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의 핵심은 설득력과 협상의 기술
- 충돌의 회피가 비생산의 지름길

사진 출처: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사진 출처: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새정부 들어 해운항만, 수산계의 최대 이슈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 추진인 것 같다. 찬성하는 쪽도 사연이 있고, 반대하는 이유도 나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차피 밀어 붙이는(?) 분위기인데 밉 보일까 그러는 듯 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해수부의 포지셔닝이 허약한데 중앙정부 터에서 벗어나 혼자 덩그러니 부산에 위치하면 어떻게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고 추진해 갈 수 있는가 하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공무원들이 현상변경을 반기지 않는 가족들을 떠나서 혼자생활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다.

한편, 부산 이전을 목청껏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도 명분이 궁색하기만 하고, 그저 부산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고 있음이 드러남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마당에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서로 궁색한 변명이나 늘어 놓을 수 밖에 없기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토론은 꼭 ‘이기고 지는 가’의 싸움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가끔은 경청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도 있고, 발표를 통해 합리성이 더 강화되기도 한다.무엇보다도 토론의 장을 통해 모두가 참여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컨센서스가 이루어 진다면 집단지성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가령, 해수부 이전을 추진하는 쪽에서 이런 발표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엄밀히 말해 ‘해운수산부’가 적합하다. 해운수산정책만을 위해 중앙부처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꼭 중앙정부 터에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오히려 ‘해운 클러스트’에 같이 들어 가서 전문성 있는 부처로 자리잡아야 흔들리지 않고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조선 관련, 국내물류 관련 업무를 이관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안이 아닐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나름의 논리로 발표하면 된다.

북극항로 이슈를 선점하자?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가장 핫한 이슈가 북극항로 개척이다.

북극항로 개척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에 천년에 한번 있을까 하는 기회이며 그 중에서도 부산항이 제일 적합하니 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라도 국가적으로 전력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허브항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극동의 싱가포르로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한편,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현실론자들은, 향후 20년내 상업적으로 전혀 현실화되기 어려운 항로임을 설명한다. 북극항로의 프리퀀시 제한(주 1항차 보장이 어려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기항로의 웨이포트 개념에 무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대응한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고 있으니, 조만간 계절 제한없이 통항이 가능해 질 때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위해 시험 운항도 실시하고, 북극이사회에도 접촉하며 우리의 의지를 보여야, 나중에 기회가 있다.”

이래서 토론의 장이 필요한 것이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선전에 그치는 형식적인 포럼이나 세미나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정의 효과, 부의 효과’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제3의 발표자가 이렇게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자.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허브포트가 된다는 것은 우리만의 희망이다. 미주항로 화물이 부산항에서 환적될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이다. 시애틀에서 직항으로 북극항로에 접어드는 것이 합리적이다. 동남아에서는 웨이포트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지금의 루트가 최적이다. 일본은, 부산항으로 환적해 다시 일본 영토(북방영토)를 거쳐 북방항로로 간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러시아라면 이런 항로가 다 모이는 캄차카에 대형항구를 건설해 북극항로 허브포트를 설치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대답할 줄 알아야 토론이 되는 것이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토론은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편가르기도 아니다.
힘으로는 설득하지 못한다. 잠시 복종을 받아 낼 뿐이다.
세치 혀로도 설득하지 못한다. 현상만 알고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설득은, 토론에 참여해 남의 논리에 내 의견을 복합해 컨센서스를 이루어 가는 과정일 따름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나 국방비 협의 이런 것도 결국은 설득의 연속이다.
설득에 필요한 요소는, 전문가적 안목, 인문학적 소양, 협상의 기술이다.
아무쪼록 모든 이슈에 건설적인 토론의 장이 많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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