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2. 사실관계

가. 피고들은 A조선사 발행 주식 총수의 50.37%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주식을 공동매각하기 위하여 원고를 비롯한 이 주식의 매각절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인(잠재투자자) 등에게 이 사건 주식 매각 절차를 안내하는 내용의 주식매각안내서를 교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주식을 인수하기 위하여 다른 회사들과 원고를 대표자로 하는 B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였고, 2008. 8. 28. 피고 은행으로부터 예비입찰적격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받았다.

나. B컨소시엄은 2008. 9. 19.경 피고 은행으로부터 본입찰안내서, 양해각서 초안을 교부 받은 후 본입찰안내에 따라 2008. 10. 13. 피고 은행에 ‘본입찰제안서’와 함께 ‘컨소시엄 구성원 확약서’, ‘양해각서(안) 수정요청서’, 현금 약 3.3조 원을 포함하여 자산매각,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하여 총 약 8.5조 원의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기재된 ‘자금조달증빙’ 등을 제출하여 2008. 10. 28. 이 사건 주식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다. 한편 대상회사의 노조는 2008. 10. 30. 피고 은행에 B컨소시엄의 이 사건 주식 인수와 관련하여 가) 고용보장 등에 관한 사항, 나) 종업원 보상에 관한 사항, 다) 회사발전에 관한 사항, 라) 기타 이 사건 주식매매와 관련된 사항 등에 관한 각종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B컨소시엄의 확인실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왔는바, B컨소시엄은 이 사건 양해각서 체결 이후부터 이 사건 양해각서에 정한 최종계약체결일에 이르기까지 대상회사에 대한 확인실사를 개시하지 못하였다.

라. 피고 은행은 이 사건 양해각서에 정한 최종계약체결일인 2008. 12. 29.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않자, 그 음날인 2008. 12. 30. 원고에게,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이행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으나, 2009. 1. 30.까지 이 사건 양해각서의 해제를 유보할 것이니, 원고는 이 사건 양해각서에 따른 최종계약체결과 그 이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보유자산매각 등 실현가능하고 구체적인 자체자금 조달계획을 조속히 제시하고 추진하여, 2009. 1. 8. 15:00까지 자체자금 조달계획(매각대상자산 목록을 포함)을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마. 이에 B컨소시엄은 2009. 1. 9.경 피고 은행에 이 사건 주식 최종매매대금 중 약 3.8조 원은 자산매각 등을 통하여 자체조달하고, 나머지 약 2.5조 원에 해당하는 지분은 5년이 경과한 이후 일시 매수하겠다는 내용의 자금조달계획안을 전달하였으나, 피고 은행은 2009. 1. 13. 원고에게 위 자금조달계획안은 양해각서의 내용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본입찰제안 당시의 자금조달계획안과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입찰제안서상의 인수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인수자금 조달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바. 피고 은행은 2009. 1. 22. 원고에게, B컨소시엄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B컨소시엄이 납부한 행보증금 및 이에 대한 이자는 위약벌로 이를 몰취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B컨소시엄은 2009. 6. 18. 피고들에 대하여, 1)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것은 대상회사에 대한 확인실사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B컨소시엄의 귀책사유 없이 최종계약이 2008. 12. 29.까지 체결되지 않았고, 2) 국내 금융시스템의 마비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어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중단됨에 따라 이 사건 주식 인수의 거래종결이 불가능하였으므로, 이 사건 양해각서 제12조 제1항 제4호, 제9호, 제11호에 따라 이 사건 양해각서를 해제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3. 판결요지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평석

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0조). 그러나 채무자의 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채권자는 자기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과 그 정확한 손해액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데 소송 과정에서 이를 증명하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 않아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채권자로서는 상대방이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도 손해액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데 장애를 겪게 되는바 이와 같은 불편을 피하기 위하여 계약에서 미리 위약금에 관한 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위약금 규정의 경우 그 법적 성격이 문제되는데 크게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로 파악이 된다. 전자의 경우 민법은 제398조에서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는 추정규정을 두는 한편(동조 제4항),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는 규정(동조 제2항)도 두고 있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원의 감액을 통해 손해액을 적절하게 조정을 할 수 있다.

다. 그러나 위약벌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위약벌의 경우에도 위 규정을 유추하여 동일하게 감액을 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위약벌 자체를 무효화 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위약벌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액 예정과 같은 손해액의 구체적인 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위약벌의 경우에도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되므로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하여 손해액의 조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우에 원칙적으로 감액이 가능한 것인 반면, 위약벌의 경우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라. 본건 양해각서는 “본 양해각서가 매수인들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하여 해제되는 경우에는, 매수인들이기납부한 이행보증금 및 그 발생이자는 위약벌로 매도인들에게 귀속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 사건에서 원고가 납부한 이행보증금은 315,010,454,754원이었다. 따라서 위 양해각서 문구대로만 해석하면 몰취되는 이행보증금은 위약벌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액되지 아니하고 피고들에게 귀속되어야만 하였다. 그러나 비록 위 이행보증금이 약 6조 3천억 원에 이르는 이 사건 주식인수대금의 5%에 불과하기는 하나 그 절대적인 액수가 결코 적지 아니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을 인수하는데 있어 실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금액을 전부 몰취하도록 하는 것은 구체적인 타당성 측면에서 반드시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 대법원도 본건 판결을 통해 위 몰취조항을 양해각서의 다른 조항들과 함께 살펴보면 매수인들의 귀사유로 양해각서가 해제됨으로써 발생하게 될 모든 금전적인 문제를 오로지 이행보증금의 몰취로 해결하고 기타의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청구는 명시적으로 배제하여 매도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매도인들은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인 점,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의도하였던 바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최종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본건 이행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고 이 사건 이행보증금을 전부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았다. 본 판결은 구체적인 타당성을 기한 판결로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는 널리 확장성을 가지기는 어렵고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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