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은 따로 놀고자 해도, 머리는 냉철해야!
- “해운입국(海運入國)”정신 잊지 말아야!!

사진 출처:한국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사진 출처:한국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엇박자' 행정이 낳는 비효율

국가 시스템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여야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책의 목표와 실행이 따로 노는 '엇박자' 행정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는 때로 웃지 못할 해프닝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먼저 벨기에의 웃지 못할 교통 단속 사례를 보자. 엄격한 법 집행 원칙을 고수한 경찰은 비상 출동 중인 소방차와 앰뷸런스 운전자에게까지 과속 딱지를 발부했다. 법규를 지키려는 원칙은 좋았지만, 이는 정작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행정의 한쪽인 손(교통 단속)이 다른 쪽 발(국민의 긴급 안전)과 조화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은 더 큰 규모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공장의 불법 취업 단속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전기차 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려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민 당국은 공장 건설에 필수적인 한국인 기술자들을 불법 취업으로 단속했다. 한쪽 손은 기업을 유치하고, 다른 한쪽 발은 그 기업의 핵심 인력을 막아선 것이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역시 '손발이 따로 노는' 비극적인 예시이다. 고르바초프는 계획 경제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 통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였다. 그러나 시장 경제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의 지시는 사라졌고, 각 단위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손발이 완전히 따로 놀게 되고, 이를 통제할 머리마저 혼란에 빠져 오히려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의 각 부처가 고유의 임무에만 충실할 때, 전체 시스템의 조화가 무너지고 국가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해운입국(海運立國)'을 기치로 내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이러한 '엇박자' 행정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운입국'의 꿈을 가로막는 세 가지 엇박자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과거 한진해운 파산의 아픔을 딛고 세계 4대 해운국으로 재도약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 부처 간의 '손발이 맞지 않는' 행정이 해운입국이라는 꿈을 위협하고 있다.

1.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충돌

첫 번째 엇박자는 공정위의 해운사 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해운업은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운임에 대해 협력하는 공동행위가 허용되어 있다. 이는 해운업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특수한 산업이며, 과도한 운임 경쟁이 국가 물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감독 하에 시장의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목적이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이 법 조항을 근거로 해운업계의 공동행위를 지도해 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경쟁 촉진'이라는 원칙에 따라 이들의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원 판결조차 엇갈릴 만큼, 이 사건은 한쪽은 '해운업 육성', 다른 한쪽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각자의 임무에만 몰두하여 국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결과, 한진해운 사태 이후 재건의 길을 걷던 우리 근해 정기선사들은 불확실성이라는 큰 암초에 부딪히게 되었다.

2. 톤세제 일몰제와 무용론 대두(?)

두 번째 엇박자는 톤세제 운용에서 나타난다. 톤세제는 해운 기업이 막대한 법인세 대신 선박의 톤수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로, 절감된 자금을 선박에 재투자하여 경쟁력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 주요 해운 강국들이 이 제도를 영구적으로 운용하며 자국 선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5년마다 제도를 재검토하는 일몰제를 도입하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해운업에서 5년마다 제도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초대형 선박이나 미래형 친환경선박 발주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세금 감면 혜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운사들에게 '사회 환원'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어떤 정책자는 사회환원 용처의 지엽적인 문제를 들어 톤세제 무용론을 언급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는 톤세제의 본래 목적이 '선박 재투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처사이다. 정책 담당자들이 단기적인 세수 감소와 사회 기여라는 작은 면에 집착하는 동안, 우리 해운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밖에 없다.

3. HMM 민영화 논란

세 번째 엇박자는 HMM 매각을 둘러싼 논쟁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부활한 HMM은 현재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며 초대형 선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HMM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산업은행(KDB)과 해양진흥공사(KOBC)의 입장이 크게 엇박자를 보인다.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회수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HMM의 조기 매각을 추진한다. 반면, 해양진흥공사는 HMM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투자 등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매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이들의 엇박자는 HMM이 나아갈 미래의 방향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의 인수 시도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복잡해졌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해운업을 자사의 물류 자회사로만 활용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국책 기업의 성격을 가진 포스코가 인수하면 정부의 컨트롤이 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해운업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 HMM을 인수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해운 생태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국가경제 총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손발 맞추기'

정부 부처들이 각자의 영역에서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각 부처의 역할이 국가적 목표와 일치하는가이다. '해운입국(海運入國)'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서는 해수부와 공정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나아가 각 기업과 정부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손발을 맞춰야 한다.

톤세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영구화하고, 공정위는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합리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HMM의 민영화는 단순히 자금을 회수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유일한 원양선사가 미래에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각 주체들이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나갈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해운 강국의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손발이 맞아야'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세계 바다를 호령할 수 있다. ‘냉철한 머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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