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다14562 판결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09. 4. 30. A주식회사와 사이에 A가 중국 칭다오에 있는 제모피아 쥬얼리 주식회사로부터 수입하는 미화 139,217.50달러 상당의 귀금속 3,347개, 중량 11.5kg에 관하여 ‘협회항공약관(전위험담보) 및 가액이 운송인에게 통보되고 가액에 상응한 요금이 지급되어야 하며(Full value declared to Carrier and Valuation Charge Paid), 국내운송 전 과정 중 경호원이 동행되어야 함(It is warranted that the subject matter insured be accompanied by Guard during whole course of transit within domestic area)’을 보험조건으로 하여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는 이 사건 화물을 수령한 직후 누군가 운송 과정에서 이 사건 화물이 들어 있던 철제상자와 종이상자를 훼손하고 화물 중 귀금속 780개 미화 27,148달러 상당을 절취한 사실을 발견하고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다. 이에 따라 원고는 보험조건부합 여부에 관하여 심사한 결과, 이 사건 보험조건 및 그 위반 시의 효과를 A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그 보험조건을 적하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지 않기로 하고, 2009. 6. 9. A에 보험금으로 미화 29,862.80달러(위 부족분 상당 가액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가액)를 지급하였다

라. 원고는 A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피고에게 보험자대위를 하였는바 피고는 이 사건 사고는 원고 보험회사의 면책약관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지급이 부당하고 따라서 보험자대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상법 제682조에서 정한 제3자에 대한 보험자대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보험자가 보험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면책약관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에 따라 해당 면책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하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자는 보험자대위를 할 수 있다.

4. 평석

가. 상법 제682조에 의하여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하는바 이를 보험자대위라고 한다. 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험목적물에 손해가 발생하면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나 그와 함께 보험목적물에 손해를 입힌 자에 대하여 여전히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한다. 피보험자는 위 두 가지 권리를 선택해서 행사할 수 있으나 손해를 입힌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지급 받을 수 있는 지는 불확실한 점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보험자에게 우선 보험금을 청구하면 그 손해는 전보가 되므로 다시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아 피보험자의 손해가 전보되었다고 해서 불법행위를 한 제3자가 면책되는 것은 부당하므로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보험자에게 이전하여 보험자가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나. 한편 피보험자와 보험자 사이에 보험금이 지급될 것인지 여부는 약관의 규정에 의하고 약관의 면책조항에 해당한다면 원칙적으로 보험금은 지급될 수가 없다. 그러나 약관의 면책조항에 해당한다고 하여 보험사가 항상 보험금 지급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당해 사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인데 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그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피보험자는 보험자의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 당해 면책조항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가 있다.

다. 약관설명의무를 규정한 법률들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을 <중요한 내용>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서(상법 제638조의 3 제1항, 약관규제법 제3조 제2항), 구체적으로 이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학설과 판례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여기서 설명을 요하는 사항인 ‘중요한 내용’이란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사회통념상 그 사항을 보험계약자가 알았는지 여부가 계약체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보험자의 약관설명에 대하여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라. 구체적으로는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고지의무의 대상, 자동차양도시 보험자의 승인요구(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7970 판결), 유상운송면책특약(대법원 1999. 5. 11. 선고 98다59842 판결), 가족운전자 한정운전특약에서의 가족의 범위(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054 판결), '다른 자동차 운전담보 특별약관' 중 '피보험자가 자동차정비업, 주차장업, 급유업, 세차업, 자동차판매업 등 자동차 취급업무상 수탁 받은 자동차를 운전 중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는 면책한다는 조항(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14917, 14924 판결) 등에 대하여 설명을 요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마. 따라서 보험약관에 규정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시 중요한 사항에 대해 계약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보험자는 면책을 주장할 수가 없고 청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본건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제3자에게 보험자대위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제3자는 피보험자에게 피해를 입힌 자로서 피보험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인바, 피보험자가 보험자와의 보험계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고 해서, 그리고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 경위가 면책조항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보험자가 면책주장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러한 우연한 사정을 이유로 제3자가 피보험자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제3자를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면책시키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라 하더라도 피해를 입힌 제3자에 대한 대위가 가능하다는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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