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대표 박민규)는 19일 "아지는 신조선, 다 어디로 갔나? 중국 무역 불균형이 선복량을 ‘흡수’하는 법" 제하의 리포트를 발표해 업계로 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해운 시장에는 막대한 양의 신규 선박들이 인도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운임이 하락하고 빈 배가 넘쳐나야 하지만, 시장은 생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중국의 수출입 불균형’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나가는 짐은 넘쳐나는데 들어오는 짐은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시장에 투입된 선박의 용량을 비효율적으로 ‘흡수(Soaking up)’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늘어난 선박들이 빈 컨테이너를 나르는 등 비효율적인 작업에 매달리게 되면서 공급 과잉의 충격을 완화하고 있는 셈이다.

벌어지는 격차: 수출은 폭주하고 수입은 멈췄다

중국 무역의 가장 큰 특징은 수출과 수입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컨테이너 무역 통계(CTS)의 12개월 연동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중국의 수출 대 수입 비율은 3.12에서 3.29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는 중국에서 약 3.3개의 컨테이너가 나가야 겨우 1개의 컨테이너가 화물을 싣고 돌아온다는 의미입니다. 머스크의 빈센트 클레르(Vincent Clerc) CEO는 “중국발 물동량의 모멘텀은 강력하다”며 “이러한 무역 불균형이 결과적으로 신규 공급되는 선박의 용량을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해운 산업의 자산 효율성(Asset intensity)을 낮추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세 장벽을 넘은 ‘밀어내기’와 얼어붙은 내수

그렇다면 왜 이런 불균형이 발생했을까요? 우선 중국의 수출 회복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 지난 4월 미국이 약 47%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조업체들은 남미,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판로를 확장하며 수출을 늘렸다.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수출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나 급증했다.

반면, 들어오는 물량은 초라하다.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힌리치 재단(Hinrich Foundation)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GDP 대비 내수 소비 비중은 39%에 불과해, 미국의 68%와 큰 대조를 이뤘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10월 지표를 봐도 중국의 제조업 생산과 소매 판매는 1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세를 보였다.

머스크의 CEO 빈센트 클레르크는 이를 두고 “중국발 수출(Head-haul) 성장과 전체 평균 성장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것이 훨씬 더 많은 선복량을 잡아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출입 불균형은 결국 선박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나갈 물건은 넘쳐나는데 들어올 물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선사들은 다음 수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빈 컨테이너만 가득 실은 배를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Sea-Intelligence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동 중인 컨테이너의 41%가 화물 없이 이동(moving without cargo)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이 3분의 1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박들이 화물을 싣지 않고 공기만 나르는 ‘빈 깡통’ 운항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화물을 꽉 채워 운영해야 할 선박의 공간(선복량)이 빈 컨테이너를 회수하는 데 낭비되면서, 실질적인 수송 능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홍해 사태는 이 비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빈 컨테이너를 싣고 돌아가야 하는 길조차 막혀버려 더 먼 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Sea-Intelligence의 CEO 앨런 머피(Alan Murphy)는 “홍해 위기는 빈 컨테이너가 이동해야 하는 평균 항해 거리를 늘려놓았으며, 이는 단순히 빈 컨테이너 비율의 증가를 넘어 실제 필요한 작업량의 절대적인 증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빈 컨테이너를 재배치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과 비용이 투입되면서, 글로벌 선복량을 더욱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 과잉을 가리는 ‘착시 효과’, 그 끝은 어디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해운 시장은 이러한 비효율성 덕분에 역대급 ‘공급 과잉’의 충격을 피하고 있다. BIMCO의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은 올해 말 7.3% 증가하고, 내년(2026년)에도 3.1%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반면, 내년도 전 세계 물동량 수요는 2.5%~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여,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은 명확하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운임이 폭락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발 불균형과 빈 컨테이너 이슈가 넘치는 선복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올해 220만TEU 이상의 신조선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공급 과잉을 “잔혹한 수준”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균형’이 위태로운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중국의 수출 쏠림이나 홍해 우회 같은 변수들이 사라지는 순간, 비효율이 걷히고 공급 과잉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때가 되면 해운업계는 결국 폐선(Scrapping), 계선(Idling), 감속 운항(Slow steaming)과 같은 전통적인 고육지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5년 현재까지 폐선된 선박은 단 8척(4,130TEU)에 불과하다. 이는 선사들이 지금 당장은 모든 배를 굴려야 할 만큼 바쁘다는 뜻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거품이 꺼졌을 때 터져 나올 ‘억눌린 폐선 수요(Pent-up demand)’가 엄청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거품이 걷힌 시장, ‘가시성’이 생존의 열쇠다

지금의 선복량 부족 현상은 물동량의 순수한 증가보다는, 중국의 수출입 불균형이 초래한 물류 동선의 비효율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 비효율적인 거품이 걷히는 순간, 시장은 또 한 번 급격한 변동성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현재의 착시 효과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올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사라지고 시장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내 화물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TRADLINX Ocean Visibility와 같은 고도화된 솔루션을 통해 수출입 물류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복잡한 변수 속에서도 내 화물의 이동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장의 파고를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