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880년부터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올해의 세계 평균기온과 해수면 온도는 13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도 1931년 측후소 개설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맞아, 피크 전력수요가 8000만kw를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생 에어컨 없이 살아 온데다가 폭염과 열대야에 선풍기나 부채마저 없이 지내기에 익숙한 필자는 폭염과 열대야를 잊는 납량 영상물 역시 모골이 송연한 스릴러 보다 왼 가슴 확 트이는 뮤지컬로 피서를 즐긴다.

'볼라레' 를 부른 '도메니코 모듀노' 와 칸쏘네의 여왕 '미나'가  이스키아섬의 푸른 파도를 가르며 ​'이스키아의 밀회(Appuntamento Ad Ischia)'를 뮤지컬로 만든 옛 영화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1960)'와 '롯사나 브랏지', '밋지 게이너'가 환상의 섬 발리하이를 노래한 '남태평양(South Pacific)(1958), '제인 포웰'과 '하워드 킬' 컴비의 백설준령 배경 코믹 '7인의 신부(Seven Brides for Seven Brothers)'(1954)도 좋지만 더위 쫓기엔 역시 '헤어스프레이(Hairspray)'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리얼리티 쇼로  헐리우드가 반했고 브로드웨이가 찜했다. 1억 2천만달러, 블록 버스트급 흥행신화에 화려한 볼거리, 흥겨운 음악에 곁들여 집채 만한 웃음을 준다는 허풍같은 수식어로 이전의 그 어떠한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문화혁명을 선사한다는 과장 선전이 결코 거짓은 아니란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영화는 보는 이에게 감동과 재미와 웃음을 주는 퓨전 코믹 드라마요 뮤지컬의 최고봉이란 게 그간 명작에 속하는 뮤지컬을 수없이 보아 온 필자 생각이라 2007년 개봉때로 기억의 더듬이를 곧추든다.

필자 기억에 춤 잘 추는 배우론 '잭 레먼. 딘 마틴. 프레드 아스테어. 진 켈리'와 슬로우리(Slowly)의 '앤 마거렛'과 더티 댄싱(Dirty Dancing) 의 '패트릭 스웨이지'가 생각나지만 역시 천성 타고난 춤꾼으로는 이 영화의 여장 대들보 '존 트라볼타'를 손 꼽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에서 그랬고 '올리비아 뉴튼 존'과 '그리스(Grease)'에서 더욱 빛났다. 춤과는 거리가 먼 작품 '페이스 오프(Face Off)' 등등 그의 출연 작품은 많지만 여기선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의 '로빈 윌리암스' 연기를 방불케 했고 필자와는 띠동갑 54년생 말띠다.

우선  '헤어스프레이'의 줄거리가 맘에 드는 것은 시쳇말, "어버이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시고" 로 대표되듯 눈코입에 메스를 가해 틀에 박힌 미녀로 재생된 예쁜 얼굴들만 최고로 꼽히는 우리나라 스타들과는 달리 볼티모어 10대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  최고의 댄싱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게 꿈인 땅딸이 수퍼 헤비급 몸매의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가 끝내 프로의 왕관을 쓰게 된다는 입지전적 성공신화 소재의 눈물겹고 감동적인 스토리 때문이다.

한껏 부풀린  최신 유행 헤어스타일을 하고 언제 어디서든 '유쾌 상쾌 통쾌' 한 성격을 잃지 않고 갖은 고초와 장애를 무릅쓰고 도전하여 끝내는 '미스 틴에이저 헤어스프레이'로 뽑힌 숏다리 고교생 몽당녀 트레이시도 관객을 휘어 잡을 수 있다는 집념으로 어느날 결원을 메우기 위해 새 멤버를 뽑는 콜린스쇼 공개 오디션이 열리자 쭉쭉빵빵 S라인 미녀들만이 판치는 댄스쇼에서 그녀가 주눅들까 걱정하는 엄마 에드나(존 트라볼타)를 떼어놓고 당당히 오디션에 참가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로빈 윌리암스는 남편이 가정 재건을 위해 여장을 하고 웃겼지만 존 트라볼타는 첨부터 세탁소를 경영하며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구차한 트레이시의 엄마로 나와 시종 관객을 무진장 웃기고 울리며 종횡무진 드람통형 원조격 중년 부인의 킹콩 몸매를 뽐내는 통에 필자가 한국 드라마서 본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과 '검사 프린세스'의 김소연이 보여준 분장 뚱보 모습을 연상시켰고 딸은 ​147cm 땅꼬마에 'XXXL 사이즈'를 입은 몸매로 할리우드 메이저 뮤지컬 주연을 꿰찼으니 놀랄 노짜.

여고생  '니키 브론스키'는 그간 재학중인 고교에서 무대연기 경험도 많이 쌓았으나 신체조건으로 매번 낙방을 먹다가 이 영화서 메가폰을 잡고 그녀를 캐스팅한 '애덤 솅크맨' 감독이 "그녀가 촬영현장에 첨 나타났을 때 말문이 닫힐 만큼 근사했다"고 피력한 걸로 보도된 바 있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게 얼마나 어려운 영광이었을까 수긍이 가고 "노래하고 춤 추는 걸 보고 마치 '퍼니걸(Funny Girl)' 에서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보는 기분이었다" 며 천방지축형 수퍼걸 트레이시를 호평했다.

활달한 성격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의 희망은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뮤지컬을 해 보고 싶은 것. 친구 '시 위드(엘리아 켈리 분)'와 '페니(아만다 바인즈 분)'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콜린스쇼에 입성한 후에도 '외모가 곧 권력'임을 강조하는 엉뚱한 악녀 '벨마(미셀 파이퍼 분)' 와 그녀의 딸인 백치미 공주병 '엠버(브리타니 스노우 분)'에게 끔찍한 몸매에 무다리인 트레이시는 눈엣가시로 왕따를 당하는 굴욕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온갖 방해공작을 벌이는 벨마와 앰버 모녀에 맞서 볼티모이 최고의 댄싱퀸을 뽑는 "미스 헤어스프레이" 선발대회, 절세의 꽃미남 꽃미녀 틈바구니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는다.

감격, 감동, 환희, 황홀, 눈물펑펑 등등 종영 벨소리와 함께 천정조명이 밝았는데도 일산 롯데씨네마서 10년전 필자는 내 인생의 역전 드라마를 만난듯 신나는 인생 종반전 후렴의 하루였던 걸로 기억된다. 함께 출연, 뮤지컬의 진수를 보이는데 일조한 엄마역의 '존 트라볼타'와 아빠역의 '크리스토퍼 월켄'과 그리고 벨마역의 미셀 파이퍼와 페니역의 아만다 바인즈에 이어 트레이시를 사랑하는 꽃미남 링크역의 '잭 에프론'과 달콤한 검은 초코릿의 흑인 청년 '시위드'역의 '일라이자 켈리'와 '코니 콜린스'역을 맡은 '제임스 마스텐' 모두가 시대적 배경 60년대 스타일의 복고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현하여 환상의 하모니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단 찬사를 피하기 어려웠으리라 믿기에 필자가 이 작품을 납량제로 삼은 거다.

비주얼, 춤과 음악, 웃음등 3박자를 고루 갖춰 화제를 모은 '헤어 스프레이'는 14kg의 바디 수트와 턱과 입술등 5군데의 실리콘주머니를 포함하여 거대한 특수분장을 통해 트라볼타를 완벽한 여성으로 개조한 분장술, 그리고 재즈, 소올, 펑크, 디스코, K&B 탱고등 다양한 장르에 이르는 음악과 춤이 넘친다.

이들 19곡이나 되는 주옥같은 음악을 선보인 뮤지컬로도 필자의 머리 한켠 영화수첩에 빛  바래지 않은 기록으로 남는다. 관람 기회가 없었지만 1988년 첫 영화화에 이어 2002년 초연 무대공연을 계기로 9.11 ​테러사건으로 침체된 브로드웨이 무대에 희망과 흥행이란 수표를 안겨줬던 영화로도 기여했던 이 작품은 희미한 기억 되살려 옛 3류극장서 처럼 낡은 필름으로나마 와이드 스크린으로 꼭 함 더 보고도 싶고 무더위 7. 26일 현재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별로 덥지 않은 건 역시 납량물 뮤지컬로선 최고인 까닭일까?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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