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악화 속 선사들 운임 인상 또는 서차지 등 발동 가능할까?
글로벌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대표 박민규)는 13일 "미중 ‘항만 수수료’ 전쟁 14일부터 시작… 한국은?" 제하의 리포트를 발표해 관심이 집중됐다.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14일부터 항만까지 번진다. 내일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대중국 선박 항만 수수료 부과에 맞서, 중국 역시 동일한 날짜에 미국 선박에 대한 보복성 수수료 부과를 선언하며 양국 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선제공격: 중국 선박 겨냥한 항만 수수료
이번 사태의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중국의 불공정 해양·물류·조선업 관행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내일인 10월 14일부터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 기업이 소유 또는 운영하는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수수료 부과 기준: 선박의 순톤수(Net Tonnage)를 기준으로 톤당 50달러(약 7만 1천 원)의 입항료가 부과된다. 이 금액은 단계적으로 인상돼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약 19만 9천 원)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추가 제재: 이뿐만 아니라, 중국산 STS(Ship-to-Shore) 크레인 등 항만 장비에 대해서도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며 중국의 항만 인프라 산업까지 정조준했다.
글로벌 물류 컨설팅 한 전문가는 “미국의 조치는 표면적으로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급부상하는 중국의 해양 패권을 견제하고 자국 조선 및 항만 산업을 보호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압박을 넘어, 해상 물류망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맞불 작전: 보복 카드를 꺼내 든 이유
중국 교통운수부는 미국의 조치가 시행되는 14일, 동일하게 미국 관련 선박에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조치가 국제 무역 원칙과 양국 해운 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판단에 따른 정면 대응이다.
더 높은 수수료: 중국이 책정한 수수료는 톤당 400위안(약 8만 원)으로, 미국의 초기 부과액보다 약 10% 높은 수준이다. 이 역시 2028년에는 톤당 1,120위안(약 22만 3천 원)까지 점진적으로 인상될 계획이다.
광범위한 적용 대상: 중국은 수수료 부과 대상을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소유·운영하거나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선박, 미국 국적선, 미국 건조 선박’ 등으로 매우 폭넓게 규정했다. 이는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한 우회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위는 양국 해상 무역에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반격 조치는 필요하고도 당연한 수동적 방어 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이번 조치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중국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해상 운송 시장에 미칠 파장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은 당장 운항 비용 급증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 추가 비용은 결국 운임 인상이나 유류할증료와 같은 각종 할증료(Surcharge) 형태로 화주(수출입 기업)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태평양을 건너는 모든 화물의 물류비가 동반 상승하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동차·해운 업계 유탄: 당장 미국이 부과하는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 수수료는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와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운송사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간접적 피해 확산: HMM, 팬오션 등 국내 국적 선사들은 미국산 선박을 다수 운영하지 않아 중국의 조치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중 항로를 포함한 글로벌 해상 운임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경우, 모든 수출입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미중 무역 갈등이 해운 시장으로 번지면서 전반적인 운송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중 양국이 무역 전쟁의 전선을 물류 인프라로까지 확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우리 수출입 기업들은 단기적인 운임 변동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전략을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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