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학에 2주간 머물며 여객선 람마4호 사건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2012년 10월 1일 밤 홍콩 항내에서 람마4호는 다른 선박과 충돌해 2분 만에 침몰했다. 여객 중 39명은 사망했다. 보통 선박은 격벽이 있어 한쪽에 물이 들어와도 다른 쪽에는 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는데, 왜 여객이 퇴선할 기회조차 없이 선박이 빨리 가라앉게 됐는지가 의문이었다.

홍콩 정부는 법률에 따라 같은 해 10월 22일 특별 사고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6개월 뒤인 2013년 4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있어야 할 격벽이 없어 선박이 급격히 침몰했다고 밝히면서 항해 안전을 위한 자세한 개선 사항을 공표했다.

람마4호 침몰 사건은 작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 처리와 몇 가지 점에서 뚜렷이 대비됐다. 첫째, 우리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개월이 넘었는데도 특별조사위원회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그러나 홍콩은 이미 법률로 특별조사위원회를 작동하게 돼 있었다. 그래서 1개월 내 위원회가 바로 활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도 행정부를 배제한 특별 조사가 필요한 경우 특별조사위원회를 미리 법으로 규정해 두자. 그렇게 함으로써 사건마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수고와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둘째, 홍콩은 존경받는 법원의 법관 2명만을 위원으로 지명했다. 이것은 사고와 직접 관련된 행정부 및 입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 법관이 사고 원인 조사에서 더 객관적인 처지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본다. 우리는 조사위원회 위원 중 법관은 없다. 대형 사고에는 법률 제정과 집행이 모두 문제가 되므로 이들과는 독립된 법관을 위원으로 포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특별조사위원회가 형사처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홍콩은 특별법 규정에 따라 조사에서 나온 증언이나 자료는 절대 형사상 목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조사위는 장래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권고함에 설치 목적이 있고, 형사처벌이나 민사 손해배상은 위원회가 위임받은 사항이 아님을 명기하고 있다. 사고 관련자로부터 자발적인 진술을 구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된다.

[출처] 본 칼럼은 조선닷컴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