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아 적자를 지속하면 망하는 것이 맞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산업의 기간이 되는 업종이라는 이유로 국가 차원에서 금융 지원을 하는 것은 ‘원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선택에 가깝다. 해운업과 조선업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업종이었으나, 이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정도로 둘 다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 두 업종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는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의 경우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적자가 부정한 분식회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실제로 수사 단계에서 전직 경영책임자들의 비리가 드러났다는 점 등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여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대우조선 등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을 하면서 공언했던 조기정상화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전망과 전제조건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에 비해 해운업은 정부와 금융권이 시행하는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조선업은 설비와 생산시설이 일부지역에 연고를 두면서 관련된 협력업체도 많아 ‘정치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면에 해운업은 내수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평가되어 ‘정치적’으로 구원을 받을 여지가 적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해운업은 ‘정치적’ 판단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만큼 하찮은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 한진해운의 회생신청으로 인하여 촉발된 물류대란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에 수출 물품이 실린 수 많은 중소기업 화주들은 해외의 바이어들로부터 하역 지연으로 클레임을 받고 있는 실정이고, 한진해운을 이용했던 포워딩 업체들은 화주가 입은 손해를 일차적으로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중소 포워딩 업체는 생존을 위협받을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와 관련되어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 산업 인력들은 조선업에 비견하여 결코 적다고 할 수 없고, 국가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해운업은 조선업에 이어 여섯번째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 업종이었다. 이제 국내 1위 해운회사가 사라지게 된 우리 해운업 규모의 축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정이 이런데도, 예전의 해운회사 회생절차 진행사례만을 보고 별다른 대책 없이 한진해운의 회생신청을 유도한 정부에게는 이로 인해 국민이 겪을 고통과 분란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는 국민 모두가 바다에 엮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원칙대로’ 부실기업을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국민에 대한 ‘정치적인’ 대책은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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