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2. 4. 17. 자 2010마222 결정

2. 사실관계

가. 신청인은 1995. 12. 29.경 이 사건 예인선단 중 T-5호, 1호 및 A-1호를 신청외 갑으로부터 임차하면서 위 임차기간 동안 선단의 위탁관리는 전적으로 신청인의 책임하에 시행하기로 하였다. 한편 갑은 인천항 내 인천대교 교량설치공사에 사용하기 위하여 2007. 11.경 신청인으로부터 신청인에게 임대하였던 T-5호, 1호 및 A-1호를 다시 임차하였는데, 당시 위 교량설치공사와 관련하여 이 사건 예인선단의 동원 및 철수, 크레인 가동 등의 작업은 신청인이 담당하되, 갑은 예인선단을 구성할 보조 예비선을 지원하기로 약정하였다.

나. 이에 따라 갑은 2007. 11. 19.경 신청외 을로부터 그 소유의 예인선인 T-3호를 임차하여 1호를 예인할 보조 예인선으로 T-3호를 신청인에게 제공하였고, 해상 크레인이 장착된 1호와 1호의 선미부 양현 쪽에 각각 하나씩의 예인줄을 연결하여 1호를 역방향으로 끄는 예인선인 T-5호(주 예인선) 및 T-3호(보조 예인선), 그리고 1호의 선수부 중앙에 예인줄을 하나 연결한 채 뒤따라가면서 1호의 진행방향을 보조적으로 조절하는 앵커 보조선 A-1호가 일체를 이루어 이 사건 예인선단이 구성되었다.

다. 이 사건 예인선단은 2007. 11. 27. 10:00경 거제시 신현읍에 있는 조선소를 출발하여 2007. 12. 1. 18:00경 인천항에 도착한 후 같은 달 2. 07:30경부터 같은 달 6. 11:00경까지 인천대교 교량설치공사에 투입되었다. 예인선단은 2007. 12. 6. 14:50경 인천항을 출항하여 비교적 순조롭게 운항하였으나 같은 날 23:30경부터 외해의 풍파에 노출되어 보침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하였고, 2007. 12. 7. 04:00경이 되자 강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편류각(drift angle)이 90도에 이를 정도로 예항 능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하였다.

라. 한편 병 선박은 2007. 12. 6. 19:18경 다음 날 14:00로 예정된 도선사의 승선 및 대산항 입항 일정에 맞추기 위하여 원유 약 302,640㎘(약 263,944t)를 적재한 채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36-52.5N, 126-03.0E)에서 정박하고 있었다. 신청외 갑은 2007. 12. 7. 06:40경 1호가 병 선박으로부터 약 345도 방향 거리 약 0.3마일에서 최근접점에 이르자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최대출력으로 1호를 예인하였으나 같은 날 06:52경 T-5호와 1호를 연결하는 예인줄이 끊어지면서 1호는 병 선박 방향으로 약 600m 밀려 갔다. 결국 같은 날 07:06경 1호에 장착된 크레인 후크 부분이 병 선박의 선수 돛대 부분과 충돌한 후 이어서 약 9회 충돌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여 병 선박의 화물탱크가 파손되었고, 이로 인하여 위 화물탱크에 들어 있던 원유가 유출되는 해상사고가 발생하였다.

마. 신청인은 2008. 12.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책3호로 선박책임제한절차 개시신청을 하였는데, 제1심은 2009. 3. 23. 17:00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해상사고로부터 발생한 물적 손해에 관한 신청인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책임제한절차를 개시하고, 관리인으로 변호사 신청 외 9를 선임하는 결정을 한 후 2009. 3. 25. 이를 공고하였고, 원심도 1심의 결정을 유지하였다. 그러자 피신청인은 위 원심의 결정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에서 당해 채권에 관하여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46조 단서에서 정한 책임제한 배제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함이 소명되어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고 나아가 조사절차에서 제한채권으로 확정되더라도 제한채권 확정의 효력은 책임제한절차 내에서만 미칠 뿐이므로, 채권자는 책임제한절차와 상관없이 채무자를 상대로 한도액의 제한 없이 책임을 추급하는 개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그와 같이 별도 소송을 제기한 채권자는 책임제한절차에서 배당표에 대한 이의신청기간이 지나기 전에 자기의 신고채권에 관하여 절차외소송이 계속 중인 사실을 증명하여 배당 유보의 신청을 할 수 있고(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71조 제1호), 그 후 절차외소송에서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존재를 주장ㆍ증명함으로써 당해 채권이 비제한채권이라는 판결 등이 확정되면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채무자의 일반재산에서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4. 평석

가. 이 사건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사고와 관련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는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3조 제1항은 ‘이해관계인’에 한하여 책임제한절차개시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해관계인은 책임제한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자를 말하고, 따라서 사실상 또는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이해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다른 선박에 의하여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되는 국유 또는 공유 아닌 부선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항행하는지에 상관없이 구 상법 제5편에 규정된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의 대상이 되는 선박에 해당한다는 점,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과 관련하여 선박소유자 본인이 아닌 선장 등과 같은 선박소유자의 피용자에게 무모한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구 상법 제746조 본문에 의한 선박소유자의 책임제한이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 등의 중요한 판시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나. 한편 절차적 측면과 관련하여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와 별도로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된 경우 양 절차의 관련성에 대하여도 쟁점이 되었는바, 먼저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책임제한의 배제를 주장하는 채권자가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법’이라고 한다) 제746조 단서에서 정한 책임제한 배제사유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나,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는 주로 채무자의 이익을 위하여 채무자의 일방적인 주도 아래 개시되는 집단적 채무처리절차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한채권에 대하여 신청인이 소명할 사항에는 당해 채권에 책임제한 배제사유가 없다는 점도 포함된다고 판시 되었다.

다. 다음으로 선박소유자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고 나아가 조사절차에서 제한채권으로 확정된 경우 그러한 제한채권 확정의 효력이 어디에까지 미치는지, 즉 책임제한절차 내에서만 미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채무자를 상대로 제한 없이 책임을 추급하는 개별소송에도 그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도 문제가 되었다. 선박소유자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는 그 채권이 제한채권인지 혹은 책임제한이 배제되는 채권인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양자 구분의 불확실성에 의해 채권자는 책임제한절차 외에서 무한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고 그와 아울러 예비적으로 책임제한절차에도 참여하거나, 이와는 반대로 우선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하고 예비적으로 절차 외에서 무한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때 제한절차 내의 채권확정의 효력이 절차 외의 소송에까지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다.

라. 회생절차나 파산절차에서는 그 절차 내에서 채권이 확정되어 채권자표에 기재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은 이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에 해석상 그 효력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책임제한절차 내에서 제한채권으로 확정되더라도 이는 제한절차 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절차 외에서 효력이 없으므로 채권자는 책임제한절차와 상관 없이 채무자를 상대로 한도액의 제한 없이 책임을 추급하는 개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던 것인바, 회생이나 파산절차와 규정형식을 달리하고 있는 책임제한절차에 있어 타당한 해석이라 하겠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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