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4다49241 판결

2. 사실관계

가. 피고 증권회사는 이 사건 펀드의 판매회사이고, 피고 자산운용회사는 펀드의 운용회사이며, 피고 해운회사는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한 해운회사이다.

나. 피고 증권회사의 과장 J는 C와 함께 선박펀드를 조성하는 업무를 진행하였고 이 사건 펀드의 조성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그 구조를 정하고 원고 등 투자자를 물색하여 투자자에게 관련 정보나 피고 증권회사가 작성한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펀드 설정 최종 단계에서 피고 자산운용회사를 자산운용회사로 선정하는 등 이 사건 펀드의 조성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

다. C는 A해운회사와 정기용선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J와 선박금융 및 선박펀드의 조성을 협의하였으나 그와 같은 조건으로는 투자자 모집이 어렵고 5대 메이저 해운회사와 용선기간 4년 이상의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어야 투자가 가능하다고 하자,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 회사인 피고 해운회사와 용선기간 4년의 정기용선계약 체결사실을 알려 주었고 위 정기용선계약을 기초로 하여 선박금융을 일으켜 선박펀드가 설정되었다

라. J는 원고에게 이 사건 펀드의 핵심요소는 피고 해운회사와 체결한 정기용선계약인데 국내 굴지 재벌그룹의 계열사로서 신용도가 양호한 대기업인 피고 해운회사와 이 사건 펀드 설정 전 기간에 걸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투자에 특별한 위험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를 권유하였다

마. 그런데 실제로는 C가 A해운회사와 추진 중인 용선계약에 피고 해운회사가 중간용선자로 back-to-back 방식으로 참여할 경우 용선기간을 4년보다 줄이고 1일당 1,000달러의 용선료 차익을 지급하겠다고 제의한 것이었고, 피고 해운회사는 용선기간을 30-38개월로 하는 한편, A해운회사와의 재용선계약이 종료되면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도 종료하기로 하는 추가적인 합의가 존재했었다

바. 한편 피고 해운회사는 C의 요청에 따라 정기용선계약의 선주를 D에서 E로 변경하는 내용의 Novation Agreement(경개계약)를 체결하였는데, 이 경개계약에도 불구하고 D는 피고 해운회사에게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상 모든 권리 등을 F은행에 양도하였고, F은행이 달리 지시하지 않는 한 피고 해운회사는 용선대금을 피고 해운회사의 F은행 계좌에 계속 지급하여야 한다’는 채권양도통지를 하였고, 피고 해운회사의 담당직원은 F은행을 수신인으로 하여 ‘피고 해운회사는 D에 의한 채권양도통지를 수령하였으며 이로써 D가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상 모든 권리 등을 F은행에 양도함을 확인 및 동의한다’는 취지의 답장을 하였다

사. 그런데 C와 J가 추진한 펀드 대부분은 계약서의 위조, 이중작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J는 C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여 배임수재죄를 범하기도 하였다.

3. 고등법원의 판단

F은행은 D가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에 기하여 피고 해운회사에 대하여 갖는 용선료채권을 양수함으로써 피고 해운회사와 계속적 채권채무관계에 있게 되었고, 피고 해운회사의 직원인 소외 1 등은 위 용선료채권이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박금융의 담보로 제공된다는 것과 소외 2가 선박금융과 관련하여 피고 해운회사의 신용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들은 피고 해운회사가 D와 A해운회사 사이의 중간용선자로 참여하여 용선료 차액만을 얻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투자하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피고 해운회사는 위 채권양도를 승낙하면서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에 대한 변경이나 추가는 F은행의 동의가 없는 한 유효하지 않다’는 취지의 이 사건 양도담보승낙서를 F은행에 제공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해운회사는 F은행에 대하여 D와 체결한 정기용선계약의 내용 등 용선료채권의 성립이나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에 관하여 정확하게 알려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채무자가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는 승낙을 하였더라도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할 뿐이고(민법 제451조), 채권의 내용이나 양수인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정을 조사, 확인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양수인 자신에게 있으므로, 채무자는 양수인이 대상 채권의 내용이나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음을 전제로 채권양도를 승낙할지를 결정하면 되고 양수인이 채권의 내용 등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지까지 확인하여 그 위험을 경고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채무자가 양도되는 채권의 성립이나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에 관하여 양수인에게 알려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5. 평석

가. 이 사건에서는 선박펀드의 기초가 되는 정기용선료채권에 대하여 추가 약정이 있었고 그 약정에 의하면 피고 해운회사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여서 선박펀드의 기초가 매우 부실하여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판매한 피고 증권회사와 운용을 한 피고 자산운용회사, 그리고 정기용선계약상 용선료 지급채무자인 피고 해운회사가 투자자인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지가 문제가 되었다.

나. 먼저 자산운용회사의 경우에는, 투자신탁을 설정하고 투자신탁재산을 운용하는 자로서 투자신탁에 관하여 제1차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켜야 할 지위에 있고, 투자자도 자산운용회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신뢰하여 자산운용회사가 제공하는 투자정보가 올바른 것이라고 믿고 그에 의존하여 투자판단을 하므로,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신탁재산의 운용대상이 되는 자산과 관련된 제3자가 제공한 운용자산에 관한 정보를 신뢰하여 이를 그대로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데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그 정보의 진위를 비롯한 투자신탁의 수익구조 및 위험요인에 관한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사한 다음 올바른 정보를 판매회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래서 만약 합리적인 조사를 거친 뒤에도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정보가 불명확하거나 불충분한 경우에는 판매회사나 투자자에게 그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알려야 할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 자산운용은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의 진정성에 의심이 있었음에도 그에 관한 조사를 다 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다. 그리고 피고 증권회사의 경우에는, 판매회사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산운용회사로부터 제공받은 투자설명서나 운용제안서 등의 내용을 명확히 이해한 후 이를 투자자가 정확하고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 되고, 그 내용이 진실한지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여 이를 투자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 증권회사가 투자신탁재산의 수익구조나 위험요인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으로 투자신탁의 설정을 사실상 주도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인정되었고, 이 경우 판매회사 역시 자산운용회사와 마찬가지로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을 합리적으로 조사하여 올바른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여야 할 투자자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라. 마지막으로 피고 해운회사의 경우, 고등법원에서는 용선료채권을 양수한 자에 대하여 용선료채권의 성립이나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에 관하여 정확하게 고지하여야 할 거래관계상 신의칙에 의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되어 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긍정되었으나, 대법원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는 승낙을 하였더라도 채권의 내용이나 양수인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초래할 만한 사정을 조사, 확인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양수인 자신에게 있으므로, 채무자가 양수인이 채권의 내용 등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지까지 확인하여 그 위험을 경고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 채무자가 양도되는 채권의 성립이나 소멸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에 관하여 양수인에게 알려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피고 해운회사의 책임을 부정하였다.

마. 고등법원 판결에 의하면 해운회사로서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자신이 정기용선계약을 맺고 있는 용선료채권을 기초로 해서 펀드 등이 설정되고 양도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예측하지 못한 불의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이를 부인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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