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1386판결

2. 사실관계

가. 수입업자 A는 B은행 등에 신용장을 개설하고 중국으로부터 냉동갈치와 냉동조기를 수입하였고, 이 수산물은 국제운송업자의 운송취급인 피고 갑에 의하여 부산항의 냉동창고업자에게 입고되었다. 그런데 A가 수산물의 수입대금을 결제하지 아니하여, B은행 등이 A를 대신하여 수입대금을 지급하고 선하증권을 넘겨받아 소지하게 되었다.

나. A는 피고 갑의 피용자 을에게 선하증권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수산물에 대한 화물인도지시서를 송부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을은 선하증권을 회수하지 아니한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송부하였다. A는 이 화물인도지시서를 이용하여 창고업자로부터 물품보관증을 발급받아 원고에게 이를 교부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수산물을 목적물로 한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B은행 등은 창고업자를 상대로 자신들이 소지한 선하증권에 기하여 수산물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원고가 보조참가를 하였는데, 그 소송 결과 양도담보권을 선의취득 하였다는 원고의 항변이 배척되어 B은행 등의 청구가 인용됨으로써 원고는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하였다.

라. 그러자 원고는 피고 갑과 그 피용인인 을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

3. 소송의 경과

가. 1심 및 2심의 판단

1심과 2심은 을이 송부한 화물인도지시서에는 기명 수하인으로 B은행 등으로 되어 있고 기명 수하인 또는 그의 정당한 대리인에게만 화물을 인도해 달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내용의 화물인도지시서를 송부한 것만으로는 창고업자로 하여금 A에게 수산물을 반출해 주거나 물품보관증을 작성해 주도록 지시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원고의 손해는 A가 마치 화물의 정당한 소유자인 것처럼 양도담보권자를 기망하고 대출을 받은 행위 또는 원고가 양도담보물의 점유를 인도받지 않은 것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0026 판결

대법원은 을이 선하증권을 제시 받지 아니한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나아가 A가 수산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불법행위에 관하여, 공모하거나 적어도 방조한 행위로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을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갑은 을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파기환송 판결을 하였다.

다. 파기환송심(대상판결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갑과 을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한 원고가 입은 손해는 A에 대한 대출실행으로 인한 대출금 상당액이라고 판단하였다.

4.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은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한 원고가 입은 손해는 A에 대한 대출실행으로 인한 대출금 상당액이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 당초에는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었던 동산양도담보를 신뢰하여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양도담보를 설정한 동산을 타인에게 인도 당하게 됨으로써 양도담보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동산양도담보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양도담보물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양도담보물의 가액은 동산양도담보가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수산물의 매도처분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다시 파기환송 하였다.

5. 평석

가.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 한편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ㆍ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나.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0026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A가 수산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여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은 불법행위에 관하여, 피고가 공모하거나 적어도 방조를 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을이 선하증권을 제시 받지 아니한 채 화물인도지시서를 발행한 것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행위를 A의 기망행위에 대한 공모 내지는 방조로 평가하는 것은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다만, A가 화물인도지시서를 이용하여 수산물에 대한 정당한 처분권한이 있는 것처럼 하여 이를 처분 또는 담보제공 하는 등으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가 예견하였거나 적어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게 된다는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

다. 대상판결인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1386판결은 당초에는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었던 동산양담보를 신뢰하여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양도담보를 설정한 동산을 타인에게 인도 당하게 됨으로써 양도담보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동산양도담보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양도담보물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라고 보았다. 원심에서는 수산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한 원고가 입은 손해는 A에 대한 대출실행으로 인한 대출금 상당액이라고 판단하였으나, 담보권이란 피담보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정한 권리로서 담보권이 상실되었다고 하여 피담보채권 자체를 손해액으로 볼 수는 없고, 담보권이 실제 담보를 하고 있는 현실적인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양도담보를 설정한 동산이 타인의 소유라는 이유로 양도담보권을 잃게 된 경우 양도담보권자가 입은 손해액은 정상적으로 양도담보물을 실행하여 회수할 수 있었던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본 대상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본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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