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한 것은, 우리만 신조선 투자에 미온적
- 관망은 투자전략이 아니야!

최근 국내 해운업계 일각에서 "지금은 장기 투자를 감행할 때가 아니다."라는 논조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의 해운산업 재건 움직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선뜻 선박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소극성이야말로 한국 해운의 장기적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결정적 변수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해운사들이 보유한 글로벌 상선대 점유율은 약 4.7%로, 상위권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한국 해운사의 신조 발주 비중은 고작 1.7% 수준에 불과하다. 이 수치의 의미는 분명하다. 지금 한국은 미래 시장을 위한 준비에 뒤처져 있다. 현존 선복 점유율은 유지하고 있지만, 2~3년 후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할 배가 부족하다. 결국 그때 가서 발주를 시도한다면? 슬롯은 이미 없고, 신조가격은 고점이며, 인도는 2028년 이후다.

발주의 함정, ‘비싸게 사고, 싸게 팔기’

해운업은 전형적으로 ‘규모의 경제’와 선제 점유 전략이 지배하는 산업이다. 먼저 경쟁력있는 선박을 확보한 자가 유리한 영업 조건을 선점하며, 후발자는 항상 남은 화물에 대해 저가경쟁을 감수하게 된다. 늦게 발주한 선사는 조선소의 공급능력 부족으로 인해 더 높은 건조가격을 지불하게 되고, 동시에 운임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서 저가운임 오퍼를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지금처럼 후방에 위치한 한국 해운이 관망만을 선택한다면, 결국 고가에 배를 발주하고, 저가로 영업해야 하는 ‘고비용-저수익’ 구조에 갇히게 될 것이다. 이는 과거 우리가 수 차례 경험한 악순환의 재현이다.

항상 ‘리스크’이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주도권(?)’ 이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최소한 ‘적극적 추종자’의 태도로 보자는 것이다. 적어도 뒤처지지 말자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선박투자는 항상 리스크이다. 리스크는 무작정 회피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선제적 발주는 어렵더라도, 관망만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전략상선대 50척 기회,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미국이 최근 추진 중인 전략상선대(SCF) 확충 움직임은 한국 해운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향후 5년간‘임시선대’ 개념으로 활용될 최소 50여 척 규모의 기회는 민간 상업 운항과는 다른 특수 수요다. 이는 수익성보다 가용성 확보를 중시하는 정책 수요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한민국 등록선대 이외 추가로 선주사업 (그리스형)의 기회가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에 우선권이 주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기회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업계에 대한 금융권의 인식마저 악화시킬 수 있다. 위기 대응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조차 주저하는 산업에 누가 자금을 투입하려 하겠는가?

대한민국 해운은 위축보다 준비를 택해야 하며, 관망보다 작게라도 실행을 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장기적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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