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구성주체가 되어 설립을 추진한 '해양금융종합센타 개소식’이 있었다. 부산시장, 해양수산부 차관, 수출입은행장, 무역보험공사 사장, 국회의원 등 주요 정·관계 인사와 금융계, 해운․조선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뜻 깊은 자리였다.

리만 사태 이후 정부의 선박 금융 활성화 지원을 주창해온 필자 역시 큰 기대를 안고 개소식에 참석하였다. 국회의원 및 정부 인사들께서 나날이 어려워 가는 한국 해운 업계에 큰 힘을 실어 주시리라 굳게 믿었다.

축사와 격려사. 유심히 들었다. 선박 금융 및 해운업에 대한 지원에 목말라 있는 한국 해운 업계에 단비가 내리리라고 믿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큰 것인지. 한국 해운업 지원에 대하여는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말씀을 주신 모든 인사들께서 공통으로 강조한 말은 ‘조선과 해양 지원’ 뿐이었다. “앞으로 5년간 조선‧해양 분야에 100조 지원한다고 하였으니 적어도 50조는 지원되겠지요”라는 한 국회의원의 말이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그 인사들께서는 아마도 해양이라는 말에 해운도 포함되리라 생각하였을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해양 설비를 실질적으로 보유하거나 운영하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 운영해 본 경험도 없다. 한국에는 해양 플랜트를 제작하는 조선소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의 어느 해운사가 해양이라는 말에 한국 해운이 포함된다고 들었겠는가? 적어도 내게는 조선업 지원으로만 들렸다.

2008년 이후 한국 해운 업계가 정부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백방으로 뛰며 호소하여 가시화된 첫 작품이 해양금융종합센타인데 ...
피와 땀으로 얻어낸 이 귀중한 센터가 조선업과 해양을 지원한다 하면서 ... 한국 해운업 지원에 대하여는 한마디도 없으니 ... 한국 해운업계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축사가 이렇게 들렸던 것은 비단 이날 격려사 때문만은 아니다. 근자에 추진되고 있는 (가칭)한국해양보증보험주식회사 설립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조 규모의 자본금 또는 출연금으로 선박금융공사 또는 해운 보증 기금을 신설하자는 2년 전 논의가 올해 초에 이르러선 5,000억 규모의 자본금을 갖춘 보증보험회사 설립으로 축소되더니, 최근에는 정부에서 자본금으로 300억만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이 들리곤 한다. 대감 집에 구걸 갔다 주걱에 맞아 밥풀 하나 붙이고 나온 샘이 되었다.

물론, 조선과 해양 플랜트 지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수출 실적 3위라는 효자 조선업이 요즘 큰 상처를 입었으니 당연히 지원하고 보살펴야 한다. 해양 산업 역시 우리나라의 장래 먹거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수출 실적 5위인 한국 해운업은 7년 째 굶어 피골이 상접하다. 이 상황에 누가 급하겠는가?

더욱이 조선‧해양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 그 반사 이익은 우리의 경쟁 상대방인 외국 해운사가 그대로 돌아간다. 우리 해운사와 대결할 외국 해운사 맷집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비틀거리는 우리 해운사는 한방에 넘어질 우려가 있다. 형을 지원하다 동생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모를 분들이 아닌데? 이를 모를 정부. 금융 기관이 아닌데? 그러니 더욱 속이 탈 일이다. 동생이 서자인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면 평소 참 미운 자식이었나 보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긴 것만을 챙겼나 보다. 그렇지 않고야 이렇게 미워할 수가 있나. 딴엔 적은 자본금으로 수출 5위의 역군으로 노력하는 자식으로 보였는데 ....

서자였던 미운 자식이었던 일단 살리고 볼일이다. 상처 입은 형도 보살펴야 하지만 아사 직전의 동생은 우선 살려야 한다. 동생은 적게 먹고도 많이 벌어 왔다. 조금만 수혈해도 살아난다. 워낙 조금만 먹이며 키워 기초 체력이 약해 외환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는게 문제이기는 하다.

형에게 주는 100조의 십분의 일만 주어도 동생은 산다. 아니 굳세게 서리라 믿는다. 그것도 필요 없다. 향후 3년간 5조만 지원해도 한국 해운업은 굳건히 서리라는 것이 동생의 강한 의지이다.

작년 7월22일 박근혜 대통령께서 부산 간담회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조선 산업과 해운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이게 타이밍이 중요하다. ... 더 크게 발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관계당국의 시의 적절하고 현명한 정책 조율을 기대해 본다.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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