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44267 판결

2. 사실관계

가. 운송인인 피고는 소외 A컴퓨터 주식회사(이하 'A'라고 한다)와 사이에 개인용 컴퓨터(품명: micro pc station) 400b기종 1,872대, 433id기종 624대 도합 2,496대(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송하인인 A가 컨테이너에 이 사건 화물을 직접 적입•적재•계량하는 조건(shipper load stowage & count)하에, 부산항에서 일본 요코하마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선하증권을 작성함에 있어 A가 제시한 선적의뢰서에 따라 '컨테이너 또는 포장의 수(number of containers or package)'란에 '40' × 4(104 plts)', '포장의 종류 및 화물의 내역(kind of package : description of goods)'란에 'shipper load stowage & count, said to be: 104plts(2,496units) of micro pc station 400b 1,872units, 433id 624units'라고 기재하였다.

다. 한편 A는 모니터, 키보드를 포함하여 컴퓨터 한 세트마다 1개의 종이상자(1 unit/carton)로 포장한 다음, 운송의 편의 등을 위하여 1개의 팰리트(pallet) 위에 24개의 위 종이상자를 올려 놓은 후(한 층에 네 상자씩 여섯층을 쌓았다.) 사방에 모서리 보호용 섬유판을 대고 투명한 비닐(shrink wrap)로 감싼 다음 1개의 컨테이너당 26개의 팰리트씩 4개의 컨테이너에 나누어 적재하였다.

라. 그런데 운송 도중 1개의 컨테이너 안에 든 화물 전체(26 팰리트 = 624 상자)가 침수되어 이 사건 화물의 적하보험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소지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고 운송인인 피고에게 이 사건 구상청구를 하였다.

3. 원심의 판단(서울지방법원 2002. 7. 4. 선고 2001나16110 판결)

피고의 책임제한의 기준이 되는 포장이 무엇인지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객관적 증거자료는 선하증권상에 나타난 포장의 기재(그 중에서도 특히 ‘포장의 수’)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 화물의 포장단위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송하인인 A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선적자에 의한 적재와 검수(shipper load stowage & count) 조건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한 후, A가 제시한 선적의뢰서에 따라 선하증권을 작성함에 있어 컨테이너 또는 포장의 수(number of containers or package)란에 “40' x 4(104 plts)”, 포장의 종류 및 화물의 내역(kind of package : description of goods)란에 “shipper load stowage & count said to be : 104plts(2,496units) of .micro pc station 400b 1,872units .micro pc station 433id 624units..”라고 기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선하증권의 작성경위 및 기재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물의 포장단위는 위 선하증권의 포장의 종류 및 화물의 내역(kind of package : description of goods)란에 ‘shipper load stowage & count said to be’라는 유보문구와 함께 기재된 유니트(unit)라기 보다는 위 선하증권의 컨테이너 또는 포장의 수(number of containers or package)란에 기재된 팰리트{40' x 4(104 plts)}라고 볼 것이다

[한편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보험증권 등에 위 선하증권상의 포장의 종류 및 화물의 내역란 기재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이 사건 화물의 포장단위를 유니트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대법원 판결요지

상법 제789조의2에 의한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 책임제한의 기준이 되는 '포장'이란 운송물의 보호 내지는 취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서 반드시 운송물을 완전히 감싸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구체적으로 무엇이 포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운송업계의 관습 내지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선하증권의 해석상 무엇이 책임제한의 계산단위가 되는 포장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선하증권에 표시된 당사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러한 관점에서 선하증권에 대포장과 그 속의 소포장이 모두 기재된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포장단위에 해당하는 소포장을 책임제한의 계산단위가 되는 포장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비록 '포장의 수'란에 최소포장단위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거기에 기재된 숫자를 결정적인 것으로 본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선하증권의 다른 난(欄)의 기재까지 모두 살펴 그 중 최소포장단위에 해당하는 것을 당사자가 합의한 책임제한의 계산단위라고 봄이 상당하고, 포장의 수와 관련하여 선하증권에 'said to contain' 또는 'said to be'와 같은 유보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은 포장당 책임제한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이 없다.

5. 평석

가. 운송인은 적은 운임을 받고 대량의 물건을 운송하므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에게 모든 손해의 배상을 명한다면 운송업의 존립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상법은 외국의 예에 따라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고 있다. 2007. 8. 03. 개정 이후로 상법은 제797조 제1항에서 운송인의 손해배상의 책임은 당해 운송물의 매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666과 100분의 67 계산단위의 금액과 중량 1킬로그램당 2 계산단위의 금액 중 큰 금액을 한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문제되었던 당시의 상법은 제789조의2 제1항에서 운송인의 손해배상의 책임은 당해 운송물의 매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500계산단위의 금액을 한도로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나.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포장당 또는 선적단위당 500계산단위를 곱한 금액이 책임한도가 되는바, 송하인이 모니터, 키보드를 포함하여 컴퓨터 한 세트마다 1개의 종이상자(1 unit/carton)로 포장한 다음, 운송의 편의 등을 위하여 1개의 팰리트(pallet) 위에 24개의 위 종이상자를 올려 놓은 후 사방에 모서리 보호용 섬유판을 대고 투명한 비닐(shrink wrap)로 감싼 다음 1개의 컨테이너당 26개의 팰리트씩 4개의 컨테이너에 나누어 적재하였기에 이 사건에서 책임제한의 기준이 되는 화물의 포장이 팰리트(pallet)인지 아니면 유니트(unit)인지 여부에 따라 책임범위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

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원심은 책임제한의 기준이 되는 포장에 대하여 선하증권상에 나타난 포장의 기재, 그 중에서도 특히 ‘포장의 수’를 기초로 객관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보아, 이 사건 선하증권 컨테이너 또는 포장의 수(number of containers or package)란에 “40' x 4(104 plts)”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화물의 포장단위는 unit가 아니라 pallet라고 보았고, 포장의 종류 및 화물의 내역(kind of package:description of goods)란에 “104plts(2,496units) of .micro pc station 400b 1,872units .micro pc station 433id 624units..”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 unit가 포장단위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고, 특히나 선하증권의 포장의 종류 및 화물의 내역(kind of package:description of goods)란에 ‘shipper load stowage & count said to be’라는 유보문구와 함께 기재되어 있으므로 unit를 포장단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라. 이에 반하여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포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운송업계의 관습 내지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고, 선하증권의 해석상 무엇이 책임제한의 계산단위가 되는 포장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선하증권에 표시된 당사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선하증권에 대포장과 그 속의 소포장이 모두 기재된 경우에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포장단위에 해당하는 소포장을 책임제한의 계산단위가 되는 포장으로 보았으며, '포장의 수'란에 최소포장단위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거기에 기재된 숫자를 결정적인 것으로 본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선하증권의 다른 난(欄)의 기재까지 모두 살펴 그 중 최소포장단위에 해당하는 것을 당사자가 합의한 책임제한의 계산단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으며, 포장의 수와 관련하여 선하증권에 'said to contain' 또는 'said to be'와 같은 유보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은 포장당 책임제한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마. 대포장과 소포장이 있는 경우 어느 포장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운송인의 책임범위가 크게 달라지고, 따라서 송하인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액의 범위도 달라지게 된다. 운송인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모든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경우 운송인의 존립이 염려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송하인의 경우 배상 받을 수 있는 손해액이 미미해서 사실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양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 사건 원심은 선하증권상의 ‘포장의 수’란의 기재에만 주목하여 다른 부분의 기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포장의 수’란의 기재 외에도 다른 모든 부분의 기재까지 의미 있게 고려하여 전체적인 관점에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한 대법원의 판결이 지극히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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