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시험운항에 나섰던 유조선 스테나폴라리스호(6만 5000t급·스웨덴 국적)가 지난달 23일 새벽(현지시간) 우리나라 국적선사가 상업 운항한 선박으로는 처음으로 북극권에 진입했다. 같은 달 16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한 이후 이레만이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스테나해운에서 임차한 이 특수선은 여천NCC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나프타 4만 4000 t을 싣고 북극항로 1만 5000㎞를 거쳐 35일 만인 지난 21일 오후 3시30분 전남 여수 광양항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시험운항이 성공한 것이다. 이 배가 운항한 북극항로는 기존 인도양,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항로에 비해 운항기간은 10일, 거리는 7000㎞ 정도나 단축된 코스로 물류비를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극해의 한복판인 북극점은 1909년 4월 6일 미국 해군장교인 로버트 피어리(1856∼1920)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어리는 수차례 북극점에 닿기 위해 도전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마침내 북극점을 밟았는데, 당시 그가 4명의 이누이트와 함께 37일 만에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피어리 사후 80년 망에 개와 썰매를 이용한 영국 탐험대에 의해 그의 주장은 사실로 입증됐다.

100여 년 전만 해도 극한지역 정복에 대한 인간의 도전정신 때문에 관심을 가졌던 북극지역이 최근엔 광물자원이 무진장으로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한 전세계의 극지쟁탈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북극지역에서 천문학적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다이아몬드, 니켈, 은, 백금이 세계적 수준으로 매장돼 있다. 크롬, 주석, 망간, 몰리브덴 등 희토류도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극도 자원의 보고이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1988년 남극 대륙 킹조지 섬의 필데스만 연안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 남극 연구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지 선점에 대한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은 이 두 북극과 남극지역에 대한 경제성이 확인됨은 물론, 인류가 이들 지역에 숨어 있는 천연자원을 활용하지 않고는 살아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극지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입지를 놓고 부산과 인천(현재 극지연구소 소재지)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여당의 대표까지 나서 인천 잔류를 노리고 극지연구소를 미래부나 총리실로 이관하는 언급을 하는 바람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인천의 논리는 간단하다. 극지연구소의 연구분야가 해양과학만이 아니라 남극과 북극 등의 해양, 육지를 연구하는 허브역할은 물론 이를 국제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국제정치와도 맞물려있기 때문에 유엔 산하기구가 있는 인천이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천항과 인천공항 등이 있는 지리적 이점과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의 모항이 인천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은 극지 연구의 모항은 부산이 최적지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더라도 아라온호가 바닷길로 부산보다 북쪽 내륙으로 700여 ㎞나 먼 인천항을 모항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국가예산 낭비요인이 된다.

우선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오는 2015년까지 부산 영도 소재 동삼동 해양혁신연구단지로 이전한다. 극지연구소를 해양과기원에서 분리해 인천에 남겨두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경제적 효율성을 망각한 ‘정치적인 계산’에 다름아니다. 거물 여당 정치인이 지역구의 이익만을 고려, 장기적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국가핵심연구기관의 입지를 판단하지 않는다면 후대에 두고두고 원성을 살 일이다.

동삼해양혁신지구에는 주변에 해양대를 비롯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국립해양조사원 등이 입주를 마쳤으며 향후 2∼3년 내로 국내 해양관련 연구기관 대부분이 입주하게 된다.

해양관련 연구소와 산업이 고도로 집적돼 있는 중국의 칭다오처럼 부산에도 해양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해 세계적인 해양연구 및 산업화를 도모하는 게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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