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다82417 판결

2. 사실관계

가. 운송주선업체인 원고는 2006. 1.경부터 2007. 11. 17.경까지 섬유원단 제조·수출업체인 피고의 의뢰로 여러 차례 섬유원단을 운송 또는 운송주선해 주었고 피고로부터 받지 못한 운송대금이 14,715,976원에 이르렀다. 이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운송료의 지급을 구하자 피고는 아래와 같이 원고의 운송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그 손해배상금을 반소로 구하였다.

나. 피고는 2007. 9.경 원고에게 2개의 화물운송을 의뢰하였는바 제1화물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항이 목적항으로서 도착예정일은 2007. 9. 26.이었고, 제2화물은 인도 첸나이항이 목적항으로서 도착예정일은 2007. 9. 30.이었다. 그런데 원고 직원이 위 각 화물의 선적서류에 목적지를 반대로 기재하여 서로 상대쪽 목적항으로 운송되었고, 제1화물은 2007. 11. 5.에야, 제2화물은 2007. 10. 13.에야 원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피고는 위와 같은 운송물 인도지연으로 인해 각 매수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청구 받고 협상을 한 결과, 제1화물의 매수인에게 31,592.48달러를 지급하고, 제2화물의 매수인과는 46,606.88달러로 정산한 후, 원고를 상대로 제1화물에 관하여는 ① 매수인 공장 생산라인 정지에 따른 손해 42,135달러, ② 자카르타에서 첸나이로 화물을 재수출한 비용 1,527달러, ③ 피고 직원의 출장비용의 합계 43,592.48달러 중 매수인으로부터 일부 면제 받고 최종 지급한 위 31,592.48달러의 지급을 구하고, 제2화물에 관하여는 ④ 매수인이 제2화물(섬유원단)로 생산한 제품을 구매자인 미국 업체에 납품기한 내에 인도하기 위해 항공기로 운송함에 따라 추가되었다며 요구한 49,052.88달러 중 최종 합의한 위 46,606.88달러의 지급을 구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가 해상운송업 및 해상운송주선업을 영위하는 자이며, 피고는 섬유제조 및 판매, 무역업 등을 영위하는 자인 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각 화물 운송계약 이외에도 수 차례 거래가 이루어진 실적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자신이 운송하고 있는 원단들이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제3국으로의 수출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운송을 의뢰 받은 원단들의 도착이 지연되면, 가공업체 등에 순차적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을 구하고 있는 위 ① 내지 ④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3. 원심의 판단(서울지방법원 2010. 9. 3. 선고 2010나6078 판결)

이 사건 각 화물을 운송하는 원고로서는 피고가 운송을 위탁한 화물의 품목 자체에 대하여는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이 어떠한 용도에 쓰이는 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입장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사 이 사건 각 화물의 수하인들이 이를 가공하여 수출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조업자인 수하인들이 충분히 원료를 보유하고 있었는지, 이 사건 각 화물의 운송이 지연되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상황이었는지 여부까지는 알기가 어려운 입장에 있었다고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로 인하여 제조업자인 수하인들이 거래상대방들과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더욱 알 수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가 배상을 구하고 있는 ①, ③, ④손해의 경우 통상의 손해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②손해의 경우는 피고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보아 피고 주장을 배척함).

4. 대법원의 판단: 심리불속행 기각

원심판결을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살펴 보았으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

그러므로 위 법 제5조에 의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련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5. 평석

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하였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동법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률로서 민사소송, 가사소송, 행정소송의 상고사건에 몇 가지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나. 동법은 제4조에서 대법원의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바로 판결로 상고를 기각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① 원심판결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② 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③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④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⑤ 그 외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⑥ 「민사소송법」 제424조제1항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심리불속행 판결에 의하여 사건을 최종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

다. 심리불속행 판결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바로 판결로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유를 적지 아니하므로(동법 제5조) 급증하는 상고사건에 과부하가 걸린 대법원으로서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나 상고를 제기한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대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심각할 때는 상고심 사건 중 70% 가까이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었으나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자 현재는 그 비율이 조금은 완화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적지 않은 비율의 사건이 이유도 설시 되지 아니한 채 종결되고 있다. 어떻든 심리불속행 판결도 대법원의 판결이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도 원심의 판시내용이 일응 대법원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내용은 운송인의 연착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어느 범위까지 배상을 할 것인지 여부였고, 원심은 피고가 주장한 4가지 손해에 대하여 1가지는 피고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더 이상 살피지 않고, 나머지 3가지 손해에 대하여는 통상의 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이므로 운송인이 부담할 손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마.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바(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하고,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민법 제393조). 한편 상법은 운송물이 연착된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인도할 날의 도착지의 가격에 따른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상법 제137조) 이를 해상운송인에게도 준용하고 있는바(상법 제815조) 이는 민법상 일반원칙에 의한 손해를 모두 배상하도록 하는 경우 다수인을 상대로 대량의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운송인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송하인별로 배상의 내용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배상액을 일정액으로 제한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바. 통상의 손해라고 함은 어떠한 과실 있는 행위가 있을 경우 통상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손해로서 예컨대, 임차인이 임차물을 멸실한 때에는 그 임차물의 시가, 임차물반환채무의 이행지체의 경우에는 지연된 기간 동안의 차임, 금전채무의 이행지체에서는 지연된 기간 동안의 이자에 상당하는 금액을 들 수 있다. 특별손해라고 함은 통상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지 아니하는 손해라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예컨대, 채권자에게만 존재하는 특별한 사정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손해로서, 매도인의 이행불능으로 매수인이 전매를 하지 못해 입은 전매차익의 손해, 다른 목적물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등을 들 수 있다.

사. 이 사건 피고가 주장한 손해는 매수인 공장 생산라인 정지에 따른 손해, 피고 직원의 출장비용과 매수인이 제2화물(섬유원단)로 생산한 제품을 구매자인 미국 업체에 납품기한 내에 인도하기 위해 항공기로 운송함에 따라 추가된 비용이므로 통상의 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이고, 따라서 매도인이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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