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기준 D/F 선박 수주잔고는 6,654만 CGT로 전체 수주잔고 대비 51% 비중 차지...LNG D/F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중국 조선사들, 점차 글로벌 탑티어 선사들의 신뢰를 얻어가며 컨테이너 발주 시장에서 점유율 늘려
-글로벌 컨테이너 발주량은 2021년 역대 최고치인 451만TEU를 기록...이후 2022~2024년에도 평년 대비 높은 발주량 기록
-VLAC, 수주의 약 70%를 한국 조선소가 맡고 있어
상상인증권의 이서연 애널리스트는 최근 “항해의 도착지는 명확하다” 제하의 조선산업 심층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해운, 조선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실적 개선 확인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선 업종 주가 상승세가 유지되기 위해선 고선가 기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선가 시장의 배경은 글로벌 조선사들의 제한적인 증설 여력에 비해 선박 발주 수요가 이를 초과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진 데에 있다. 글로벌 조선사들의 향후 3년간 수주 슬롯은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며, 현재는 2028년 납기 일정 슬롯의 발주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조선소 증설 사례가 나오고 있으나 조선소 증설에는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추가적인 대규모 증설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국내 조선사의 경우 중단기 내 증설 계획이 없어 향후에도 조선업 Q 확대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국내 조선사들은 제한적인 공급 상황을 이용해 고마진 선종, 고선가 위주로 선별 수주에 집중하는 등 P 상승 효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의 고선가 기조에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10월 25일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는 189.6pt로 역사적 최고점인 2008년 8월 191.6pt에 다다르고 있다. 공급 증가가 제한돼 있는 현 상황에서 신조선가의 추가 상승 여력을 판단하기 위해선 꾸준한 선박 발주 수요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될 수 있는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선박 발주 수요는 내년에도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선종들의 발주 니즈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인데, LNG선의 경우 향후 진행될 LNG 생산 프로젝트 규모 및 일정에 따라 여전히 초과 수요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공급 과잉 시장에도 불구하고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로 선사들의 발주 의지가 강하다는 점, 친환경 D/F 선박 발주를 선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발주 수요 전망이 밝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규제와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선박 발주 증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IMO(국제해사기구)는 탄소집약도를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50% 감축하는 저감 목표에 합의했다. 기존에는 엔진 사양을 기반으로 이론적 배출량을 산출해 선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를 반영하는 EEDI 지수가 활용되고 있었으나, 2023년 IMO는 이를 기존 선박까지 확대한 EEXI 및 실제 1년간의 탄소 배출량을 고려해 선박을 A등급에서 E등급의 5구간으로 세분화하는 CII 기반 평가를 도입했다.
올해에는 시행 첫 한해를 보냈던 선박들의 CII 등급이 부여됐다. 연속 3개년 이상 D등급을 받은 선박과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은 선박은 등급 개선을 위한 개선안을 제출해야 한다. 배출량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선속을 늦추거나, 장치 설치 및 선박 청소를 통해 연료 효율을 이끌어내는 방법 등이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추진선으로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비즈니스 특성 상 운항 속도에 민감해 선속을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시키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빠른 선대 교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기타 선종의 경우 선대 교체를 목전에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 연료 노선이 명확하지 않아 주로 선속 감소 등의 단편적 방식으로 친환경 대응을 진행해 왔으며, 교체 수요가 빠르게 나타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LNG D/F 선박 발주 비중이 증가하면서 친환경 연료 방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2024년 10월 기준 D/F 선박 수주잔고는 6,654만 CGT로 전체 수주잔고 대비 51%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LNG D/F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이다. 이에 따라 메탄올 추진선을 주력으로 발주하던 머스크, CMA-CGM 역시 LNG D/F 발주 위주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친환경 연료 노선 가시화로 벌크선, 탱커선 등 선대 교체가 느렸던 선종 발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중국 조선사들의 주요 선종 수주 증가 및 생산능력 확대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확장 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컨테이너 운임이 예상 외로 급등하게 되면서 하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컨테이너 수주를 기대했으나, 대부분 중국 조선사의 차지가 됐다. 중국 조선사들은 국내 대비 저렴한 선가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컨테이너 발주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을 이끌어왔다.
중국 조선사의 최근 생산능력 증설을 통한 단납기 슬롯 확보도 수주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New Times 조선소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4번째 대형 드라이 도크를 신규 건설했으며, 양쯔장조선소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신규 조선소 건설을 위한 추가 부지를 확보했다. 헝리중공업은 2022년 7월 인수한 대련조선에 13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710만톤의 캐파를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로 중국 조선사들에게 2027년 슬롯이 발생하게 되면서 대규모 컨테이너선 시리즈 수주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중국 조선사 캐파 증설은 유의할 부분이나, 2008년 이후 글로벌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리한 확장의 폐해를 학습한 조선사들이 단기간 내 이 이상으로 과도한 증설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 우려해야 할 점은 중국 조선소들이 점점 인도 레퍼런스를 쌓아간다는 것이다. 올해 중국 조선소들은 기존 한국의 주요 고객이었던 글로벌 탑티어 선사 컨테이너선 수주에 연달아 성공했다. New Times 조선소는 CMA-CGM으로부터 12척, 머스크에서 10척을 수주받았으며, 양쯔장조선소는 올해 머스크에서 총 8척을, 하파그로이드에서 5척을 수주받았다. 중국 조선사들은 점차 글로벌 탑티어 선사들의 신뢰를 얻어가며 컨테이너 발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으며, 이는 향후 경쟁 심화를 우려하게 하는 부분이다.
LNG선은 건조 난이도가 높아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점유율이 높은 선종이나, 후동중화 조선, 대련조선 등 중국 조선사들도 LNG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조선소의 건조 기간 및 품질이 개선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LNG 수주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중국 조선사의 LNG 수주는 주로 중국 선사들 위주이며 향후 LNG 생산 프로젝트는 미국 등 한국 우방국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 LNG 수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니즈 및 러우전쟁에 의한 PNG 수입 중단에 따라 LNG 수요는 빠르게 증가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 카타르 등 주요 LNG 생산국은 대규모 생산 프로젝트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클락슨은 LNG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급증하면서 글로벌 LNG 물동량도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7.7% 성장률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NG선 발주 수요는 생산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기반해 예측이 가능하다. 2024년 10월 기준 건설단계에 있는 프로젝트에서 366척, FEED 단계 프로젝트에서 409척 및 제안 단계 프로젝트에서 435척의 LNG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 프로젝트의 승인 가능성, 현재 글로벌 LNG선 수주잔고, 한국 수주 점유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한국 수주 가능 물량을 172척으로 예상된다.
국내 LNG선 연간 생산능력이 약 60척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생산 프로젝트 발 수요만 해도 향후 3년간은 여전히 초과 수요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교체 수요까지 더해지면 중장기까지 국내 LNG선 발주 시장은 높은 선가 및 Full Capa 발주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LNG선 수주잔고 점유율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은 긍정적인 LNG선 발주 수요에 따른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한국 조선소의 LNG선 발주량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신규 LNG 프로젝트 재개 여부도 중요하다. 올해 초 미국 바이든 정부는 신규 LNG 생산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 승인을 잠정 중단했다. 미국은 현재 FEED 단계 및 제안 단계 프로젝트에서 33%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방국인 한국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대부분의 발주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1월 5일 미국 대선 이후 당선 진영의 행보에 따라 수출 승인 재개 여부가 향후 국내 LNG선 발주 전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시기 물류 대란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컨테이너 선사들은 큰 돈을 벌게 됐으며, 실제로 글로벌 컨테이너 발주량은 2021년 역대 최고치인 451만TEU를 기록했다. 이후 2022~2024년에도 평년 대비 높은 발주량을 기록하며 컨테이너 선복량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급 현황만을 고려했을 때, 이미 컨테이너선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추가 발주 여력이 높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1)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 2) 친환경 규제 등 수급 외적인 요인들이 현재까지의 컨테이너 발주를 견인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4월 글로벌 선복량 1위 컨테이너 선사 MSC는 기존 머스크와의 동맹인 ‘2M’에서 탈퇴해 독자 노선을 취하게 됐다. 머스크는 4위 선사 하파그로이드와 ‘제미니’ 얼라이언스를 새롭게 출범하게 됐으며, 기존에 하파그로이드가 속해있던 ‘디얼라이언스’의 타 선사들은 그대로 존속하게된다. 시장 개편으로 선사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 의지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는 공격적인 선박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동전쟁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올해 예상치 못한 이익을 벌게 된 컨테이너 선사들은 대규모 선박 발주를 실행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만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47만 TEU가 추가되었다. 미 동부 항만 파업 등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의 수요 이벤트들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선사들의 자금 여력이 생길 때마다 신규 선박 발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컨테이너선 시장은 친환경 발주에 가장 민감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운항 속도가 중요한 컨테이너선 비즈니스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될 경우 타 선종처럼 선속 감소 등의 방식만으로 친환경 규제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컨테이너선은 비교적 선제적으로 D/F 선박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LNG 또는 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선 발주가 점차 보편화됨에 따라 전환 연료에 대한 노선 가시화 역시 신조 발주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탱커선은 내년에도 평년 수준의 꾸준한 발주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평균 1,762만 DWT였던 탱커선 발주량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4,325만 DWT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통상 20년 정도의 선박 교체 주기를 고려해 봤을 때, 해당 기간에 발주된 선박의 교체 시기는 이미 도래했다. 그럼에도 올해 10월 기준 탱커선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 비중은 13%로 작년 대비 상승했으나 아직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이다.
탱커선은 선속 감소 등의 방식으로 친환경 대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빠른 노후선 교체가 이뤄지기 어렵다. 또한, 그동안 친환경 연료 전환 노선이 불분명해 선사들이 신조 발주를 미뤄왔을 것으로 추측하며,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교체시기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량 발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실질적인 환경 규제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나, 전환 연료의 노선이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교체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조 발주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글로벌 탱커 물동량은 톤 기준 올해 +0.6% 증가하며 다소 약한 수요를 보여주고 있으나 2022년 이후 러우전쟁,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선복 부족 현상이 발생하며 톤마일 수요는 +4.1% 증가했다. 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탱커선 발주 수요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국내 조선사들은 암모니아선을 수주하거나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개발하는 등 기타 선종 개발 및 수주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VLAC(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은 2023년 말부터 국내 조선사 수주가 늘어난 선종이다.
암모니아는 주요 친환경 연료 중 하나로 LNG 대비 더 많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으나 연료 활용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또한, 암모니아에서 쉽게 수소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 운반용으로서의 수요 역시 존재한다. 선사들은 미래 암모니아 및 수소 수요 증가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VLAC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VLAC은 수주의 약 70%를 한국 조선소가 맡고 있는 선종으로, 향후 발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조선소 수주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발주 증가 역시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기후위기 대책의 일환으로 탄소 포집 및 저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CO2 운반선 수요 역시 기대해볼 수 있으며, 국내 조선사 중에서는 HD현대미포가 선제적으로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고 이서연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