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교역 다변화 노력, 역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수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
KOTRA(홍콩무역관 Bonnie Lo)는 26일 '2025년 상반기 홍콩의 수출입 동향' 리포트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2025년 상반기 홍콩의 총 교역 규모는6,53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총수출은 3,148억 달러(+12.5%), 자체수출 34.6억 달러(–3.0%), 재수출 3,113.9억 달러(+12.6%)다. 총수입은 3,384억 달러(+12.6%)로 수출·수입 모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장세는 아세안 지역으로의 교역 확대 및 다변화 노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은 자유무역항으로서의 입지 조건을 누리며 중국 본토와 해외시장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역할해 주로 중계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이에 홍콩의 전체 수출에서 재수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의 99.1% 비중이 재수출로 집계됐고, 이 중 중국으로의 재수출이 6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이 59.1%, 베트남이 40.9%를 기록했다.
홍콩의 최대 교역 대상국은 중국 본토로, `25년 상반기 기준 전체 수출액의 60.3%, 수입액의 4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수출 상위 10개 대상국이 전체 수출의 84.6%, 상위 10개 수입 대상국은 전체 수입의 87.7%를 차지하는 등 홍콩의 무역구조는 소수 국가에 집중되는 구조를 보인다.
주요 10대 국가 수출금액은 베트남(+54.4%), 대만(+32.9%), 인도(+17.6%) 순으로 증가한 반면 아랍에미리트(-23.6%), 미국(-3.8%) 지역은 감소세를 보였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의 경제통상연구 및 비즈니스 자문 담당자 케네스 리(Kenneth Lee)가 Hong Kong Commercial Daily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홍콩 수출업체들은 중국 본토 및 아세안 등 다른 지역과의 무역 활동을 강화하면서 ‘중국+N’* 전략을 채택하며 교역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이는 미국발 관세정책 변화 등 여러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대외 충격을 완화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중국+N’은 기업들이 지정학적 갈등, 정책 불확실성,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중국 외 여러 국가에 생산 거점과 조달처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전략을 의미
주요 10대 수입국 중 특히 베트남(+70.7%), 영국(+53.8%), 대만(+39.8%), 말레이시아(+28.3%) 순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1% 감소하며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상위 10대 주요 수입국 중 유일한 감소 사례로 기록되다. 이는 홍콩의 대한국 수입 주요품목 대부분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큰 폭 하락세를 보인 것이 전체 수입액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속에서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반도체·부품)이 대만(현지조립)과 베트남(직수출)로 이동하며 홍콩 경유 물량이 점진적으로 감소한 측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상반기 홍콩의 주요 수출 품목들은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10대 수출 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전기기계 및 부품(SITC77: 반도체류)'의 수출액은 약 1508억달러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또한, ‘사무용 기계 및 자동자료 처리장치(SITC75)’와 ‘특종공업용기계(SITC72)’ 역시 각각 55.4%와 32.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입에서도 최대 품목인 '전기기계 및 부품(SITC77)'의 수입액은 1,521.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현지 보도매체인 Ta Kung Wen Wei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아래 홍콩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과 관세상의 이점을 바탕으로 중계 무역이 활발하며, 이에 따라 전동 기계, 각종 장비 및 부품의 교역이 꾸준히 증가해 2025년 상반기 홍콩 전체 교역액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25년 상반기 對홍콩 수출액은 14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7% 크게 감소했다. 대부분 주요 품목이 감소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나, 그 와중에도 금은·백금, 화장품, 무선통신기기 등 품목에서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 금은 및 백금(2위, 10억 불) 품목은 전년 동기대비 136.5% 급증했다.
시사점 및 전망
전체적으로 2025년 상반기 홍콩의 대외교역은 (1)아세안 지역 교역 다변화, (2)첨단제조 및 중간재 위주의 재수출로 전형적인 성장 패턴이 관찰됐다. 최근 들어 홍콩의 수출입 상위 파트너국이 중국 본토,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로 집중(전체의 약 80% 비중)되는 양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품목별로는 ‘전기기계 및 부품’, ‘사무기기 및 자동자료처리기기’, ‘통신·음향기기’ 등 IT‧전자산업 관련 제품이 수출입 교역의 70~75%를 차지하며, 이는 홍콩이 최종 소비재보다는 글로벌 생산·조립공정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재료의 집산지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재수출이 전체 수출의 99%에 달할 정도로, 홍콩은 자체 생산보다 경유지·허브로서의 기능이 무역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2025년 2분기 홍콩무역발전국(HKTDC)이 발표한 수출신뢰지수(Export Confidence Index)는 49.0으로 1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져 경기 불확실성과 수출 전망에 경고 신호가 켜졌다. 2025년 6월 총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0.7%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2025년 5월 소매판매액(313억 홍콩달러)은 15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2.4%)을 기록했으나, 6월은 301억 홍콩달러를 기록하여 전년 대비 0.7% 소폭 증가에 그쳤다. 2025년 상반기 전체 소매 판매액은 2024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며 약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