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정배경

함부르크 규칙(Hamburg Rules, 1978)은 화주국인 개발도상국의 발의에 의해 기존의 선하증권조약에 대해 근원적 재검토의 산물로서 태어난 것이다. 이들 국가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선하증권조약(Hague Rules 및 Hague-Visby Rules)상의 해상운송인의 책임체계는 식민지를 지배하던 시대에 선진 해운국을 위한 것으로서 화주국인 개발도상국의 사정을 무시하고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며 운송인의 책임체계의 근본적인 변혁을 주창하였다. 이에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U.N.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의 발의로 유엔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 : U.N.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가 1972년부터 심의 ․ 작성한 “해상화물운송에 관한 조약안”을 1978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엔 주최 해상화물운송 전권회의에서「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Carriage of Goods by Sea, 1978」(이른바 Hamburg Rules, 1978)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 함부르크 규칙의 특징은 해상운송법제상 전통적인 항해과실에 대한 운송인의 면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위시하여 운송인의 면책사유를 축소하는 한편, 운송인에게 무과실거증책임(無過失擧證責任)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도 크게 인상하는 등 헤이그규칙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고 있다.

2. 함부르크 규칙의 주요 내용 –특징-

함부르크 규칙의 주요 내용을 기존 조약(헤이그/비스비 규칙)의 내용과 비교해 볼 때 그 중 특히 달라진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선하증권기재사항의 상세 규정(함부르크 규칙 제15조)

헤이그/비스비규칙에서는 선하증권의 기재사항으로서, 화물의 식별에 필요한 기호(leading Mark), 포장의 개수, 용적 또는 중량 및 화물의 외관상태 등 3개 사항만 열거하고 있는 데 비해, 본 규칙에서는 아래에서 열거하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주요 사항을 명문화하였다.

<함부르크 규칙 제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하증권의 기재사항>
① 화물의 종류, 화물식별을 위한 화인(貨印), 위험품인 경우 그 위험성, 포장 또는 개품의 수 및 중량 또는 기타 표시의 수량
② 화물의 외관상태
③ 운송인의 명칭 및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
④ 송하인의 명칭,
⑤ 송하인이 수하인을 지정한 때에는 그 수하인 명칭
⑥ 운송계약상의 선적항 및 화물수령일
⑦ 운송계약상의 양륙항
⑧ 선하증권 원본의 발행 통수
⑨ 선하증권 발행지
⑩ 운송인 또는 운송인에 갈음하여 행위하는 자의 서명
⑪ 선하증권 또는 기타의 해상운송계약을 증명하는 증권이 발행되는 경우, 그 증권에는 이 조약에 저촉되고 송하인 또는 수하인의 불이익 한 일체의 약관을 무효로 한다는 본 조약규정에 따른다는 취지를 기재해야 함(제23조 3항)
⑫ 수하인이 지급해야 할 운임범위 또는 수하인이 지급한다는 뜻의 표시
⑬ 화물을 갑판적(甲板積; on-deck stowage)으로 운송한다거나 또는 갑판적으로 운송되어 질 수 있다는 취지의 문언
⑭ 당사자 간에 명시적으로 합의된 경우, 화물을 인도할 날 또는 기간
⑮ 합의된 경우, 본 규칙 규정보다 증가시킨 운송인의 책임한도
⑯ 기명선박에 선적되었다는 사실 및 그 일자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함부르크 규칙에서는 선하증권의 기재사항에 대하여 상세하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서 기재사항 면에서는 오늘날의 선하증권법규로서 현실과 상당히 부합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2) 규칙의 적용범위의 확대

함부르크 규칙은,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그 적용(適用)을 제외시켰던 생동물, 갑판적 화물도 포함하고 있어서, 선하증권의 발행유무에 관계없이 용선계약에 의한 살물(撒物)운송을 제외한 모든 개품(個品)운송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동 규칙 제2조 참조).

3) 운송인의 책임기간의 확대

헤이그/비스비규칙의 책임기간은 화물의 선적(船積)부터 양륙(揚陸)까지인데 비하여, 함부르크규칙은 운송인이 화물을 수령(受領)한 때부터 인도(引渡)하기 까지(from the time he has taken over the goods until the time he has delivered goods)로 확대하였다(동 규칙 제4조 참조).

4) 면책사유 열거주의(소위 면책 카다로그)의 폐지

함부르크 규칙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항해과실을 운송인의 면책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포함하여 선박취급상의 과실 면책, 선박화재 면책 조항 등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 규정한 16가지의 운송인의 면책사유를 폐지한 것이다.
본 규착에서 운송인에게 인정되는 면책사유로는 생동물(live animal), 고유의 위험 및 해난구조에 따른 손해에 한하고 있다(동 제5조 참조).

5) 인도지연에 대한 책임조항의 신설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는 인도지연에 관한 규정이 없었으나 함부르크 규칙에서는 인도지연의 정의와 함께 운송인의 책임한도액을 신설하였다. 즉 인도지연이란 운송계약에서 명시적으로 합의된 기간 내에, 또는 그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당해 정황을 고려하여 성실한 운송인에게 요구되는 합리적 기한 내에 화물이 인도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며(제5조 2항), 이런 지연이 있는 경우 운송인은 운임의 2.5배로 배상책임액을 제한할 수 있으며, 또한 해상운송계약에 의하여 지급되는 운임총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그 상한액을 규정하고 있다(제6조 1항 b).

6)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의 인상

화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는 포장 당 666.67SDR 또는 Kg당 2.00SDR 중 높은 쪽을 취하여 산출된 금액을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 비하여, 함부르크 규칙에서는 이를 835 SDR 또는 Kg당 2.5 SDR로 인상하였다(제6조 1항 a 참조).

7) 손해통지기한 및 제소기한의 연장

► 손해의 통지기한의 연장 :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는 화물의 멸실 또는 훼손이 외부에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화주가 화물을 인도받은 날로 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운송인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함부르크 규칙에서는 이를 15일로 연장하였고(제19조 2항), 인도지연의 경우는 60일 이내에 지연손해에 관한 통지(서면)를 하지 않으면 수하인은 지연손해에 대한 청구권을 잃는다고 규정하였다(제19조 5항).

► 제소기한의 연장 : 헤이그/비스비 규칙은 화물의 인도일 또는 인도했어야 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의 제기가 없으면 운송인은 화물손해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비하여, 함부르크 규칙에서는 이를 2년 이내로 연장하고 그 이후의 소송절차는 효력이 없다(time barred)고 규정하고 있다(제20조 1항 참조).

8) 송하인의 보상각서(補償覺書)에 관한 조항의 신설

운송화물에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이 그 내용을 선하증권에 삽입하지 않음(Clean B/L발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운송인의 손해를 송하인이 보상하겠다고 약정하는 보상각서(Letter of Indemnity) 내지 합의서는, 제3자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지만 송하인과 운송인 사이에는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7조).

9) 재판관할 및 중재신청 장소에 관항 조항의 신설

함부르크 규칙은, 원고 또는 중재 신청인에게 법원 또는 중재 장소의 선택권을 부여하면서,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 21조 및 22조 참조).

(1) 피고/피신청인의 주영업소 소재지, 그것이 없을 때는 피고/피신청인의 평소의 거소지, 또는
(2) 운송계약의 체결지(피고/피신청인의 사무소, 대리점이 있을 경우), 또는
(3) 선적항, 또는
(4) 양륙항, 또는
(5) 운송계약이나 중재계약으로 특별히 지정한 장소.

3. 진전(進展)

1978년 3월에 유엔에서 채택된 함부르크 규칙은, 채택 후 13년이 경과한 1991년 11월에 잠비아가 20번째로 비준함으로써 동 규칙의 발효요건(20개국 비준)이 충족되었으므로, 1992년 11월 1일부터 발효 중에 있다.
생각건대 함부르크 규칙은 헤이그-비스비 규칙보다 10년 후에 채택된 것이므로 그 체계가 보다 구체적이고 현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규칙은 전술한 바와 같이 주로 내륙의 화주국, 개발도상국의 요청에 의해 성립된 까닭에 바다의 항행이라는 특수한 위험에 노정(露呈)되어 있는 점을 고려에 두지 않고 화주 보호 측면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해상화물운송인의 의무나 책임을 특히 강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나아가 동 규칙에서는 운송인을 운송화물의 담보자(擔保者)로 하고, 높은 책임을 지우는 한편, 운송인이 자신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당해 운송에 관한 일체의 의무를 이행하였고, 손해의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는 입증책임(立證責任)까지 지도록 하였다.
이러한 운송인에게의 가혹한 책임가중체계는 위험의 분배를 무너뜨리는 한편, 결국 운임의 인상 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거의 모든 국가들도 동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동 조약이 현재 발효 중에 있기는 하지만 그 비준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내륙국, 신생 또는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이며(미주1) 참조), 이들 비준국가들의 물동량을 모두 합해도 전 세계 물동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하여 동 조약은 현재 국제적으로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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