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조선, 해운 구조조정에 결기 안보여 안타깝다

 

▲ 정영석 교수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국해양대학교 정영석 해사법학부 교수를 만났다. 정영석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전문가 입장에서 할 말이 많았다. 답답한 마음에 정영석 교수는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 걸까?”라고 토로,  눈길을 끌었다.

최순실의 검찰 출석으로 하루 종일 소란스러운 가운데 조선산업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됐다. 주요 골자는 조선업의 단기적인 수주절벽에 대응해 2020년까지 11조원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 2018년까지 조선 3사의 도크수 23%, 인력 32%를 감축하고 현재의 조선3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영석 교수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등의 많은 부작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업에 대한 나름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내심은 확실한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면서 추진한 결과가 지난 6월 각사의 자구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과 함께 앞으로 우리 경제에 드리운 구름을 어떻게 걷어낼 수 있을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조선업과 해운업은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호황을 누리며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선박건조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세계 1위에서 3위의 조선사를 비롯하여 세계 10위권 이내에 7개의 조선소를 가지고 세계 조선업을 선도해 온 우리나라로서는 지금의 조선산업의 부실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연간 8조원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조선업의 부실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도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실한 산업의 지원여부와 구조조정방안은 우선 해당 부실의 원인과 향후의 전망을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느냐에 성공의 여부가 달려있다.

정영석 교수는 “우리 조선업은 선박건조와 해양플랜트건조를 양대 축으로 발전해 왔다”며 “부실의 원인도 선박건조 분야와 해양플랜트 건조로 나누어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중국의 급격한 경제개발에 따른 해운의 장기호황과 세계 최고수준의 선박설계와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조선시장의 최강자가 됐으나 2007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운시장에 선복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운업이 급격히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선복공급과잉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반전을 가져올 수 있는데, 한진해운 법정관리 시점에 즈음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앞으로 신조선을 하지 않고 기존 중고선 중 10,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 선박을 저가로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계 3위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자사 선박 중 5~6,000TEU급 선박을 폐선하기로 결정하는 등 해운시장에서 선복량이 줄지 않고는 해운경기가 호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선박의 신규 발주가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과거 10년 단위로 신조선을 발주하고 중고선을 매각하던 대형 정기선사의 주력 선종인 10,000TEU급 이상 대형선박의 중고시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박의 사용주기가 길어져서 단기간에 신조선 시장이 활성화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정교수는 밝혔다.

아울러 해양플랜트건조는 심해저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원유의 수요 증가와 대체 에너지의 유무에 따라 그 수요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해양플랜트건조가 조선업의 블루오션으로 인식된 것은 세계 경제의 유래 없는 호황으로 원유 수요가 급증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면서 심해저에서 원유생산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원유의 수요감소를 가져왔고, 셰일가스라는 대체 에너지의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당분간 해양플랜트의 수요는 사라졌다고 보는 전망도 있다.세일가스 매장량이 현재 발견된 것만으로도 전 세계가 60년 이상을 사용할 양으로 추정되고 있고, 원유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이 되면 세일가스가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를 의식해서 유가가 60달러 이상으로 인상되지 않고 조정되는 것을 볼 때 해양플랜트 수요가 조만간 회복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정교수는  밝혔다.

또 정교수는 조선업이 그간 우리 경제를 견인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수주물량 경쟁에 몰두하여 국내 업체간 저가 수주로 인한 폐해도 크지 않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의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맥킨지 보고서는 나름 상당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오히려 판단기준이 조선 3사의 재무구조에 한정하여 검토된 듯한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의 자료로 사용되기에는 미흡해 보이기도 한데, 이러한 자료 조차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강화방안은 정부의 경제팀이 사명감은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기능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정영석 교수는 “돌팔매를 맞더라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비축했다가 다음 세대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라도 주겠다는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래 세대의 먹거리는 준비하지 못하더라도 이 시대의 부채는 정리해 주는 것이 이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는 아닐지 안타까움 속에 어수선한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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