤 밀러(Carol Miller) 하원 의원(공화, 웨스트버지니아)은 ‘한미 디지털무역집행법(U.S.-Republic of Korea Digital Trade Enforcement Act)’을 재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PCPA) 등 미국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할 경우,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2024년 9월 처음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된 바 있으며, 최근 그 주요 내용을 유지한 채 다시 제출되어 현재 미 하원에서 심의 중에 있다. 법안의 핵심은 한국이 플랫폼법 또는 유사한 규제를 시행할 경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해당 규제가 미국 기업과 무역에 미치는 영향, 한미 FTA 등 무역협정 위반 여부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한 점이다. 보고 결과에 따라 USTR은 WTO 제소나 '무역법 301조' 조사, '한미 FTA 분쟁해결'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밀러 의원은 성명에서 “미국 기업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지만, 중국 기업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법안을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국가가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방한 입법을 추진 중인데, 이는 미국 기술 기업들에 사실상 ‘디지털 겨울(Digital Winter)’을 초래한다”며 미국의 경제와 안보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플랫폼법 주요 내용과 쟁점사항
한국의 플랫폼법(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이용자와 입점 업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된 법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시장의 특수성과 글로벌 규제 환경을 모두 고려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방식을 사전 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전환하는 등 입법 방향을 조정해왔다.
최신 개정안에서는 '사전 지정제'를 제외하고, ‘사후 추정제’를 도입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법적 추정과 임시중지명령 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요 규제 내용으로는 연매출 4조원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위반 시 과징금 부과, 서비스 묶음 판매 제한, 제3자 결제 허용,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 등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조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 우려 사항으로 지적한 알고리즘 공개 의무 등은 업계와 전문가, 해외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신중히 검토되고 있으며, 규제의 실효성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외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시행 이후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에 대해서도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플랫폼법 추진 과정에서 국회와의 협의, 업계 및 해외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절차적 투명성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 측은 이러한 규제가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계 빅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밀러 의원은 알고리즘 공개 의무화, 디지털 생태계 내 여러 제품 제공 금지, 사전 위법성 판정 없이도 정부가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 부여 등이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International Economic Law and Policy Blog (ILEP)나 전략국제연구소(CSIS) 등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 플랫폼법이 국내 대기업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며, 특정 외국 기업만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어 이 부분은 논의의 쟁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지 반응 및 전망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서비스산업연합(CSI) 등은 한국의 플랫폼법이 미국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하며,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CCIA는 한국 시장에서 미국 디지털 서비스의 공정한 접근 보장이 양국의 경제·안보 파트너십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와 USTR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CSI 역시 USTR에 플랫폼법 입법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등 한국의 플랫폼법에 대한 미국 업계의 압박이 거센 형국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의회는 한국의 입법 추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무역 분쟁 절차 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미 하원에서 발의된 디지털무역집행법은 이러한 미국 정부와 업계의 대응 의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측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신중한 입법과 정책 추진에 힘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산업부 역시 무역 보복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플랫폼법이 국내외 대형 플랫폼 기업 모두에 공정하게 적용되며, 업계 및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규제 방식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재차 밝혔다.
향후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이 사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와 업계 모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료: 캐롤 밀러 하원의원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 및 현지 언론 보도자료, 워싱턴DC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