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118846, 2012다118853(반소) 판결

2. 사실관계

가. 피고는 남빙양 인근에서 원양어선 선단을 운영하는 선주이고, 원고는 피고와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나. 피고는 매년 11월경부터 다음 해 3~4월경까지 태평양 쪽 남빙양 남위 50도 이남 수역에서 조업을 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매년 11월경 원고에게 통지하면서 원고의 요구에 따라 그 조업에 필요한 확장담보 요청을 1개월 단위로 하여 왔다. 이 사건 선박도 2010년 11월경부터 2011년 3~4월경까지 남위 50도 이남 수역에서 조업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 이 사건 선박보험계약과 그에 편입된 협회담보약관 제5조 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보험에서 당초 부보된 항해구역은 인도양 중 남위 50도 이북의 수역 내이다.

라. 피고는 2010. 11. 11.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남극어장에서의 조업을 위하여 이사건 선박보험의 조업수역을 1개월간 남위 65도까지 확장하고 대양을 태평양 수역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이를 승낙하여 항해구역을 태평양 및 남위 65도까지, 기간을 2010. 11. 11.부터 2010. 12. 11.까지로 하는 이 사건 1차 배서장을 피고에게 발송하였다.

마. 피고는 2010. 12. 2. 원고에게 2010. 12. 10.까지 조업수역을 남위 67도까지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이를 승낙하여 항해구역을 남위 67도까지, 기간을 2010. 12. 2.부터 2010. 12. 10.까지로 하는 이 사건 2차 배서장을 피고에게 발송하였다.

바.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1차 배서장에 의한 확장담보기간 만료 이후의 기간에 대한 추가확장담보 요청을 하지 않고 있던 중인 2010. 12. 13.(월요일) 04:30경(대한민국 시각, 이하 같다) 이 사건 선박이 태평양 쪽 남빙양에 해당하는 남위 63도 20분, 서경160도 15분 지점(예상위치)을 항해하다가 전복되어 침몰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한다).

사. 피고 소유 선박 전체의 보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수산부 계장 소외인은 같은 날 04:30경부터 05:00경 사이에 이 사건 사고 발생사실을 확인하고, 05:45경 원고에게 팩스로 2010. 12. 12.부터 1개월간 조업수역을 남위 67도까지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는 확장담보요청서를 전송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다음날인 2010. 12. 14.(화요일)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사실을 통보하였다.

아.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원고는 피고가 항해구역 담보특약을 위반하였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을 하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국제사법 제27조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준거법 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다281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선박보험에 적용되는 협회기간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1/10/83)]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 및 관례에 준거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3조에서 계속담보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과 통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협회담보약관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워런티 조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영국법상 워런티 조항의 내용과 효력, 그 위반의 효과 등에 관하여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약관규제법 제3조에 의하여 협회담보약관이 이 사건 선박보험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보험에서 해상보험업계의 일반적 관행에 따라 영국법 준거약관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익이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피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선박보험과 관련된 모든 법률관계의 준거법은 영국법이고 달리 약관규제법을 적용하여야 할 사정이 없어, 이 사건 선박보험에는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4. 평석

가. 약관규제법 제3조는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문자•색채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하여야 하고,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고객이 요구할 경우 그 약관의 사본을 고객에게 내주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나. 약관규제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약관에 의하여 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는바, 약관규제법의 규제 대상인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관계없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계약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합의 등은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적하보험과 관련하여서는 약관이 아닌 개별적 합의가 존재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바,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적하보험이 남빙양의 일부분만을 조업구역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조업구역 제한에 관한 규정이 약관규제법 제3조에 의하여 이 사건 적하보험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적하보험을 체결하기 전에 피고 소유의 선박 전부에 관한 적하보험 조건을 협의하면서 조업구역을 남위 60도 이북의 남빙양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이므로, 약관규제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다. 한편 준거법 약정을 한 경우 우리나라 약관규제법이 여전히 적용되는지 문제되는바, 이 사건에서 문제된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워런티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로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고, 단순히 워런티 조항이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보험계약자들이 그 의미 및 효과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 이를 언제나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의무에 관한 주장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전제로 하는바,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선박보험에서 해상보험업계의 일반적 관행에 따라 영국법 준거약관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익이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피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선박보험과 관련된 모든 법률관계의 준거법은 영국법이고 달리 약관규제법을 적용하여야 할 사정이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선박보험에는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피고는 상고이유에서 대법원 2010. 9. 9. 선고2009다105383 판결을 들며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위 2009다105383 판결은 선박보험계약이 준거법 지정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인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아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라. 이 사건 판결은 워런티 조항이 유효함을 확인하였고, 약관규제법 적용과 관련하여 약관의 의미, 영국법 준거법 약정을 한 경우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와 준거법 지정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인 사안을 구분하여 적용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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