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이 한 분기만에 극적인 반전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의 작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1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1% 증가했고 전분기보다는 10% 신장했다.
영업이익은 50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 감소, 전분기대비 36.2% 증가했다. 지배순이익은 295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및 전분기대비 적자전환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벌크 해운시장 시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면 팬오션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중 영업이익 움직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 수익성 개선이 온전히 드라이벌크 시황 회복으로부터 온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팬오션은 두 가지 선종의 시장운임 움직임으로부터 이익 변동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나는 주요선종인 드라이벌크이고, 다른 하나는 클린탱커이다. 벌크선 사선 58척 중 CVC(Consecutive Voyage Contract, 전용선계약) 계약에 종속되어있는 27척을 제외한 31척, MR탱커 사선 10척과 케미칼 탱커 사선 6척의 원가는 연료유류비를 제외하고 고정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매출이 어느 정도의 운임을 반영해 형성되느냐에 따라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변한다.
이들 두 선종의 시장운임 흐름은 2015년 이후 등락의 시기를 달리했다. 2015년에 탱커 운임은 강세기조를 이어가다 2016년에 급격하게 하락했고, 벌커 운임은 2015년 중반 이후 약세를 기록하다가 2016년에 추세 상승했다. 2016년 3분기까지 분기 영업이익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연간 벌크선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탱커 수익성은 낮아졌다. 운임의 방향성을 보자면 2016년 4분기 총이익이 증가하는데는 드라이벌크 시황 회복이 스팟시장 운임에 노출돼 있는 드라이벌크 사선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업이익이 한 분기만에 극적인 반전을 한 반면, 영업외에서 발생한 1회성 손실로 순손실이 발생했다. 팬오션측은 K-IFRS 유형자산 손상평가방법에 따라 보유 선박에 대한 손상차손을 약 982억원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IFRS 도입 이후 해운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 중 가장 큰 자산에 해당하는 선박자산의 가치를 매년 재평가하게 된다. 재평가 기준가치는 시장 전망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화를 반영한 값으로 중고선가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2016년은 벌크선의 중고선가가 2015년보다도 더 하락했으며, 2년째 1천미만의 운임에 머물러 있어서 벌크선박의 수익 창출력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평가가 내려진 시기이기도 하다.
가치를 재평가하는 선박은 장기운송계약에 종속돼 있는 선박들은 해당되지 않으며, 시장 운임의 움직임에 의해 수익성에 변화가 생기는 사선만 재평가 하게 된다. 팬오션의 경우 해당 선박이 벌크선31척, 탱커 16척으로 무려 47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유형자산재평가에 따른 손실 규모가 경쟁업체 대비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같이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나면 2017년에 인식하게 되는 사선의 감가상각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사선의 원가경쟁력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엄 애널리스트는 “유형자산 손상차손 인식 등에 따른 원가율 하락 등을 고려해 팬오션의 2017년 실적 추정치를 상향한다”며 “매출액은 기존 추정대비 7.8%, 영업이익은 13.3%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7년 팬오션의 매출액은 2조 2,431억원으로 전년대비 1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이익은 2,079억원으로 전년대비 23.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1년 만에 2천억원대 영업이익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해당 실적 상향조정은 시장평균운임에 대한 가정치의 조정에 다른 상향이 아니라 원가율이 낮아지는데서 오는 효과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한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전분기대비 36.3% 증가한 오션 잠정 영업이익 501억원은 호실적인 것으로 판단하는데, 영업이익 전분기대비 증가율이 분기평균 BDI 상승률 35%를 상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탱커부문 실적을 아직 알 수 없으나, 제품선 시황을 볼 때 실적이 전분기대비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
으로 추정하므로 벌크부문의 이익개선은 36.3%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까지 급락하던 제품선 시황은 작년 4분기에 진정 국면에 들어섰을 뿐 3분기 대비 낮은 시황이 전개됐다.
팬오션 벌크부문은 31척의 시황에 노출된 사선, 27척의 장기운송계약(CVC) 선박, 분기말 기준 약 100척 이상의 스팟 용선으로 구성돼 있다. CVC 27척은 시황에 관계없이 분기당 약 3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고정적으로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스팟 용선은 트레이딩(trading) 영업과 유사하므로 시황상승에 수익성이 크게 연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7척의 CVC 선박과 스팟 용선 비중 때문에 벌크부문 전체로 보면 시황등락폭 대비 실적변동폭이 크지 않은 것이 동사 벌크부문 구조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번 분기 벌크 부문 실적이 예상보다 호조였던 이유를 추측하자면 첫째, 시황에 노출돼 있는 사선 31척의 실적 증가가 BDI 상승 대비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해진 노선을 규칙적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벌크선은 시황이 예측가능하게 전개될 경우 융통성있는 운영이 가능해 실적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31척은 운임지수 1,100p수준에서 손익분기점(BEP)를 낸다고 알려져 있으나 분기 영업이익이 BDI 등락에 linear(선형적)하게 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스팟 용선 영업의 규모(=회전율)가 증가했을 가능성. 스팟 영업은 화물선취 후 단기간 내 선박을 용선하여 운송한뒤 반선하는,트레이딩과도 유사한 구조로 수익성이 시황등락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BDI가 상승해도 규모가 일정하면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용선 영업 규모 자체가 증가할 수 있는데, 시황 상승에 따라 입찰경쟁이 완화되는 경우 마진 squeeze 우려가 없는 건수가 증가했다. 또 스팟 용선 영업이라는 것은 성약시 짧게는 1주일, 길게는 수개월 후의 용선료, 유가 등을 예측하여 입찰하게 되므로 어느정도의 speculation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측가능한 시황이 전개되어 입찰 당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경우에도 성약건수가 증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작년 4분기의 사례에 해당하며, 스팟 물동량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동사가 스팟 용선 규모확대를 통해 벌크부문 실적 레버리지를 시현하기 위해서는 BDI 1,000p를 상회하는, 보다 넓은 시황이 예측가능하게 안정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한준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영업외수지에서 선박 손상차손이 982억원 발생. 매 기말 주요 해운전망기관의 향후 운임지수 추정과 원가 등을 감안해 향후 추정현금흐름을 할인해 선박 장부가를 조정하는 것으로, 현재가치가 장부가보다 낮은 경우 손상, 높을 경우 환입이 이루어진다.
벌크선의 경우 2014년 515억원 환입, 2015년 374억원 손상이 있었고, 탱커의 경우 2014년 1,236억원 손상, 2015년 307억원의 환입이 있었다. 2016년 말 해운전망기관 Drewry社 등의 벌크운임전망이 15년 말 대비 revise-down된 것으로 보아 벌크 부문의 손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제품선 시황 역시 15년말 전망 시점 대비 하락해 있으므로 손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황이 개선세임에도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전망 반영을 1년마다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5년 10월 당시 BDI는 800p 수준으로, BDI가 2016년 2월 290p까지 하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2015년 말의 시황전망은 높게 형성돼 있었을 것이고, 비록 개선세이긴 하나 2016년 말의 전망치는 전년보다는 낮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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