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진해운 물류대란은 한진해운 선박이 부두에 접안해도 하역회사들이 하역비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작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운송인은 수출자의 상품을 도착지에서 하역해 수입자에게 인도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운송인은 하역작업을 하역회사에 의뢰하는데, 하역회사는 하역비를 받기가 어렵게 되자 지급 보증을 요구한 것이다.

정기선 운항에서 정시성(定時性) 확보는 생명과도 같다. 운송인으로서 정기선사는 수출자에게 어느 장소에 언제까지 자신이 인수한 상품을 수입자에게 배달하겠다고 공표하고 약속을 한 것이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상품의 수출입과 매매가 상인 사이에서 국제적으로 이뤄진다. 한진해운 사태를 경험하면서 정시성이 담보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수출자로부터 받은 운임 대가로 운송인은 하역작업을 완수해야 할 지엄한 의무가 있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게 되면 하역비 지급이 어려운 상황도 닥칠 수 있다. 이런 위험은 보험제도를 활용해 회피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항해에 실은 상품에 대한 하역비 지급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정기선사가 사전에 마련해두는 방법이 있다. 채무자인 정기선사가 하역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보험금 형식으로 하역비를 하역회사가 보험자로부터 수령하도록 정기선사가 보험자와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하역회사를 피보험자로 하면 이행보증보험이 될 것이고, 정기선사를 피보험자로 하면 책임보험이 될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하역회사는 보험자에게 하역비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권리를 가지므로 하역비 지급은 보장된다. 이런 보장계약은 영리보험 또는 정기선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공제나 상호보험을 통해 운영될 수도 있고,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서는 보험계약의 체결을 정기선사 등록조건의 하나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기선사가 보장계약을 체결해 하역작업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게 되면 비록 정기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이미 실린 상품에 대한 하역작업은 보장된다. 다시는 한진사태와 같은 물류대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역비 지급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우리 정기선사의 신뢰도를 회복시켜 우리 무역과 해운업을 다시 살려나가자.

*본 칼럼은 20일자 한국경제에 실린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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