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경쟁 핵심 선박의 품질..강화되는 환경규제 한국 조선업 호재

 
최근 유수 포워더들의 영업력 타겟은 조선업을 비롯한 중공업 분야다. 특히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조선 시장은 포워더들의 중량화물 수송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이에 중공업분야의 조선업에 대한 정보 입수에 유수 포워더들의 신경전은 대단하다. 하나대투증권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중공업 60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이 1097조원에 달하는 세계 중공업시장을 분석한 ‘Global Heavy Special'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중 조선업 분야는 해운선사, 포워더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유가 급락으로 한국 조선업체들의 탱커 수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4개월 가량 지난 현재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의 수주량에서 탱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고 있다. 이중 현대중공업그룹이 탱커 수주량을 가장 크게 늘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0척의 탱커를 수주했고 현대삼호중공업은 11척의 탱커를 수주했다. 또 추가적인 탱커 수주소식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LNG선 중심의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현재 LNG선 6척, 탱커 6척의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탱커 수주실적이 늘고 있다는 것보다 Dirty tanker와 Clean tanker가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유가 하락은 산유국들간의 공급경쟁의 결과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원유 저장수요가 늘겠지만 더 큰 움직임은 석유정제수요에 있다. 수요에 비해 과도한 원유생산량은 결국 정제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 수출실적을 늘리게 된다.

탱커 운임은 Dirty tanker(원유 운반선)와 Clean tanker(석유화학제품 운반선)가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Dirty tanker와 Clean tanker 운임은 같은 방향을 보여왔으며 신조선 발주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Dirty tanker에 속하는 Crude tanker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수주량을 늘리고 있으며 Clean tanker에 속하는 LR탱커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이 수주량을 늘리고 있다. MR탱커는 현대미포조선이 수주량을 늘려주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탱커선사들 역시 운임상승으로 탱커 발주여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2012년 이후 발주된 탱커의 경우 투자된 선가가 낮아 현재수준의 운임으로 운항에 따른 현금흐름은 +로 전환됐다.  탱커선사들은 중고선을 버리고 신조선 투자를 늘릴 명분과 자금력이 생긴 것이다. 한국 조선업의 탱커 수주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2분기 연속 영업실적 흑자를 보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흑자전환의 이유이다.

기본설계 및 건조경험이 없어 건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던 선박의 인도가 4분기를 마지막으로 모두 마무리 되면서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되었다. 현대미포조선의 실적흐름을 보았을 때 건조경험이 많은 상선건조량이 늘어날수록 조선업체들의 이익은 증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조선업체들의 상선 건조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난다. 조선업체별로 동일 선종의 반복 건조도 기대해볼만 하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93척의 인도계획 중 PC탱커는 73척이다. 특히 현대비나신조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15%를 달성했다.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은 201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주선가를 높여오고 있다. 선수금 비율도 높이면서 수주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을 비롯한 Second tier yard들은 여전히 선가뿐만 아니라 선수금 비율을 제대로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수준의 수주선가 특히 선수금 비율 상승과 원/달러 환율상승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Top tier yard들의 수주 마진은 5% 내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추가적인 계약선가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주요 조선소들이 수주 선가를 높일수록 실질적으로는 낮은 수주선가를 제시해 왔던 Second tier yard들에게 기회가 발생될 것이다. 2000년대 신조선가와 한국 주요 조선업체들의 이익의 관계를 보았을 때 수익성 향상은 선가 상승 보다는 동일 선종의 반복건조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더욱 주요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신조선가는 2004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4년 하반기 이후 2008년 가을 리먼사태이전까지 선가 상승폭은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 이후 한국 조선업의 영업이익 성장폭은 선가 상승폭 이상으로 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가상승폭은 2003년 연초대비 2005년 연초 51.8% 상승했으며, 2005년 연초대비 2008년 3분기까지는 14.3% 상승했다. 수주량을 늘려 도크가 채워질수록 조선소들의 협상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수주량을 늘리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점진적으로 계약선가를 높이게 된다면 조선소들의 수익성이 점차 향상될 뿐더러 Second tier yard들에게 돌아갈 수혜 정도는 낮아지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선박의 선박가격 중 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8% 수준이다. 선박 수주계약을 체결할 때 대부분의 주요 기자재는 가격이 결정되지만 강재는 Steel Cutting이 시작되는 시점의 가격에 연동된다. 즉 강재가격은 변동되는 원가요소인 것이다. 후판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6% 가량 하락했다.(중국 후판가격 기준) 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16.1% 가량 하락했다. 후판가격은 현재 톤당 373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실제 조선소들의 조달 가격은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건조되고 있는 선박은 계약 당시보다 후판가격이 더 내려가 있다. 건조 수익성이 계약 당시 예상했던 수준보다 소폭이나마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선가와 비교했을 때 후판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을 시작으로 후판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선가는 오르는데 반해 후판가격의 하락폭은 더욱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연초와 비교해 선가는 평균 5% 가량 상승했다. 반면 후판가는 29% 가량 하락했다.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후판가격 상승은 당분간 제한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상선 건조 수익성은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 철강업계를 통해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선사들이 선박의 인도시기를 지연시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대상은 Second tier yard들이며 현대중공업과 같은 Top tier yard에서는 인도지연 요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지연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벌크선 수주잔고를 탱커로 전환시키는 수요가 있으며 주로 중국 조선소를 대상으로 100척이 넘는 Conversion 수요가 발생되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탱커선 건조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대응할 능력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중국 조선업은 숙련된 설계인력이 거의 없다. 한국의 비상장 조선업체들에서도 일부 탱커로의 교체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운임의 약세이다. 선사들이 선박을 발주할 당시보다 운임은 내려갔으며, 지불한 선수금은 크지 않다. 한국의 Top tier yard에서는 Eco-design이 검증된 선박의 인도가 계속되고 있다. Second tier yard에 발주했던 선박을 그대로 인도 받아가야 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Second tier yard에 발주했던 선박을 대상으로 성능개선을 위한 설계변경을 이유로 인도시기 연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Second tier yard에는 선사들이 요구한 설계변경을 수용할 수 있는 숙련된 설계인력이 충분치 않다는데 있다. 주로 중국 조선소들이 이에 대한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선사들이 인도지연 요청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이유가 무엇이든 조선소들이 설계변경을 수용해줄 능력이 낮은 수준이라면 인도지연 요청으로 인해 건조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선박 발주수요는 Top tier yard로 압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누적으로 상선을 1척이라도 수주한 조선소의 수는 줄고 있다. 1월 20개, 2월 19개, 3월 21개, 4월 8개 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선박 수주계약을 체결한 조선소의 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한편 글로벌 해운사들의 실적 흐름을 보았을 때 해운업 경쟁의 핵심은 선박의 품질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Maersk Line, Teekay Tankers, Teekay LNG, Scorpio tankers 등 글로벌 선두 해운업체들은 운임 약세에도 차별화된 실적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선두 해운사들은 모두 한국 선박으로 선대가 구성 돼 있어 중국 선박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선사들과 비교해 차별적인 실적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Maersk Line과 12개 글로벌 경쟁선사와의 영업이익 격차가 매 분기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aersk Line는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운항 코스트를 기준으로 2007년보다 연료 소모량(Consumption per FFE)을 절반 가량(49%)를 줄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18,000TEU급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늘어나고 있어 이익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Maersk Line은 지난해 하반기 16%가 넘는 EBITDA 마진을 보이고 있으며 ROIC는 13% 이상을 달성했다. 연비를 고려한 선박의 가격은 중국 선박이 한국 선박보다 실제로는 훨씬 비싸다. 중국 선박으로 선대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Second tier 선사들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는 한국 조선업에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설계인력이 부족한 Second tier yard에는 힘겨운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가 제시하고 있는 환경규제는 2015년이 시작되면서 여러 규제가 동시에 강화됐다. 강화된 기준에 맞춰 제때 선박을 인도할 수 있는 조선소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2015년 1월 Keel laying(도크에 메가블럭이 최초로 진입) 기준으로 EEDI는 Phase I으로 강화됐다. ECAs 지역을 운항할 때 사용되는 선박연료의 황 함유량(SOx)은 기존 1.0%에서 0.1%로 강화되었다. 2016년 1월 1일 Keel laying기준으로 NOx Tier III(질산화물 배출규제)가 적용된다. 지금 수주잔고에 잡혀 있는 선박들은 NOx Tier III에 실질적인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다. EEDI, SOx, NOx 규제가 2015년 들어 동시에 강화되었다. 올해 7월 1일 Keel laying 기준으로 안전에 대한 규제인 CSR-H(for bulkers and tankers)가 시작된다. 선박에 대한 갖가지 규제가 동시적으로 강화되고 있어 숙련된 설계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조선소들은 선박의 건조 및 인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한국의 한 조선업체는 EEDI Phase 0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벌크선 건조 작업이 6개월 가량 지연된 사례가 있다. 숙련된 엔지니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중국 조선업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흔히 발생되고 있다. EEDI는 1999~2009년에 인도된 주요 상선의 평균 연비를 말한다. 올해부터는 평균연비가 10% 하향됐으며 2020년과 2025년에 평균은 10%씩 하향된다. EEDI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선박은 Steel cutting이 지연되며 최종적으로 선박의 인도가 금지된다.

조선소의 실력은 인도실적으로 비교된다. 수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도실적이다. 선박의 수주는 선가와 선수금을 낮추면 수주실적은 한달 안에 연간 목표치를 채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조선소에게 유리한 선종으로 수주가 되고 있는 지이다. 미경험 선종 특히 기본설계 능력없이 수주한 선박은 결국 인도가 지연되고 엄청난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불과 몇 달 전에 현대미포조선이 PSV, 주스 운반선 건조작업 지연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과거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와 한국의 비상장 조선소인 SLS조선은 Stolt-Nielsen에게 받은 미경험 선박의 인도가 지연되면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중국 조선업 역시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를 수용할 숙련된 설계인력이 없어 선박 인도지연이 심해지고 있으며 인도가 거절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연비의 중요성 그리고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로 인해 중국 조선업은 후퇴하고 있다. 2009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의 선박 인도량은 중국을 상회했다. 지난해 선박 인도량은 한국이 1,203만CGT로 중국의 1,152만CGT보다 앞섰다. 2013년과 비교한 인도량 변화는 한국이 -3.7%, 일본이 -3.9%, 중국은 -14.7%로 인도량 감소폭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중국 조선업의 선박 인도지연은 더욱 심각해져 갈 것이다. 선주와의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연비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업은 낮은 선가와 선수금 비율을 앞세워 절대규모의 수주량을 늘려왔음에도 인도량 감소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조선업의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선박의 인도지연 및 인도거절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민간 최대 조선소인 양쯔장조선은 지난해 최소 14척의 선박이 계약이 취소됐다. 양쯔장조선은 인도가 거절된 선박의 리스를 위해 양쯔장쉬핑을 급히 신설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과거 유럽의 수 많은 조선소들이 해체되기 직전의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7월 1일 Keel laying(도크내에 메가블록이 진입) 기준으로 CSR-H(Harmonized Common Structure Rules)가 시작된다. 지난 2006년 있었던 국제선급협회의 안전규제인 CSR보다 한층 강화된 규제이다. CSR은 선박이 운항 중 파손우려가 높은 취약부위에 강도를 높이자는 규제사안이며 적용 대상선박은 벌크선과 탱커선이다. CSR-H가 시작되면 선주들은 선가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규제 이전에 선 발주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1월 NOx Tier II가 시작되면서 2010년 하반기 선박 발주량이 크게 늘어났었다. 따라서 7월 이전인 2분기가 한국 조선소들의 탱커 수주량이 상대적으로 집중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탱커는 한국의 주력선종이기도 하다.

CSR-H는 탱커선 강자인 한국에는 기회가, 벌크선 수주잔고를 크게 갖고 있는 중국에게는 시련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이 벌크선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CSR-H 규제 만족을 위해 선체 취약부위에 철판을 덧대게 되면 이론적으로 선박의 후판 사용량은 3~6%가 더 들어간다. 지난 2006년 CSR 규제로 중국은 후판 사용량이 8~11% 더 소요되었고, 한국과 일본은 3~6% 가량 더 사용됐었다. 결국 철판 사용량 증가로 선체무게는 무거워지면서 동시에 연비는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조선업은 선박인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한편 2012년 12월 캐나다 선사 Teekay는 세계 최초로 M.A.N의 ME-GI엔진이 탑재되는 LNG선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했다. 1912년 선박 저속추진엔진으로 디젤엔진이 등장한 이후 100년 만에 LNG를 사용하는 저속추진엔진이 등장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ME-GI의 상용화는 대우조선해양(구체적으로는 DSEC: 대우조선해양 설계 자회사)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ME-GI는 세상에 등장한지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수주대수 100대를 돌파했으며 현재 누적 수주대수는 144대에 달하고 있다. 엔진이 새로 출시된 지 2년이 안된 시기에 수주대수 100대를 돌파한 것은 257년의 M.A.N 역사상 최초이기도 하다. 해운산업의 매우 보수적인 특성을 감안했을 때 매우 혁신적인 사건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LNG선 추진 엔진 시장에서 ME-GI의 점유율은 5년 만에 2%에서 30% 가까운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Eco-cycle이 시작되면서 한국 조선업이 새로운 엔진의 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조선업의 위상이 한층 올라간 것이다. 과거에는 M.A.N사와 같은 엔진 기술사들이 선박수주과정에서 조선소들보다 높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선주들이 선박을 발주하기 이전에 엔진 타입에 대한 고민이 선행된다. 선주들이 엔진 타입을 결정할 때 엔진기술사들은 건조 가능한 조선소를 함께 추천했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엔진기술사들의 위상이 조선소들보다 좀 더 높았었다.

연비의 중요성 그리고 환경규제가 강조되면서 새로운 엔진의 개발과 출시가 과거보다는 빨라지고 있다. 그럴수록 엔진을 탑재할 수 있는 조선소의 수는 압축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엔진 및 추진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선형의 설계와 건조능력이 조선소들마다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Top tier 조선소들과 같이 기본설계능력이 확실하고 숙련된 설계인력이 풍부한 조선소는 엔진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겠지만, 설계인력 및 선박 건조경험이 많지 않은 조선소들은 엔진의 변화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엔진의 변화에서뿐 아닌 Eco-design의 진화 그리고 에너지저감장치들이 새로 나타날수록 동일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엔진의 변화를 반영하고 선주들이 요구하는 최적화된 선형을 새로이 개발하기 위해선 경험이 풍부한 핵심 설계인력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선형을 개발한다는 것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형의 대부분의 면들은 자유곡면이므로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는 쉽지 않으며 각 선체 내부에 탑재되는 장비와 선체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선박가격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새로운 선형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어려운 일인 것이다.

조선업은 새로운 경쟁구도로 가고 있다. 지난 2000년대와 같이 글로벌 수요가 이끄는 것이 아닌 Engineer capacity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조선해운산업에서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흐름으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항공기, 상용트럭, 플랜트 등 전세계 중공업 분야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나타났던 현상들이다. 조선업의 경쟁구도는 기본설계능력이 확실한 한국 조선업에 매우 유리한 산업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조선업은 아래 [표 12]에서 알 수 있듯이 설계인력의 수가 매우 부족하고 그들의 숙련도는 한국과 비교되지 못할 정도로 낮다. 게다가 10개의 R&D센터로 운영되기 때문에 선주들이 원하는 최적화된 선형과 성능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의 핵심은 Performance Guarantee로 요약할 수 있다. 원천적인 설계능력을 말하는 Basic Design(기본설계)은 고객에게 사전에 성능에 대해 입증되어야 한다. 제작된 이후에도 성능에 대한 지속적인 보증이 필요하다.

지금의 선박 수요는 기존 선대를 대체하는 교체수요이다. 선주들은 기존선박보다 성능이 보다 개선된 선박을 원하고 있다. 선주가 원하는 성능에 대해 사전에 조선소가 입증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의 핵심이다. 기존선대와 비교해 개선된 성능을 보이지 않는다면 선박을 발주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중국 조선소들의 인도가 지연되고 선박 인도가 거절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수주계약을 체결할 때는 한국 선박과 비교해 연료 소모량을 10~20% 낮추는 것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중고선보다도 연비는 좋지 못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현재 한국의 수주실적은 중국을 크게 넘어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91척이며 이중 53척이 탱커이다. 유가 하락의 수혜로 탱커 수주량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중국의 수주량은 52척이며 이중 탱커는 18척, 벌크선은 18척이다. 중국은 탱커선 건조경험이 많이 않으며 벌크선에서 인도지연 및 인도거절이 심해지고 있어 수주를 하더라도 실제 인도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연비의 중요성 그리고 해운업의 규제가 강조될수록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가게 될 것이다. 한국 조선업이 조선업의 새로운 경쟁구도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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