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에 다니는 3~6세 사이의 시기는 인지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지속된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당장 매 맞기 싫어 말은 듣지만 내적으론 이미 존엄성을 침해 당한 상태라서 긍정적인 동기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 안 좋은 상황을 피하려는 동기가 삶의 중심적 동력이 된다고 한다. 얻어맞고 자란 아이들에게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에 불과하다.
사건 이후 당국은 전국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폭행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도 이미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100점 만점의 95.9점이라는 신용도를 나타내고 있었으며, 보건복지부의 정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었던 상태였다. 따라서, CCTV를 추가 설치나 정부의 철저한 단속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소양이 부족한 교사를 채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기인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은 월 평균 약 130만 원의 최저 임금 수준 급여를 받고 하루 10시간이 넘게 근무를 하고 있다. 처우가 좋지 않은 곳에 인재가 몰리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보육교사가 될 수 있는 문턱도 낮아서 문제 있는 보육교사를 미리 걸러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격 취득이나 승급과정에서 시험을 단 한번도 치르지 않으며, 인성은 물론 자질 또한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어린이집에서 이번과 같은 폭행 사건이 표면화되지 않았던 것이 더 신기한 일이다.
혹자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들만 돌보는데, 제공하는 노동 만큼의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니 정당한 급여를 받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근로자의 임금크기가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효율성임금이론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들의 임금을 현실화해야 이직률이 줄어들고 직장을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할 것이므로 자연히 원생을 폭행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어차피 다른 직장에 가도 그만큼의 임금을 벌 수 있다면 지금 있는 직장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의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처우 현실화에 힘을 쏟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CCTV 설치나 철처한 감독보다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 교사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해양수산부 법률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