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융프라우는 세계적 관광국인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처녀의 어깨’라는 야릇한 뜻을 지닌 이곳은 얼마 전 국내 한 케이블 방송의 인기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고, 라면 광고에도 등장했다.

해발고도 3400여m로 몇몇 산악인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했을 법한 이곳을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것은 한 창조적 지식인의 다소 황당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주인공은 스위스 철도왕인 아돌프 구에르 첼러라는 사람이다.

그는 120여 년 전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의 고봉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뚫고 산악 철도를 놓겠다는 말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세웠다.
‘말도 안 된다’는 세간의 비아 냥 속에 그는 1896년부터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16년만인 1912년 우여곡절 끝에 총길이 42km의 산악철도를 완성했다.

스위스가 오늘날 세계를 대표하는 관광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등공신이 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알프스라는 빼어난 자연환경에다 산악철도라는 인공적 요소를 더해 전 세계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 중 하나로 만든 것이다. 구에르 첼러는 관광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발돋움해 스위스의 미래를 좌우할 것임을 예견한 선지자였음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관광수지가 최근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 부산항 등을 찾는 크루즈선과 크루즈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크루즈선의 부산항 입항은 지난 2011년 42척에 그쳤으나 2012년에는 69척, 2013년에는 99척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10척이, 올해는 134척이 기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도 2011년 5만1천여 명에서 2012년 10만여 명, 2013년 19만6천여 명, 지난해 25만여 명에 이어 올해는 28만여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관광객이 지난해 부산지역서만 유발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줄잡아 2천억 여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오는 6월에는 벡스코에서 국내외 크루즈선사 및 여행사 관계자 등 1천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크루즈 컨벤션도 예정돼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 컨벤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오는 3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크루즈 국제회의인 ‘2015 크루즈 쉬핑 마이애미’에 참가해 부산 행사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참석을 당부할 계획이다.

또 머잖아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에 10만t급 크루즈 선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부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이를 감안할 때 부산항은 아시아 크루즈 관광의 요충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는 상당 부분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이들이 두 번, 세 번,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항만을 계속 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지자체 및 주요 항만 간 긴밀한 협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초호화 크루즈선이 제주도도 부산도 그리고 서울과 가까운 인천도 잇따라 기항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관광산업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최근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에 돛을 달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관광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한국적 정취를 마음껏 느끼며 놀고,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기껏 관광지나 돌아보고 면세점에서 쇼핑이나 하고 돌아가는 지금의 단조로운 관광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부산을 비롯한 우리 대한민국도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에 산악 철도를 놓겠다는 한 철도왕의 다소 어처구니없는 창조적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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